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치구 '회의문화' 달라졌다

2016-10-27 10:36:53 게재

나열식 업무보고, 상명하달식 지시 없애

간부회의 서류 없애고, '끝장토론'도

효율성 높이고 창의적 논의공간으로 변화

# 서울 금천구는 이달부터 국장 이상 간부회의인 월요간부회의를 '스탠딩'으로 바꿨다. 서로가 얼굴을 맞대고 얘기를 나누면서 그만큼 의견 전달과 상호토론이 수월해졌고 회의시간은 짧아졌다.

# 서울 양천구는 지난 20일 과장급 이상 참여하는 확대간부회의를 영상회의로 진행했다. 별관이나 동주민센터는 물론 본청 간부들도 자기 자리에서 회의를 하면서 이동시간과 회의준비 부담이 크게 줄었다.

서울 자치구가 업무공유 토론 중심으로 회의문화를 바꿔가고 있다. 금천구는 국장급 이상이 참여하는 회의를 스탠딩으로 진행한다. 사진 금천구 제공


서울 자치구 회의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부서나 국별로 자료를 마련해 업무보고를 하고 구청장이 듣다가 지시사항을 전하는 기존 방식에서 탈피, 토론에 무게를 싣고 회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금천구는 소회의실 책상을 높이고 의자를 없애 간부들이 서서 마주보며 이야기할 수 있게 꾸몄다. 다리에 자극을 주어 두뇌회전이 빨라지는 스탠딩 회의 장점을 활용, 전달식보다 토론식 회의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자료 없이 회의를 진행, 국별 주요 현안을 논의하고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에 열리는 확대간부회의 안건을 정한다. 부서장과 동장 등 5급 이상 전체 간부가 참여하는 확대간부회의 역시 우수사례나 현안업무 발표·토론 방식을 도입, 심층토론을 강화했다. 매주 금요일은 '회의 없는 날'로 정하는 한편 회의는 1시간 이내로 제한, 직원들이 잦은 회의로 인해 받는 압박감을 줄였다.

서초구와 동작구는 ㄷ자형 좌석배치부터 원형으로 바꿔 확대간부회의를 한다. 서초구는 민선 6기 들어 매달 두차례 열리는 확대간부회의를 현안 점검과 정책개발 방식 난상토론으로 진행한다. 민간위탁·대행사업 발전방향 등 특정 주제를 정해 집중토론을 하는 이른바 '계급장 뗀 끝장토론'이다.

동작구는 기존 회의방식을 유지하되 정보공유와 토론을 통한 내실·소통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첫째주는 보고안건에 대해 구청장을 비롯한 간부간 질의·응답과 현안에 대한 의견 교환을 추가했고 셋째주에는 새로운 사업이나 주요 정책사업 등 주제를 미리 정해 해당 부서장 주제발표 후 자유롭게 토론을 주고받는다. 보고방식 역시 일상업무나 행사성 위주 나열식이 아닌 주요 현안과 정책 쟁점 공동관심사항 등을 중심으로 요약하도록 했다. 넷째주에 열리는 통장 현안회의는 부구청장은 참석하지 않고 동별 현안업무와 현장 사례 등 자유토론 방식으로 진행한다.

관악구는 2012년부터 간부회의 분위기를 바꾸는데 주력했다. 딱딱하고 엄숙한 분위기에서는 창의력과 상상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 유종필 구청장이 TV 개그프로그램 '봉숭아 학당'같은 회의를 제안했다. 부서장 안건설명 후 구청장과 부구청장 국·과장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브레인스토밍 방식을 택했다. 2012년 책잔치 '말춤'이나 연간 10만명이 넘게 찾는 구청 1층 '용꿈꾸는 작은 도서관' 작명 등이 봉숭아학당 결과물이다.

은평구는 지난해 7월부터 수요간부회의를 자료 중심 보고방식에서 주제에 대한 상호 토론으로 개선했다. 사회 문화 인문 시사 지역현안 등 주제를 정하고 회의 말미에 다음 주제를 정한다. 1년간 적응기간을 거치고 지난 7월부터는 주제별로 현장을 방문해 주민들과 함께 회의를 한다. 가치 공유에 현장 행정을 더한 셈이다.

공무원들은 새로운 회의방식이 소통과 공감대 형성, 업무 효율성으로 이어진다고 입을 모은다. 한 자치구 간부공무원은 "공무원사회가 크게 변화하지는 않았지만 회의분위기가 부드러워지고 토론에도 익숙해졌다"며 "다른 부서 업무에도 관심을 갖고 보다 큰 틀에서 보게 된다"고 말했다. 또다른 자치구 공무원은 "일반 직원들도 간부회의에 관심을 갖고 지켜봐서인지 공부를 열심히 하고 회의에 참석하는 것 같다"고 평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지금은 최고경영자(CEO)가 아닌 최고파괴자(Chief Destruction Officer)가 각광받는 시대"라며 "급변하는 행정환경 속에서 관행에 안주하지 않고 창조적 파괴를 통해 변화를 선도해나갈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유종필 관악구청장은 "부서간 장벽 없는 회의를 통해 창의력 상상력이 넘치는 정책이 생산되고 있다"며 "소통과 공유에 능숙한 조직문화를 만들어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이끌어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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