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반면교사 삼아야 할 관세전쟁 후의 미국

2025-03-20 13:00:02 게재

미국이 계란 파동에 이어 소고기 가격 충격에 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관세전쟁을 선포하며 기세 좋게 세계 각국을 포격했지만 정작 미국 내부의 속사정은 그다지 평탄한 것 같지 않다.

한국을 상대로 소고기 시장 추가 개방 압력을 넣던 미국은 결국 한국산 계란을 수입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충남 아산에 있는 계림농장은 조류 인플루엔자 유행으로 계란 가격이 폭등한 미국에 이달 초 특란 20톤을 수출했다. 국내 업체가 미국에 계란을 수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마당에 미국에서는 소고기 가격 급등으로 햄버거 가게가 문을 닫는 일까지 벌어졌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16일(현지시간) “미국인들은 계란뿐 아니라 소고기 부족 상황에도 직면해있다. 소고기 가격이 꾸준히 상승해온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농축산물에 대한 관세 부과를 예고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미국에서 다진 소고기 가격은 1파운드(453.6g) 당 5.6달러에 달한다. 2020년 1월 대비 45% 오른 가격으로 일반 물가 상승률의 두배에 육박한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올해 1월 미국에서 사육되는 소는 약 8670만마리로 1년 전 약 8720만마리에서 50만마리 가량 줄었다. 1951년 이후 74년 만에 최저 규모다. 이에 반해 미국인들의 햄버거와 스테이크 소비량은 줄지 않아 2023년 이후 미국은 소고기 순수출국에서 순수입국으로 전환했다.

이런 상태라면 미국은 곧 한국산 소고기를 수입하게 될지도 모른다. 자국내 소고기 수출길을 열려다가 되려 자국 보호망까지 걷어버리는 꼴이 된 것이다. 미국은 지난해 살아 있는 소 200만마리, 소고기 46억파운드(약 21억㎏)를 수입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차제에 한국 농축산물 공급망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한우 사육 마릿수는 347만4000마리로 전년 대비 4.8% 감소했다. 평균 소비량보다 약 30만~40만마리가 많아 정부 주도로 감축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쌀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쌀 생산량은 358만톤으로 약 30만~40만톤이 남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4년간 연평균 31만톤의 쌀을 매입할 정도로 생산량이 많다고 한다.

수요와 공급을 맞추느라 매년 상당한 예산을 투입하는 상황을 보면 생산량 조정은 일부 불가피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금 공급량이 많다고 생산을 줄이는 정책만 펼칠 경우 미국과 같은 상황에 처하면 수입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게 된다.

특히 축산물의 경우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 파동을 겪으면 물가폭등이 일어난다. 쌀은 식량주권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지금 생산량이 많다고 논을 파기하는 것은 위험한 정책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김성배 산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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