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유산 제도 정비 필요”
법제 정비에 관한 연구 발표“관계자 권한 인정·조화 중요”
디지털 저작물이 증가하는 가운데 디지털 유산의 경우는 온라인서비스 운영자별 정책에 따라 처리되고 있을 뿐이어서 관련 법률 정비가 필요하다는 연구가 나왔다.
4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지난달 27일 연구성과 발표회에서 ‘디지털 유산 법제 정비에 관한 연구’를 윤해성 선임연구원이 발표했다고 밝혔다.
윤 연구원은 발표에서 “사후 디지털 재현 서비스 등이 이루어지고 그 활용 범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사망자나 유족·상속인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사자 관련 인격표지에 대한 통제권을 유족이나 상속인에게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디지털 유산은 개인이 온라인상에 남긴 디지털 흔적을 말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블로그, 미니홈피 등에 남긴 사진 영상 일기 댓글이 있고 파일이나 게임아이템, 사이버머니도 포함된다.
지난해 12월 제주항공 참사 당시 유족들이 고인의 정보를 IT 기업에 요구했지만 업체들은 국내 개인정보 보호정책 등을 이유로 유가족들에게 이를 전달할 수 없다고 한 사례가 있다.
당시 네이버와 카카오는 “현행법상 고인의 비공개 정보를 유가족에게 제공하는 것에 명확한 법적 기준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유족이 요청하면 사망자 계정의 삭제 처리는 가능하다고 밝혔다.
윤 연구원은 현행 민법 제1005조 등에 따르면 디지털 파일, 게임아이템, 사이버머니 등 전자적 가치표시수단 같은 디지털 유산은 상속성이 긍정되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격적 가치만 갖는 디지털 정보의 경우는 상속성이 부인되는데 관련 법률도 이에 대한 통제권을 규율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윤 연구원은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의 약관이나 정책에 의한 통제에 방치하기보다는 사망자와 일정한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통제권한을 인정하는 규율 검토가 요청된다”고 제안했다.
사례로는 독일의 경우 연방대법원 판례를 통해 디지털 유산의 상속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경우는 47개주 이상에서 디지털 유산에 대한 별도의 표준법제를 마련해 놓고 있다고 밝혔다.
윤 연구원은 “생전에 디지털 정보에 대한 승계 및 관리주체를 선택하는 약관을 두도록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의무를 부담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