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소상공인 구조조정’ 공론화할 때다
소상공인의 삶이 악화일로다. 과열경쟁에 생산비용 상승, 소비심리까지 얼어붙은 탓이다. ‘벼랑끝’ ‘위기’ ‘죽을 맛’ 등이 소상공인을 상징하는 단어가 된 지 수년째다. 이는 각종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2023년 폐업사업자는 98만6000명이다. 비교 가능한 통계가 집계된 2006년 이후 가장 많다. 지난해 폐업자는 100만명을 넘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노란우산공제 폐업공제금도 2019년 6042억원에서 2024년 1조3908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전체 취업자에서 자영업자 비율은 19.8%를 기록했다. 이 비율이 20% 아래로 떨어진 것은 1963년 통계집계 이후 처음이다. 최근 두달간 폐업한 자영업자가 20만명이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빚을 갚지 못하는 소상공인들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신용평가기관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2024년 기준으로 개인사업자 중 금융기관 대출을 3개월 이상 연체한 이들은 1년 전보다 35% 증가한 15만5060명이었다. 이들이 갚지 못한 대출은 30조7248억원에 이른다.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서 2024년 기준 자영업자 평균 대출금액은 1억2000만원이다. 자영업자 38.4%가 1억원 이상의 대출을 안고 있었다.
벌이가 신통치 않아 폐업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국세청에 연간(2023년 기준) 소득을 ‘0원’(소득 없음)으로 신고한 개인사업자가 105만5024명이다. 월 소득이 1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개인사업자가 75.7%나 된다. 자영업자 43.6%는 실적악화와 재무부담 등으로 3년 내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발 관세전쟁은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소상공인에게 혹독한 겨울이 지속되는 셈이다.
소상공인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약한 고리다. 폐업 증가는 빈곤층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퇴로 다각화와 사회안전망 확충 등의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협업과 재도전 등 자생력을 키우는 전략도 함께 짜야 한다.
폐업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서 소요된 폐업비용만 평균 2188만원으로 조사됐다. 폐업 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 일자리와 연계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중장기적으로 취약한 사회안전망 확충에도 지혜를 모아야 한다.
특히 정부의존형이 아닌 스스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도록 협업이나 협동화가 필요하다. 정부는 규모화를 유도하고 여기에 디지털기술을 접목하는 정책을 펼치면 어떨까.
골목상권도 치열한 경쟁이 작동하는 시장이다. 소상공인 정책기조가 복지가 아닌 자생력이어야 하는 이유다. 개별 소상공인 지원중심인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그 첫발은 지금까지 금기어였던 ‘소상공인 구조조정’을 공론화하는 데 있다.
김형수 산업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