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 제때 필까? ‘꽃샘추위’에 지자체 불안

2025-03-19 13:00:34 게재

광양매화 30% 개화, 방문객 줄어

지자체, 변덕스런 날씨에 노심초사

3월 중순에 눈이 내리는 등 변덕스런 날씨 탓에 봄꽃축제를 준비하는 지자체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미 봄꽃축제가 시작된 남부지역에선 꽃이 제대로 피지 않아 차질을 빚고 있고 축제 일정을 속속 확정한 수도권 지자체들은 제때 개화할지 불안해하고 있다.

19일 전국 지자체들에 따르면 전남 광양시는 다압면 섬진강변에서 지난 7일부터 16일까지 10일 간 매화축제를 개최했으나 개화율이 30% 수준인 상황에서 막을 내렸다.

광양시에 따르면 올해 축제기간 방문객 수는 38만5000여명으로 지난해(50만3000명)보다 11만8000명이나 줄었다.

부산 경남 등 봄꽃축제를 앞둔 지자체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경남 창원시는 벚꽃 개화시기 예측이 어려워지자 올해 ‘진해군항제’ 시기를 이달 28일로 늦췄다. 지난해에는 3월 22일 개막했다.

창원시는 주말부터 기온이 오른다면 축제 시기에 맞춰 개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산 강서구청은 오는 28일부터 30일까지 ‘낙동강 30리 벚꽃축제’를 열고 사상구도 같은 기간 ‘낙동강 제방 삼락벚꽃축제’를 연다. 그러나 두 지자체 모두 18일 눈이 내리는 등 변덕스런 날씨에 ‘꽃 없는 벚꽃축제’가 될까봐 걱정하고 있다.

유채꽃 축제는 기후 온난화로 생육이 부진해지면서 연기 또는 취소되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부산 낙동강 유채꽃 축제’를 개최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강원도 삼척은 매년 3월말 개최하던 ‘맹방유채꽃 축제’를 올해는 4월 초로 미뤘다.

충북 옥천군의 경우 4월 열기로 한 ‘옥천 향수 유채꽃 축제’를 취소하거나 연기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지난해 10월 유채 씨앗을 뿌렸으나 대부분 얼어죽어 이달 초 새로 파종했는데 축제 전까지 제대로 개화할지 몰라 애만 태우고 있다.

수도권 지자체들도 대부분 벚꽃축제 일정을 정했다. 서울 영등포 여의도 봄꽃축제는 4월 4~9일로 예정됐다. 경기 안양시는 충훈부에서 오는 4월 5~6일 벚꽃축제를 열기로 했고 부천시는 그보다 한주 늦은 4월 10~13일을 벚꽃축제기간으로 정했다. 같은 수도권이지만 벚꽃축제 일정이 제각각이다. 변덕스런 날씨 탓에 개화시기를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3월 들어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20도까지 오르며 봄이 빨리 오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17일 밤 대설특보가 발효됐다. 서울에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가장 늦은 대설특보였다.

안양시 관계자는 “산림청 개화예측지도 등을 참고해 축제추진위원회에서 일정을 정하는데 개화시기 때문에 매년 고민이 많다”며 “축제에 임박해 한파가 한차례 더 오면 개화시기를 빗겨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안양시는 지난해 벚꽃축제를 3월말로 잡았으나 꽃샘추위 탓에 꽃이 제대로 피지 않아 차질을 빚은 바 있다.

부천시 관계자도 “진달래나 복숭아꽃, 튤립 등은 개화기간이 긴편이라 괜찮은데 벚꽃은 한주 정도라 개화시기를 맞추기 어렵다”며 “재작년엔 축제 때 비가 와서 벚꽃이 다 떨어지는 바람에 낭패를 봤다”고 말했다.

봄꽃축제를 준비하는 지자체 관계자들은 “기후변화 탓에 갈수록 개화시기 맞추기가 어렵다”며 “그야말로 하늘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곽태영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