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 선발 이원화는 '과거회귀'

2015-08-25 10:23:55 게재

일본, '저소득층 배려'한 예비시험 옛 사시 답습 문제만

기존 사법시험을 존치시켜 현행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제도와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은 사법시험의 폐해를 줄이겠다는 로스쿨 도입 취지를 무색케 한다는 지적이다.

이미 유사한 방식을 채택한 가까운 일본의 경우 법조인 선발을 이원화가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이 2013년 5월 법무부의 의뢰로 펴낸 '각국의 변호사자격 취득절차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경제적 약자' 배려 등을 이유로 변호사자격 취득 절차를 이원화했지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2011년부터 옛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우리나라 로스쿨과 유사한 신사법시험 제도를 본격 시행했다. 옛 사법시험이 매년 합격자수가 제한되고 합격률이 2~3%로 극히 낮은데다 수험기간이 장기화돼 폐해가 크다는 문제 때문이었다.

그러다 '경제적 사정'이 나쁘거나 이미 사회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은 사람을 배려한다는 이유로 같은 해 로스쿨 교육과정을 대체하는 '예비시험'을 추가로 도입했다. 로스쿨에서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예비시험을 치르면 신사법시험 응시자격을 줌으로써 진입로를 둘로 나눈 것이다.

그런데 보고서에 따르면 예비시험은 도입 후 기존의 취지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부작용을 키웠다는 평가다.

먼저 법과대학원 수료자와 같은 수준의 능력을 평가하려다보니 시험 난이도가 옛 사법시험 수준으로 어려워졌다. 예비시험 합격률이 2011년 1.8%, 2012년 3.0%로 매우 낮게 나타나 옛 사법시험의 병폐였던 고시낭인 양산이 재연될 우려가 제기됐다.

경제적 약자를 위한 제도로 자리잡지도 못했다는 지적이다. 2011년 일본 예비시험 합격자 중 대학 재학생 비율이 절반에 가까운 44.98%였으며 이들의 예비시험 합격률이 92.9%로 압도적이었다. 저소득층 등을 위해 만든 창구가 실제로는 우수한 법학과 출신 학생들이 로스쿨 '우회'방안으로 악용됐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이원화 정책이 로스쿨제도의 도입취지를 훼손했다는 점이 문제로 꼽혔다. 일본 로스쿨 도입은 시험점수 중심에서 "과정을 중시하는 법조양성"으로 법조를 개혁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예비시험 도입으로 로스쿨 과정 수료 없이 법조인이 될 수 있게 해두다 보니 공들여 만든 로스쿨이 와해되는 위협에 처했다는 분석이다.

박종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 상황에서 사법시험 제도를 2017년 이후에도 계속 존치시키면 실무현장에서 양쪽 출신 변호사가 계속 병존할 경우 출신 차이에 따른 나뉨현상이 생겨날 수 있으며 사법연수원 유지 비용문제도 고려해야 한다"며 "사법시험 존치방안보다는 변호사시험 일원화의 방향이 더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로스쿨제도의 문제점을 해소할 방안으로 사시존치·병행을 제시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당초 로스쿨 도입이 논의된 것이 대학교육 황폐화, 다양성 취약, 고시낭인 양산 등 사시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였는데 로스쿨에 문제가 있다고 다시 사시존치를 논하는 것은 과거 회귀라는 것.

최환주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은 "선진국 중에서 법조인 선발제도를 투트랙으로 병행하는 나라는 없다. 일본은 최종적으로 신사법시험을, 미국은 최종적으로 변호사시험을 합격해야 한다"며 "보다 나은 법조인 양성제도로 일원화해야지 이원화해 경쟁시키겠다는 것은 법조인이 되려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겠다는 말밖에 안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도 로스쿨 출신과 연수원 출신의 대립이 상당하다"며 "사법시험이 존치되면 소외된 경제적 약자가 합격하는 게 아니라 로스쿨로 진학하지 않는 서울대생들이 대부분 합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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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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