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1분기 0%대 성장률”…추경 홀로 외면하는 여당

2025-02-26 13:00:35 게재

국민의힘 ‘선 조기집행 후 추경 검토’ 주장

민주당 “규모·내용 모두 협상 가능, 신속히”

실업률 3%대로 급등 예고, 자영업자 고통 가중

4월 말 1분기 성장률 발표, 책임론 제기 가능성

1분기 성장률이 0%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는 등 고용 등에서 서민들의 어려움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여 추가경정예산안 논의를 기피하는 여당에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질 전망이다. 1분기 성장률이 조기 대선 과정에서 발표될 가능성이 높아 ‘추경 회피’ 정당에 대한 심판 여론이 강해질 수 있다.

26일 홍성국 민주당 최고위원은 “한국은행에서 내란 사태에 따른 국내 성장률 추락을 인정하고 확인했다”면서 “10조원 이상의 빠른 추경으로 경기 추락을 일단 막는 게 중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추경편성의 규모 못지않게 속도가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자영업자 사업 실적 악화 25일 서울 한 건물 상가에임대 광고가 붙어 있는 모습. 한편 한국경제인협회가 자영업자 5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지난해 자영업자들의 매출, 순이익 등 사업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한국은행은 올해 실질성장률 전망치를 1.5%로 낮췄다. 지난해 11월에 예상했던 1.9%에서 비상계엄과 트럼프 2기 출범을 거치면서 0.4%p 낮아졌다. 비상계엄 여파 등을 고려해 지난달 약식으로 재전망한 1.6~1.7%보다도 0.1~0.2%p 떨어졌다.

당시 한국은행은 추경 규모로 15조~20조원을 언급하면서 성장률 전망치 발표를 고려해 추경 편성은 빠를수록 좋다고 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추경편성)시기 면에서는 가급적 빨랐으면 하는데 발표가 늦어지면 각 전망기관은 전망에 반영하기 어렵고 경제 심리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빠른 추경편성’을 합의하는 데 실패했고 성장률 전망치는 ‘경고대로’ 대폭 낮아졌다.

여당이 ‘민주당의 대선용 추경’이라며 논의 자체를 거부한 영향이 크다. 민주당은 35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제시하며 규모와 내용에 대한 협상 여지를 열어놨지만 국민의힘은 추경 편성에 대한 입장 자체가 다소 불투명한 상황이다. 초반에는 ‘선 조기집행, 후 추경 검토’를 주장했다가 최근에는 2조원 규모의 AI(인공지능) 추경에 동의한다는 입장과 함께 전제조건으로 지난해 예산을 일방 삭감한 민주당의 사과와 예산안 원상 복원을 걸기도 했다. 지난 18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의 추경 편성 원칙은 가장 절실한 곳에 먼저 쓴다는 핀셋 추경”이라며 “반도체와 인공지능, 원전 등 미래 산업을 위한 연구개발 예산 강화도 시급하다”고 말한 바 있다. 시기와 규모,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셈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은 조기 집행을 열심히 하는 게 더 중요하다”면서 “당에서는 소상공인 지원 등 추경에 필요한 소요들을 파악해 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추경을 하겠다는 내용이 계속 왔다갔다하기 때문에 합의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면서 “편성은 정부와 합의가 돼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요가 정확히 필요한 곳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 편성해도 3월 하순은 돼야 가능할 것”이라면서 “소상공인 포함 민생분야, AI 등 미래산업지원, 통상 지원 등 방향만 협의해고 구체적인 편성은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1분기 경제가 비상이다. 한국은행은 전기 대비 1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0.2%로 예상하면서 “미 관세정책 예고 및 정치 불확실성에 따른 심리위축, 날씨 등 일시 요인의 영향으로 당초 예상 0.5%를 하회할 전망”이라고 했다. 상반기 성장률은 전년 동기대비 0.8%로 내다봤다. 서민들의 체감경기와 밀접한 고용이 크게 악화될 전망이다.

상반기 중 건설투자는 전년 동기대비 6.7%나 감소하면서 고용 악화를 부추길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5.5%)보다 더욱 가파르게 추락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실업률은 3.2%로 치솟고 취업자수는 9만명에 그쳐 지난해 상반기 22만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곧바로 민간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심화시킬 전망이다. 올 상반기 민간소비증가율은 1.0%로, 지난해 상반기와 같은 수준에 머물고 지난해 전체(1.1%)에 비하면 0.1%p 낮은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의 1분기 성장률 속보치는 올 4월 25일께 나올 예정이다. 3월 중순에 탄핵심판 결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되면 곧바로 2달간의 조기 대선이 펼쳐지는데 4월 하순은 대선 경쟁에서 가장 치열한 시점이다. 이때 나오는 추락한 성장률 성적표는 고스란히 추경을 거부한 여당에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대선용 추경’이라며 반대해온 여당에게 성장과 고용 추락에 따른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내수 침체가 장기화되고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으며, 고용 여건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며 “주요 기관들은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도 분명하다. 여야 국회의 초당적 협력이 절실하다”며 “‘국회·정부 국정협의회’에서 추가 재정 투입에 대해서도 조속히 의미 있는 결과를 기대한다”고 했다.

박준규·박소원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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