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칼럼

트럼프의 반지속가능 정책, 모두를 패자로 만든다

2025-03-20 13:00:03 게재

중세 유럽의 지도제작자들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아서 위험한 미개척지를 ‘용이 살고 있는 곳’이라 표시했다. 용은 영웅담에 자주 등장하지만 오페라나 소설 등에 코믹한 동물로 표현되는 경우도 있었다.

최근 포천지는 트럼프의 관세정책에 관한 논평기사에서 트럼프가 조만간 용에게 결투를 신청할 것이며 그 후에 일어날 일은 그가 가장 잘 하는 일 즉, 승리를 선언하고 날이 큰 칼을 내리고 도망칠 것이라고 풍자했다. 트럼프 관세정책의 논리와 결과 예측은 어렵지만 몇 가지 유추는 가능하다.

관세가 거의 유일한 경제 및 산업정책

첫째, 관세가 거의 유일한 경제 및 산업정책 수단이며 그 동기는 무역적자 개선을 통해 미국이 다시 제조업 강국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다.

트럼프는 적대국인 중국뿐 아니라 유럽, 캐나다 등과 같은 동맹국들도 악의적으로 미국을 이용하여 막대한 무역적자를 누린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과장된 엄포를 통해 다양한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고 가기 위한 트럼프의 사업가적 전술이라 생각했던 사람들도 이제 “관세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는 그의 생경한 표현이 진심이라 믿는다.

하지만 신뢰에 기초한 장기적인 협력관계는 아랑곳하지 않고 힘을 이용해 협박하는 장사꾼 기질은 여전하며 캐나다 그린란드 및 가자지구 영토 주권에 관한 그의 태도와 발언은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그리고 잘못된 통계를 언급하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 그가 올해 초 세계경제포럼 등에서 언급한 무역적자 수치는 자존감 강한 사람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는 미국의 4대 무역파트너인 중국 EU 캐나다 멕시코와의 무역적자 합이 2조달러가 넘는다고 하였지만 사실은 7000억달러다.

둘째, 그는 고율관세를 통해 무역적자가 해소되고 동시에 외국 기업이 관세를 피해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겨서 미국내 제조업이 살아날 것이며 따라서 고용도 창출될 것이라 말한다. 그에게는 관세가 거시경제정책이자 고용정책이며 동시에 산업정책인 셈이다.

그러나 그 유효성을 뒷받침하는 경제이론이나 역사적 증거는 없다. 상대적으로 온건했던 미국의 1930년 고율관세 정책은 대공황의 한 원인이 됐다는 평가가 많다. 비정상적 관세가 근본적 경쟁력 강화를 가져오기는커녕 물가인상 및 소비 위축으로 인한 경제침체와 함께 세계무역 퇴조로 이어져 모든 국가가 패자가 되는 게임이다. 관세가 국내 제품가격에 전가됨으로써 가장 고통받는 계층은 저소득층 소비자들이다.

셋째, 평생을 바쳐 학문과 산업발전을 위해 일해 온 전문가에 대한 경외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으며 그의 정신세계나 가치관에는 정의와 평등, 미래세대를 위한 배려 등이 깃들 자리가 없다.

우방국들과의 연대를 유지하는 리더십을 통해 정치 및 경제의 패권을 유지하는 전통적인 미국의 외교 및 정치 방식은 최소한 20세기 후반 이후 성공적이었음에도 이제 퇴색되고 있으며 미국은 리더십을 잃고 있다. 정치와 외교적 리더십이 없는 미국경제가 얼마나 장기적으로 성장할지 의문이다.

한국기업들 현명한 경영전략 수립해야

넷째, 트럼프는 명분 싸움에서도 패자의 길을 가고 있다. 최소한 대외 정책의 명분으로 세계 무대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통한 환경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달성한다는 공동의 노력을 포기함으로써 더 이상 미국은 국제 사회에서 존경받는 위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기후변화협약이나 세계보건기구 탈퇴 등으로 미국이 장기적으로 기후변화나 기타 환경 및 사회적 이슈를 잘 관리함으로써 국제적 협상력과 경제적 이익 추구의 잠재력을 포기하고 있다. 오히려 화석연료 산업으로 회귀하고 있는데 전기차 이차전지 등의 보조금 혜택을 받는 지역이 공화당 우세 지역이 더 많다는 사실과 관세정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해고의 고통을 받는 미국인들 중 다수가 취약한 노동자 농민 등 트럼프 지지자들이라는 점이 실소를 자아낸다.

러시아와 중국 등이 자유진영과 대립하며 글로벌 영향력을 확장하려 하는 가운데 미국의 광기어린 행보가 오히려 그것을 정당화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하고, 중국이 이런 틈을 이용하여 글로벌 사회에서 리더십을 확보할 여지를 주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미국 국민은 자신들의 선택의 결과를 감내해야 하지만 이를 바로잡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 물론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의 상황이 한국과 다르지만 트럼프는 미국의 윤석열이 되고 정치평론가들이 한국의 선례를 언급할 것이다.

트럼프의 반지속가능 정책이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공동노력을 뒤바꿀 수는 없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변할 수 없는 인류의 명제다. 한국 기업들도 현명한 예측에 기초하여 경영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하지만 어쩌면 미국보다 한국의 차기 정권에 더 관심을 가지고 전략계획을 수립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SDG연구소 소장

인하대학교 ESG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