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최고 여성 갑부, 3일만에 5조원 날려

2025-03-20 13:00:01 게재

정치리스크 따른 증시 폭락에 직격탄

75억달러 순자산이 36억달러 반토막

지난 18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IDX) 건물에 종합주가지수(IHSG)가 표시된 전광판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인도네시아 주식 폭등과 폭락을 한꺼번에 경험한 이 나라 여성 갑부의 이야기를 전했다.

인도네시아 최대 데이터 센터 운영업체인 'DCI 인도네시아'의 회장 마리나 부디먼(사진)은 순자산이 75억달러(약 11조원)까지 도달한 인도네시아의 최고 여성 부자다. 지난 18일 인도네시아 증시의 ‘검은 화요일’ 전까지 부디먼의 순자산은 3주일 동안 매일 약 3억5000만달러씩 불어났다. 2월 중순부터 시작된 증시 랠리 속에 DCI 인도네시아 주가도 연일 상한가를 기록한 덕이다.

결국 부디먼은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Bloomberg Billionaires Index) 기준으로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부유한 여성으로 등극했다.

DCI 인도네시아는 매출이 1억달러에 불과하지만 이 회사 주식 가치는 시가총액 170억달러 수준까지 급증했다. 주가수익비율(PER)이 416배로 뛰어오르면서 동종업계 최고를 기록한 것.

마리나 부디먼 회장. 사진 DCI인도네시아 홈페이지
그러나 18일 인도네시아 주가 폭락 사태가 터지며 부디먼은 단 3일 만에 36억달러(5조2000억원)를 날리며 순자산이 반토막 났다.

이날 증시는 주가지수 급락에 거래 중단 사태까지 발생했다.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IDX)의 모든 상장 종목을 대상으로 하는 자카르타종합주가지수(JKSE)는 장중 5% 이상 떨어져 오전 11시 20분께 30분 가량 거래가 일시 중단됐다. 거래 재개 후 지수는 낙폭을 더 확대해 장중 한때 7% 넘게 폭락, 지수가 6011.84로 2021년 9월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19일에도 JKSE는 6284.17에 머물렀다.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7910.56까지 올랐던 지수가 반년 만에 20.5% 하락했다. 블룸버그는 정치적 리스크를 이번 주가 폭락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연 5% 수준의 견조한 성장률을 보이던 인도네시아 경제는 지난해 10월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전임자인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작은 정부’ 정책과 달리, 수비안토 대통령은 정부 지출을 늘리고 있다. 특히 46억달러 상당(약 6조70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무상급식 정책과 300만채의 주택공급 정책 등 선거운동 시절 내걸었던 핵심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무리수를 남발하고 있다는 평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올해 정부예산은 국내총생산(GDP)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 재정에 돌입하는 것이다. 수비안토 대통령은 국채 발행량을 확대하고, 국영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을 지시해 부족한 세수를 충당할 것으로 보인다.

불안정한 재정 상황에서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내고 있는 인도네시아 재무부장관 해임설까지 나오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최근 3주일 새 인도네시아의 국채금리는 폭등했고, 화폐 가치는 폭락했다. 달러당 루피아값은 같은 기간 동안 1만5500대에서 1만6500대로 떨어져 1998년 외환위기 수준까지 추락했다.

우량기업들의 주가와 화폐가치가 덩달아 하락하자 인도네시아 증시를 지탱하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 들어 16억5000만달러(약 2조4000억원)를 순매도하며 주식시장을 떠나는 모습이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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