헌재 ‘윤 탄핵심판’ 변론 마무리
정청래 위원장 “반헌법적 억압” vs 윤석열 대통령 “국민 호소용”
정청래 “친위쿠데타식 내란행위 … 즉각 파면해야”
윤 대통령 “국가위기 극복 호소 … 복귀시 개헌 추진”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변론 절차가 종결됐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 73일 만이다.
헌법재판소는 25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인 11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채택된 양측의 증거 조사를 마무리한 뒤 국회와 대통령측의 종합 변론을 2시간씩 청취했다. 국회측은 12.3 비상계엄이 위헌·위법적으로 선포됐다며 신속한 탄핵 인용을, 윤 대통령측은 국가비상사태로 인한 적법한 계엄 선포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오후 8시 6분부터 소추위원인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약 40분간, 피청구인인 윤 대통령은 약 1시간 10분간 각각 최종 의견 진술을 했다.
윤 대통령의 진술에서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 대국민사과는 물론 헌재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승복의 메시지는 없었다. 헌재가 파면을 선고할 경우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강력 반발로 혼란이 우려된다.
◆“공공안녕 질서 해친 장본인은 윤 대통령” = 먼저 발언대에 선 정 위원장은 “12.3 비상계엄선포는 국민의 자유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반헌법적 억압”이라며 헌법재판관 만장일치의 신속한 파면을 촉구했다.
정 위원장은 “헌법에 의하면 계엄은 국가비상사태에 준할때 선포할 수 있는데 평온한 하루였던 12월 3일 공공 안녕 질서를 해친 장본인은 피청구인”이라며 “명백한 위헌”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윤 대통령 측이 국회 안전 질서를 운운하며 병력을 국회에 투입했다고 하지만 국회 유리창을 깨고 국회 난입한 것은 억압이고 폭력”이라면서 정치활동을 금지한 포고령은 헌법에 정면 위배되며, 계엄군의 중앙선관위 침탈 역시 사법권 독립과 삼권분립에 위배되는 반헌법적인 행위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은 비상계엄으로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며 가상 현실인 듯 얘기한다”며 “일찍 끝난 계엄이 피청구인의 공로고, 사상자가 없었던 계엄이 피청구인의 자랑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어 “검찰 특수활동비 예산삭감이 비상계엄 선포 이유라면 과학기술 R&D 예산을 삭감한 피청구인은 누가 응징해야 하느냐”며 “1%도 되지 않은 국가 예산을 삭감했다고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면 매년 비상계엄을 선포할 것이냐”고 따져물었다. 정 위원장은 정치인 체포 지시가 사실이라고 주장하며 “설령 야당이 종북 반국가 단체라서 체포 구금하려고 한 것이었다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왜 체포하려고 한 것이냐”며 “반국가 세력이라는 허울을 씌워 내 맘에 들지 않는 인사들 씨를 말리고 영구집권을 꿈 꾼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내란죄 씌우려는 공작 프레임” = 이어 발언에 나선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강변하고 내란 혐의를 방어하는데 주력했다.
윤 대통령은 최후 진술에서 “비상계엄은 범죄가 아니고 국가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통령의 합법적 권한행사”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12.3 비상계엄 선포는 국가가 위기 상황과 비상사태에 처해 있음을 선언한 것”이라며 “국민을 억압하고 기본권을 제한하려는 것이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께서 비상사태의 극복에 직접 나서주십사 하는 간절한 호소였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거대 야당은 제가 취임하기도 전부터 대통령 선제 탄핵을 주장했고, 줄탄핵, 입법 폭주·예산 폭거로 정부의 기능을 마비시켜 왔다”며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정부 기능을 마비시키는 데 그 권한을 악용한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붕괴시키는 국헌 문란에 다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거대 야당이 북한 지령을 받은 간첩단과 사실상 똑같은 일을 벌인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내란 혐의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특히 의원 체포 의혹에 관해선 “의원들을 체포하고 끌어내서 계엄 해제를 늦추거나 막는다 한들 온 국민과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는데 그 다음에 뭘 어떻게 하겠냐”고 했다. 그러면서 “거대 야당은 제가 독재를 하고 집권 연장을 위해 비상계엄을 했다고 주장한다”며 “내란죄를 씌우려는 공작 프레임”이라고 강변했다.
그는 또 “제가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면 먼저 87체제를 우리 몸에 맞추고 미래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개헌과 정치개혁의 추진에 임기 후반부를 집중하려고 한다”며 “잔여 임기에 연연해 하지 않고 개헌과 정치개혁을 마지막 사명으로 생각하여 87 체제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헌재 선고따라 파면 여부 결정 =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오후 10시 14분쯤 윤 대통령의 진술까지 들은 뒤 변론 종결을 선언하면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변론 절차가 모두 종료됐다.
헌재는 26일부터 본격적인 평의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8명의 재판관들은 평의를 통해 탄핵 여부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주심 재판관의 검토 내용 발표를 거쳐 표결로 결정하는 평결을 한다. 헌재가 이날 선고기일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이전 두 대통령 탄핵심판 사례를 고려하면 변론종결 약 2주 뒤인 3월 중순 탄핵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다만 오는 27일 헌재가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의 임명 보류와 관련한 권한쟁의심판 선고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마 후보자의 합류 여부에 따라 선고 시점이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헌재가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가 타당해 윤 대통령이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을 했다고 인정할 경우 대통령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한다.
반면 탄핵소추 사유가 인정되지 않거나, 헌법·법률 위반이 중대하지 않다고 보면 탄핵소추를 기각하고 윤 대통령은 즉시 직무에 복귀한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