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장-미생물 연결 건강인식
장내미생물 균형이 뇌와 신체 건강 좌우한다
고지방식·스트레스, 장내미생물 생태계 교란 … 질병과 건강관리 새로운 모델 주목
그동안 뇌와 소화기관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되면서 ‘뇌와 소화기관이 복잡하게 연결돼 있다’는 인식이 ‘뇌-장축(brain-gut axis)’이라는 개념으로 발전했다. 최근에는 장내미생물의 중요성이 더해지면서 ‘뇌-장-장내미생물축(brain-gut microbiome axis)'이라는 개념으로 확장해 긴밀한 상호관계를 확인하고 새로운 건강 접근이 생기고 있다. 예를 들면 위식도역류질환, 기능성소화불량증, 과민성장증후군 등 기능성 위장관장애의 병태생리는 △위장관 운동기능 이상 △내장과민성 △감염 △염증 △장내미생물의 변화 등이 중요한 기전으로 생각되고 있다. 뇌-장-장내미생물의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들이 이어지면서 감각이상 운동기능 변화 자율신경계와 중추신경계의 통합된 활성과 장내미생물의 상호작용의 결과로 위장관 증상이 발생한다는 생물정신사회적 모델이 제시되고 있다. ‘뇌-장-장내미생물축’이라는 관점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질병관리와 건강관리 인식 등을 공유한다.
최근 과학적 연구결과는 뇌와 장 그리고 장내미생물이 상호 신호전달시스템을 갖추고 어느 한쪽에서 어느 문제가 발생하면 그 문제가 시스템으로 전달돼 과민성장증후군이나 비만, 신경정신학적 질환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25일 김나영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뇌-장관-장내미생물축’ 논문에서 “많은 전임상 내지 임상 연구들은 뇌-위장관-장내미생물간 양쪽 방향에서의 상호 연관성을 보여주고 있다”며 “장내미생물은 신경 내분비 면역신호전달체계를 통해 중추신경계와 긴밀히 연락하고 있음이 밝혀졌다”고 소개했다.
에머린 마이어 미국 오펜하이머 스트레스 및 회복력 연구소장은 저서 ‘세컨드 브레인’에서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장과 장내 미생물군은 밀접한 상호 작용을 통해 우리의 감정과 통증민감도, 사람들과 상호작용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의사결정을 좌우할 수도 있다”며 “새로운 질병 모델에 주목할 때”라고 강조했다.
◆뇌-장-장내미생물 상호작용 이해 = ‘뇌-장-장내미생물축’의 상호 작용으로 인해 한 쪽이 문제가 생기면 시스템으로 전달되어 여러 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실제 시각, 후각 등의 외부 자극이나 감정, 사고 등과 같은 중추신경계에서 일어나는 공포, 화, 슬픔, 스트레스 등이 위장관의 감각 운동 염증 분비 등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위장관 내에서 발생하는 여러가지 자극들도 중추신경계의 통증인지, 기분이나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세균불균형에 따라 과민성대장증후군 등 기능성 위장관장애가 달라질 수 있다.
김 교수가 소개한 예를 들면 스트레스 반응에 있어 처음 장내미생물의 역할이 알려지게 된 것은 동물실험에서 비롯됐다. 어렸을 때 정상적인 장내미생물이 없었던 마우스는 성장 후 정상적인 스트레스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어릴 적 하나의 균주를 넣어주면 부분적으로 정상화됨이 발견됐다.
또 어렸을 때 정상적인 장내미생물이 없었던 마우스는 뇌피질과 해마의 신경영양인자(주로 단백질)수치가 낮고 해마의 세로토닌 수용체 1A 1B의 발현이 낮다. 스트레스 반응 외 불안 우울 등 반응을 보였다.
또한 광범위한 항생제를 사용하는 경우 장내미생물의 변화와 함께 무균증 마우스와 비슷한 불안 반응을 보이다가 ‘유산균제제’를 먹이면 불안과 관련된 행동이 줄어드는 것으로 보아 장내미생물이 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트레스와 성별에 따른 영향 = 스트레스가 위장관 염증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에 따르면 스트레스가 장관 염증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점막 염증세포 특히 비만세포의 활성화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동물실험을 통해 급성 스트레스를 주게 되면 장관 투과성이 증가하고 이온 분비가 증가하며 만성정신적 스트레스의 조건을 주었을 때 장관 비만세포의 수 등이 장관 투과성의 증가와 같이 나타나는 결과를 보였다.
과민성장증후군은 뇌-장-장내미생물축의 상호작용과 관련이 있으며 장관에 감염이 생겼을 때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대조군에 비해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또 스트레스에 의해 활성화된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축이 위장관 내 염증세포와 매개물질의 증가를 유발할 수 있다.
