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실물이전 시대 | ② 업권별 경쟁 치열

수익률 높은 금융사로 퇴직연금 자금 이동 가능성 높아져

2024-10-15 13:00:24 게재

실적배당형 상품 증가 …· ETF 성장세 확대

은행·보험도 ETF 출시 등 라인업 확대 박차

이달 말 시행 예정인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를 앞두고 고객 유치를 위한 금융권의 경쟁이 치열하다. 올해 말로 4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퇴직연금의 대규모 자금 이동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실적배당형 상품 투자가 증가하면서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은행과 보험업권에서도 ETF 출시 등 라인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각 금융사의 퇴직연금 운용 실적, 수익률, 수수료 등을 자세히 살펴봄과 동시에 자신의 투자 성향과도 잘 맞는 곳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어떤 금융사를 선택할까에 대한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의 비중이 확대되고, 실적배당형 상품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는 추세 속에서 수익률 제고를 위한 퇴직연금 사업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수익률 증권 7.1% 은행 4.8 보험 4.5% =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체 퇴직연금 전체 상품의 금융 업권 중 수익률은 높은 실적배당 상품과 위험 추구 상품을 구성하고 있는 증권사의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증권사의 퇴직연금 적립금 연간 수익률은 7.11%로 은행(4.87%)과 생명보험 (4.37%), 손해보험(4.63%) 업종의 수익률을 웃돌았다. 최근 5년 평균 기준 수익률도 증권사는 2.9%로 가장 높았고, 생보 2.3%, 은행 2.2% 순이다.

퇴직연금 적립금액 비중은 은행이 51.8%로 과반 이상을 차지하며 전통 강자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음으로 증권(22.7%), 생명보험(20.5%), 손해보험(3.9%) 순이다.

최근 5년 평균 성장률을 살펴보면,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은 15.2%의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증권은 올해 2분기 기준 퇴직연금사업자 증권사 14곳의 퇴직연금 운용 금액 총합은 전년 동기대비 18.82% 증가한 94조512억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보험 업종의 운용 금액 증가율(6.62%)과 은행 업종의 증가율(15.50%)을 훌쩍 뛰어넘는다.

업권별 수수료는 은행(0.412)이 제일 비싸고 생명보험(0.333), 증권(0.325), 손해보험(0.306) 순으로 나타났다.

◆취급 상품 많은 증권사 더 유리 = 금융투자업계는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시행으로 취급 상품이 많고 수익률 면에서 월등히 앞선 증권사들이 타 업권보다 유리할 것으로 전망했다. 증권사는 은행보다 다양한 투자 상품을 제공하면서, ETF의 경우 최대 700개까지 투자가 가능하다.

하지만 은행에서는 100~170여개의 ETF만 거래가 가능한 수준이다. 또한 증권사의 퇴직연금 계좌에선 주식과 같이 실시간으로 ETF 거래가 가능한 만큼 퇴직연금 계좌를 은행에서 증권사로 옮길 경우 투자 편의성 높아질 수 있다.

퇴직연금 적립금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원리금보장형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최근에는 실적배당형 상품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특히 실물이전이 가능한 확정기여형(DC), 개인형퇴직연금(IRP)의 경우엔 실적배당형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DB: 6%, DC: 22.7%, IRP 27.7%)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낮은 수익률에서 보다 높은 수익를을 원하는 투자자들로 인해 실적배당형 운용상품 비중이 점자 증가하면서 ETF 성장세도 두드러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 등 일부 증권사에서는 연금 자산 내 ETF 비중이 펀드를 앞서기 시작했다.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퇴직연금 실물 이전으로 ETF 투자는 더 확대될 전망”이라며 “옮겨갈 금융사에서 기존 금융사에 있던 상품을 취급하지 않으면 이전이 불가하기 때문에 취급 상품이 많은 증권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퇴직연금 시장, 수성이냐 빼앗느냐 '전쟁'= 업권별 퇴직연금 수익률에 따른 환승 우려에 은행권에서는 퇴직연금 마케팅 전쟁이 치열하다. 은행은 퇴직연금 고객 대상으로 상품권 증정, 여행 할인, 무료 보험과 같은 부가서비스를 확대하며 입지를 다지고 있으며, 박은빈, 아이유, 안유진, 이정하 등 대형 모델을 앞세운 홍보전도 강화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실물이전 제도를 기회로 삼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 하반기 인공지능(AI) 기반 로보어드바이저(RA) 일임 서비스 본격 시행하며 업계 1위 자리를 더욱 공고히 할 계획이다. 지난달부터 실물이전 사전상담을 신청한 고객들에게 GS모바일 상품권(3000원)을, 실물이전 예약을 신청한 고객들에겐 맥도날드 빅맥버거세트를 제공하고, 오는 31일부터 IRP와 DC형 실물이전을 100만원 이상 완료한 고객들에게 신세계 모바일 상품권 3만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8월 업계 최초로 ETF 적립식 자동 투자 서비스를 퇴직연금 계좌까지 확대한 바 있다. IRP 이전을 완료한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LG전자 스탠바이미(3개), 네스프레소 버츄오 플러스(20개) 등을 경품으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증권도 IRP 계좌 이전을 예약한 고객에게 추첨을 통해 커피 쿠폰을 지급하고, 1000만원 이상 자산을 이전하면 백화점 상품권 3만원을 전원에게 지급한다.

KB증권은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시행에 맞춰 내년 1월 31일까지 ‘팔지않고 옮긴다! 퇴직연금(IRP, DC) 이벤트’를 실시한다. KB증권은 실물이전 사전예약기간인 14일까지 예약을 완료한 후 이벤트 기한 내 KB증권으로 실물 이전까지 완료한 투자자에게 ‘배달의민족 상품권 5000원권’을 지급한다. 최소 이전 금액은 100만원 이상이다.

신한투자증권 역시 IRP 고객을 대상으로 사전에 현물이전 정보를 등록한 고객에게 추첨을 통해 3000명에게 치킨 쿠폰을 주고 있다.

1년 새 운용 금액이 무려 40% 가까이 증가한 한화투자증권은 기존 연금 영업팀과 연금 전략팀을 합쳐 연금본부를 만들고 연금 상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연금저축 순입금액 300만원 이상 시 최대 100만원, IRP 순입금액 300만원 이상 시 최대 3만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을 증정하는 ‘연금 모아모아’ 이벤트를 12월 31일까지 실시한다고 밝혔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김영숙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