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결정 지연, 테러 위협·체포 경고·분신 등 극단화 부추겨
대통령 부재 100일 앞 … 탄핵 기각 불안·기대 뒤섞여
“할 수 있는 건 다 한다” … ‘말’에서 ‘행동’으로 옮겨가
“양 진영 임계점 넘어서 헌법재판소 빠른 선고가 해법”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늦어지면서 탄핵 찬성과 탄핵 반대 진영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테러, 체포, 분신 등 극단적 표현과 행태들이 나오는 등 물리적 충돌이나 위해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탄핵 기각을 기대하는 보수진영과 이를 불안해하는 진보진영의 갈등이 첨예하게 행동으로 부딪힐 수도 있다. 민주당 등 탄핵 인용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은 다 한다”는 입장이다. 극단적 불안감이 어떤 방식으로 발현될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인 정성호 의원은 “헌법재판소가 정치적인 이유로 탄핵심판 선고를 이렇게 계속 미루게 되면 국민 분열만 가중되고 양 극단의 충돌 가능성까지 배제하지 못하게 된다”면서 “민주당은 헌법재판소의 경우엔 공격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제는 점점 헌법재판소 존재 필요성이 없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최장기간 진행되고 있다. 탄핵 심판 최종 변론을 지난달 25일 종결한 후 3주가 넘도록 평의를 진행 중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의 경우 변론 종결 이후 선고까지 각각 14일과 11일이 걸렸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이미 100일이 넘었고 다음 주로 선고일이 넘어가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헌재에 접수된 지 100일을 넘게 된다. 100일이상 대통령 직무정지 기한이 이어지는 셈이다.
그러면서 양극단의 대치강도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 서로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나 악성 비난이 이미 제어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올라가 있다. 여기에 ‘무력’ 충돌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테러 위협’이 나왔다. 이미 한 차례 생사를 오가는 테러에서 목숨을 건진 이 대표는 경찰에 신변보호 조치를 요구했고 방탄복을 입고 활동하고 있다. 국회 국방위 소속 허 영 민주당 의원은 “저뿐만 아니라 관련된 많은 의원들과 여러 정보 라인을 통해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암살 계획 제보들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뿐만 아니라, 헌재 판결 이후에 야당 정치권 주요 인사나 헌법재판관들 또 향후 형사재판 과정에 있어서 담당 판사들에 대해서도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미 비상계엄 사태로 헬기의 국회 착륙과 무장군인들의 국회의사당 침투, 주요 인사에 대한 체포와 구금 명령 등이 비상계엄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확인됐고 추미애 민주당 내란진상조사단장은 육군이 지난 12월에 시신을 임시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영현백을 대량 조달했다며 구체적인 수치까지 공개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전날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하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위헌적 행동을 비판하면서 “헌법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행위는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며 “지금 이 순간부터 국민 누구나 직무유기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기 때문에 몸 조심하기 바란다”고 했다. 권 위원장은 이를 ‘이재명발 체포영장 발부’로 평가하면서 “개딸 동원령까지 내렸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곧바로 최 권한대행에 대한 경호등급을 올렸다.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시민의 분신 사망도 충격적이다. 그는 지난 7일 서울 중구 도시건축전시관 옥상에서 야당과 헌법재판소 등을 비난하고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내용의 유인물을 뿌린 뒤 분신을 시도했다. 이 유인물에는 ‘윤석열 대통령 만세’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지난 1월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 대통령 체포 당시 공수처가 있는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부근에서 분신을 시도한 50대 남성에 이어 윤 대통령 지지자가 분신으로 사망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민주당 의원들은 시민들로부터 계란을 맞기도 했다. 이날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신속파면 촉구 기자회견’ 도중 한 시민이 던진 계란에 얼굴을 맞았다. 백 의원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반드시 범인을 찾아주시길 바란다”라며 “개인적으로 고발 조치도 취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회견 전부터 의원들을 향해 삶은 계란, 바나나 등을 투척된 것으로 전해졌다.
탄핵을 찬성하는 진영과 기각을 바라는 진영이 ‘말’에서 ‘행동’으로 부딪히고 있다. 위험한 신호로 읽힌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더 늦어질수록 리더십 부재에 따른 무질서와 불확실성이 가세한 마찰이 더욱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한다”는 입장으로 단식, 도보행진 등을 이어가고 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양 진영이 임계점을 벗어나는 대치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은 헌재가 평의에서 속도를 내고 선고일자를 빨리 공개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