그리고 스트레스에 대해 여자가 남자보다 취약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여자에서 스트레스에 의해 심장혈관위험인자와 스트레스에 대한 민감도를 올리는 청반-노르에피네프린 시스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기능성 위장관장애 치료제의 개발을 위해서는 이러한 기본적인 뇌-장관-장내미생물축의 남녀 차이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내미생물 생태계 보호해야 = 장내미생물 생태계를 잘 관리하는 것이 건강과 질병관리에 주요한 새 이슈가 되고 있다.
에머런 마이어 박사에 따르면 장은 몸안의 세로토닌 전체의 95%를 저장한다. 세로토닌은 장-뇌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달물질이다. 음식물이 통과하도록 장을 수축하는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수면 △식욕 △통증민감도 △기분 △총체적인 행복같은 생체기능에서도 세로토닌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로토닌은 뇌시스템의 조절에 다방면으로 개입하므로 항우울제같은 세로토닌재흡수억제제의 주요 목표물이 되기도 하다.
장내미생물은 스스로 소화할 수 없는 식품성분의 소화를 돕는다. 신진대사를 조절한다. 음식에 섞여 들어온 위험한 화학물질을 처리하고 해독한다. 면역체계를 단련하고 조절한다. 위험한 병원체의 침입을 예방한다.
장내미생물 생태계가 교란되거나 변화하는 현상은 염증성장질환, 항생제가 유발하는 설사, 천식 등 다양한 질병과 관련이 있다. 심지어 자폐스펙트럼장애 파킨슨병 같은 신경퇴행성 뇌질환에도 장내 미생물이 영향을 줄 수 있다.
가장 심각하고 많이 연구된 장내세균 불균형상태는 ‘항생제’를 처방받은 소수의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들은 항생제를 복용한 후 심한 설사와 장내 염증에 시달린다. 항생제가 정상적인 장내 미생물군의 다양성과 풍부함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장내미생물군의 다양성은 장 건강 유지에 매우 중요하다. 손상된 장내미생물군의 구조를 재정립하면 대장의 염증이 빠르게 치료되는 현상으로도 증명할 수 있다.
◆장내미생물과 뇌 질환 연관성 = 에머런 마이어 박사는 “많은 뇌 관련 질병이 인간에게 주는 고통과 의료비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때 장과 뇌의 연결성을 더 잘 이해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미국 내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지속 증가했다. 1966년 아동 1만명 중 4.5명 발생에서 2010년 만 8세 아동 68명 중 1명으로 크게 늘었다. 2014년 미국 국가건강면접조사에서 미국 아동의 2.2% 즉 58명 중 1명은 자폐스펙트럼장애 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
신경퇴행성질환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30년 미국 내 파킨슨환자는 1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알츠하이머환자는 2050년 2013년 기준의 3배인 140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장내미생물은 우울증과도 관련이 있다. 우울증 치료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약은 프로작, 팍실, 셀렉사같은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다. 이 약들은 정신의학계에서 오랫동안 뇌에만 존재한다고 믿었던 세로토닌 신호전달체계의 활동을 촉진한다.
하지만 이젠 장 내 세포에 몸속 95%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장내 미생물과 미생물의 신진대사로 생긴 물질이 우울증의 심각성과 지속 기간뿐만 아니라 발병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조 연구를 통해 확인된다면 특정 식이요법을 포함한 더 효과적인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장건강이 뇌건강 좌우한다 = 만성스트레스로 인한 장반응과 고지방 식단이 합쳐지면 염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고지방식단을 피하고 채소 발효음식 해초류 어류 등 균형 잡힌 식단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장내미생물의 다양성과 회복력을 높이는 역할을 할 것이다. 프로바이오틱스 보충제는 장내미생물군이 생산하는 대사산물을 변경해 장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에머런 마이어 박사는 “과학은 말한다. 식단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활방식을 함께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내미생물의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스트레스, 화, 불안과 같은 것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서 특정 식이요법 같은 단순한 방법 하나가 장내미생물군을 최적화하리라 기대하면 안된다.
한편 과식은 두뇌 기능 손상 위험을 높이기에 적게 먹기(소식)가 권장된다.
제임스 굿윈은 저서 ‘건강의 뇌과학’에서 “소식은 노화가 두뇌 세포에 미치는 피해를 예방한다”며 “메시지는 분명하다. 적게 먹어라. 그 기준은 적어도 하루 한번은 배고픔을 느낄 정도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과식했을 때 세포 내 에너지 생산공장인 미토콘드리아는 피해를 입히는 많은 활성산소를 배출한다. 활성산소는 세포가 만들어내는 정상적인 산물이지만 지나치게 많으면 신진대사를 파괴한다.
제임스 굿윈은 과식행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간헐적 단식’을 알린다. 간헐적 단식을 하게 되면 탄수화물 대신 지방이 태워지고 기억력이나 학습 인지 기능 개선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행하는 방법은 1일 중에는 12시간동안은 먹지 않는 것이다. 1주일 중에는 5일은 정상적으로 12시간에 내 식사를 마치고 2일은 1000~500칼로리 정도로 줄이는 것이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