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몰려 주가 21배 뛴 리게티 컴퓨팅
미 정부 27억달러 지원 받아

한달 전인 11월 19일 주당 1달러였던 주가는 올해 1월 2일 2100% 상승해 사상 최고가인 21.42달러(약 3만1200원)를 기록했다. 이후 주가가 급락, 현재는 고점 대비 55% 하락한 상태다. 비슷한 시기 양자 관련 대표주자인 아이온큐도 작년 8월 7달러에서 올 1월 6일 약 500% 오른 37.97달러(약 5만5,278원)로 최고가를 찍었다.
시장 관계자들은 1달러도 안되는 관련 ‘동전주’를 찾는 서학개미들의 심리가 리게티의 주가를 부추겼다고 말하기도 한다.
리게티는 2013년 채드 리게티(Chad Rigetti)가 설립한 양자 컴퓨팅 기업이다. 예일대학교에서 양자 컴퓨터 연구를 수행하고 IBM의 양자 컴퓨터 개발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를 창립했다. 리게티는 초전도체 기반 양자 컴퓨터를 개발하며, 관련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상용화하기 위한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2019년 리게티는 구글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온라인 오류보정(Quantum Error Correction)을 성공적으로 입증하며 기술적 진보를 선보였다. 2024년 10월에는 영국의 리버레인(Riverlane)과 협력해 84큐비트 안카-2 시스템에서 실시간 저지연 양자오류수정 기술 시연에 성공했다고 밝혔고, 이어 12월엔 퀀텀 머신즈와 함께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양자 컴퓨터 자동 보정’ 시스템 구현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자동보정은 양자칩 확장시 발생하는 수많은 매개변수를 자동으로 최적화하는 연구로, 양자컴퓨팅과 인공지능(AI) 간 접점이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정부가 국가양자이니셔티브법(NQIA)을 제정해 양자컴퓨팅 발전에 27억달러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고, 미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양자비즈니스이니셔티브(QBI) 프로젝트를 수천억 달러 규모로 진행하는 등 유리한 여건이 형성돼 있다. 엔비디아가 리게티와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실적 발표 후 리게티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8.44% 하락하며 7.49달러에 마감됐다. 회사 경영진은 본격적인 상업적 성공을 거두기까지 최소 4~5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슈퍼컨덕팅 기반 칩렛 방식을 통한 양자컴퓨터의 확장성 확보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리게티의 앞길에는 몇가지 리스크도 있다. 우선 IBM, 구글 같은 거대 기업과의 경쟁 속에서 의미있는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지 회의론이 있다. 최근에는 중국의 오리진퀀텀이 72큐비트 양자 컴퓨터를 공개하는 등 경쟁사들의 기술 발전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다.
리게티의 초전도 기반 양자컴퓨팅이 아이온큐의 이온트랩이나 광양자(Photonics) 등 경쟁 기술을 제치고 시장의 표준이 될지도 여전히 불확실하다.
여기에 리게티는 연간 5000만~6000만달러의 현금을 소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 성장세가 예상보다 낮으면 추가 증자와 이에 따른 주가 희석이 불가피하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리게티 주가가 기대만큼 시장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