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4·13 총선 | 여기가 승부처다 - 서울 강서병

'30년 토박이' 통할까 … 야권분열에도 판세 팽팽

2016-04-11 11:25:16 게재

서울 강서구병은 올해 지역구 조정으로 기존 강서갑 지역인 등촌2동·화곡본동·화곡4·6동과 기존 강서을 지역인 가양3동·등촌1동·염창동이 합쳐진 신생 선거구다. 최근 조사를 보면 강서병은 '초경합세'다. 새누리당 유영(68)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한정애(51) 후보를 근소하게 앞선 가운데 국민의당 김성호(54) 후보가 뒤를 쫓고 있다.

KBS와 연합뉴스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7일 발표한 여론조사(19세 이상 500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4.4%p) 결과에 따르면 유 후보는 30.4%, 한 후보 27.8%, 김 후보가 16.9%다. 조사만 보면 유 후보가 야권분열의 덕을 본 셈이다.

한 후보와 김 후보는 이달 초 후보단일화에 합의했으나 김 후보 측이 '당 지침'을 이유로 조건변경을 요구하면서 무산됐다. 양쪽 다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다"며 여지를 남겨두고 있지만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강서병은 새누리당이 오차범위 내에서 근소하게 앞서고 있으며 야권 후보 단일화 시에는 야권이 앞서지만 역시 오차범위 접전을 벌일 것으로 보이는 곳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간의 합의가 막판에 중단된 가운데 총선이 불과 2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유영,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국민의당 김성호 후보(기호 순). 사진 각 후보 캠프 · 이재걸 기자


◆유 "풍부한 행정경험 강점" = "저처럼 바보같은 사람이니까 (강서에) 나오는 겁니다(웃음).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피해갈 곳이에요."

9일 유세현장에서 만난 새누리당 유영 후보는 강서에서 정치 입문해 30년을 이 지역에서 보냈다. 1988년에는 민정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평민당 이원배 후보에게, 1992에도 출마했다가 민주당 박계동 후보에게 패했다. 득표율은 30%를 넘어서지 못했다. 그러다 1995년 민선 1기 강서구청장이 되고, 2002년에도 민선 3기에 성공하면서 7년간 강서지역을 돌보며 행정경험을 쌓았다. 유 후보에게 강서병은 험지다. 젊은 세대의 유입이 많고, 전통적으로 야당 지지세가 높다는 것. 화곡본동의 경우 역대 선거에서 야당이 늘 10% 이상 이겨왔다는 설명이다.

유 후보는 "저로선 최대한 (민심을) 밑바닥에서 끌어올리고 있다. 야권 후보들은 기분이 안 좋을 수 있다"면서도 "아직도 3%p 뒤지고 있다고 본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유 후보는 "이 지역 핵심현안은 교통과 교육"이라며 △서부지역 광역철도 건설 △발산역~강서구청사거리~등촌역 지하차도 건설 △화곡본동 중학교 신설, 염창지역 특목고 유치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한 "부동 지지층 의사표명 분명해져" = 같은 날 만난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후보 쪽도 최근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경합세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유는 유 후보 쪽과 다르다. 조사가 집전화로 이뤄진 만큼 보수적인 성향의 응답이 많은 게 통상적인데 오차범위 내 접전이면 실제투표 가중치가 있으리라는 것이다.

한 후보 쪽은 공천 이후 실시한 내부조사를 고려하면 지지율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으며 다자대결을 고려해도 경합우세라고 설명한다. 한 후보는 "분위기도 상승세"라며 "(선거가) 종반을 향해 가니 부동 지지층 의사표명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후보는 한국노총 공공연맹 수석부위원장, 세계여성위원회 동아시아 지역 대표위원으로 활동해 온 노동·여성 전문가다. 거주지 강서을을 중심으로 지역관리를 해 왔다. 그는 "기존 갑 지역은 사실 '초짜'지만 직능단체, 강서구 전체 오피니언 리더와 쌓아 온 관계가 큰 도움이 된다"며 "특히 기존 을 지역 지지자 중 많은 수가 자발적으로 기존 갑에 사는 지인들을 방문, 지지를 호소해줘 힘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성사 직전까지 갔다가 무산된 단일화 합의에 대해 한 후보는 "야권 지지층의 요구가 높았는데 매우 아쉽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당초 양 후보는 여론조사 50%, 배심원제 50%를 혼합한 방식으로 단일후보를 결정키로 합의했다. 그런데 발표 하루 전 김 후보가 중앙당 지침을 근거로 △정당명을 삭제하고 △인물 지지도가 당 지지도보다 떨어지면 감점을 주는 (단일화) 여론조사를 요구하면서 합의가 중단됐다.

한 후보 쪽은 이미 논의가 끝난 사항을 번복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후보 쪽 관계자는 "김 후보는 16대 국회의원으로 지금도 이름만 대면 아직도 더민주 의원인 줄 아는 사람이 많다"며 "꼼수"라고 주장했다. 한 후보는 "합의가 끝내 되지 않으면 유권자들이 표로 단일화시켜 줄 것"이라며 "새누리당 과반을 저지할 당은 더민주 뿐"이라고 강조했다.

◆김 "12일까지 협상 여지" = 국민의당 김성호 후보도 할 말이 있다.

이날 사무소에서 만난 김 후보는 "호남은 경쟁, 수도권은 단일화라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 단일화 물꼬 트기 위해 가장 먼저 선언했고 잠정합의까지 했다"며 단일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전국에서 합의된 모든 단일화 경선 설문조사는 당 이름 없이 했다는 게 중앙당의 지침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합의를 중재한 시민사회단체를 통해 정당명을 넣은 조사와 넣지 않은 조사를 병행하자는 추가제의를 보냈지만 거절당했다"며 "더민주의 통합은 진정한 의미가 아니라 정치공작"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12일까지도 협상의 문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국민의당 바람이 호남에서 수도권으로 북상했다. 그 바람을 후보 지지로 연결시키기 위해 지상전·공중전을 동시에 치르고 있다"이라며 다자대결에서도 자신있다고 했다. 지역은 발로 뛰고, 16대 때부터 구축해 둔 14~15만 개의 데이터베이스를 적극 활용해 유권자들을 열심히 설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서울에서 국민의당 정당·후보 지지율이 같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을 들며 "우리 지지층 70%는 더민주, 30%는 새누리에서 온다. 더민주는 여당 몫을 못 가져온다"며 "국민의당 후보만이 새누리당을 이길 수 있는 서울 제1야당"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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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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