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수정도서관

“전문성 기반으로 지역주민 요구 부응해 지속적 변화 노력”

2024-10-17 13:00:02 게재

시낭송회·공연 즐기는 ‘모두의 공간’ 호평 … 수정구 내 학교·기관과 마을 공동사업 ‘함께 크는 마을’ 추진

문화체육관광부는 16일 제61회 전국도서관대회전시회 개회식에서 2024년 도서관 운영 및 서비스 발전에 기여한 우수도서관으로 48개 기관을 선정하고 정부포상 등을 수여했다. 이날 성남시 수정도서관과 미르도서관을 운영하는 대구봉무초등학교는 각각 공공도서관 부문과 학교도서관 부문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이 외 국무총리 표창 6개관,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표창 7개관, 문체부 장관 표창 33개관이 선정됐다. 2024년 도서관 운영 유공 우수도서관 5개관을 탐방한다.

“공공도서관은 공연을 감상하고 휴식하며 체험을 즐기는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역할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지역주민들이 어떤 공간과 서비스를 원하는지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지역주민들의 요구에 부응해 변화하는 도서관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16일 방문한 한천선 성남시 수정도서관 관장의 일성이다. 성남시 수정구에 위치한 수정도서관은 지역주민들의 요구에 맞춰 끊임없이 변화하려는 노력을 평가받아 2024년 도서관 유공 우수도서관 시상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7월 8일 성남시 수정도서관 모두의 공간에서 ‘정재경 작가와의 만남’이 열렸다. 사진 수정도서관 제공

◆실감콘텐츠 즐기고 보드게임도 = 수정도서관은 성남시의 원도심에 위치해 있다. 오래된 주택 등이 많아 신도시와 달리 오랫동안 방문해온 이용자들이 많다. 또한 지역에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어 인근에 이용할 수 있는 문화시설이 별로 없는 편이다. 이에 지역주민들은 수정도서관을 자주 이용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의 기대에 부응해 수정도서관은 2022년 말 기존 시청각실을 리모델링해 ‘모두의 공간’을 새롭게 조성했다. 279.6㎡에 달하는 열린 복합문화공간으로 120~130명이 함께할 수 있는, 층고가 높고 탁 트인 공간이다. 이곳에선 클래식 공연은 물론 어린이 대상의 크고 작은 공연과 함께 시낭송회, 작가와의 만남 등 다양한 행사가 수시로 열려 늘 북적거린다.

평소엔 크고 작은 소파를 비치해 지역주민들이 편안하게 책을 읽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한다.

한 관장은 “얼마 전 모두의 공간에서 성남시립교향악단이 앙상블 공연을 했는데 지역주민들의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면서 “주민들이 바닥에 앉아 집중하면서 공연을 즐겼고 성남시립교향악단이 ‘또 초대해 달라’고 했을 정도로 전달력이 좋은 공간”이라고 말했다.

모두의 공간을 중심으로 ‘실감 놀이터’ ‘상상플러스’ ‘미디어 창작실’ 등이 조성돼 있다. ‘지역작가 체험방’과 ‘디지털 일상화 체험존’도 마련됐다. 실감 놀이터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실감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확장현실(XR)과 증강현실(AR)을 활용해 실감콘텐츠 및 AR 책과 상호작용하며 놀이를 즐길 수 있다.

상상플러스는 체스를 포함해 ‘개구쟁이 스머프 사다리 게임’ ‘우봉고’ 등 보드게임을 갖춘 공간이다. 30여종의 보드게임을 갖추고 있으며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학습만화 ‘마법천자문’ 시리즈를 비치해 천자문 AR 체험도 가능하다. 디지털 일상화 체험존도 인상적이다. 이곳에서는 키오스크 및 인공지능(AI) 로봇 등 신기술을 체험할 수 있다. 전담인력이 있어 어린이들과 어르신들이 신기술 사용을 두려워하지 않고 궁금한 점을 물어보며 체험할 수 있다.

수정도서관 ‘상상플러스’에서 보드게임을 즐기는 지역주민들. 사진 이의종

수정도서관 관계자는 “AR 책을 읽다보면 영상에서 이야기에 맞춰 다양한 미션들이 나온다”면서 “AR 영상과 상호작용하면서 미션들을 해결하면 다음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 어린이들이 굉장히 흥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디지털 일상화 체험존 외에도 수정도서관은 지식정보 취약계층 밀집 지역인 원도심의 특성을 반영해 지역주민 및 지식정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리터러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에너지 절감하는 그린커튼 설치 = 수정도서관은 기후 위기의 시대에 환경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이날 방문한 수정도서관 건물 전면에는 수세미 등으로 가꿔진 그린커튼이 설치돼 있었다.

수정도서관에 설치된 그린커튼. 사진 이의종

그린커튼은 넝쿨식물로 햇빛을 가려 여름철 실내 온도를 낮추고 미세먼지를 줄이며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몇 년 째 그린커튼을 활용해 건물 내 온도를 낮추는 등 에너지를 절감하고 재배한 식물을 활용해 다양한 환경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 외에도 입구에 텃밭을 가꿀 수 있는 화분을 두고 지역주민들에게 분양해 텃밭 가꾸기를 지원하며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수정도서관 관계자는 “그린커튼을 설치하고 텃밭을 가꾸게 지원할 뿐 아니라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서 “그린커튼에서 재배한 수세미로 만들기 활동을 하는 등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으며 사서들이 자연스럽게 식물 재배의 전문가가 되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수정도서관은 지역사회와의 협력에도 주력하고 있다. 2018년부터 수정구 내 학교와 복지회관 지역아동센터 등과 함께 ‘함께크는 마을’이라는 수정마을 공동사업을 추진해왔다. 지역 내 다양한 기관 관계자들과 함께 정기 회의를 통해 교류하고 소통하며 마을공동사업을 추진한다. 2023년에는 환경과 관련해 ‘아름다운 세상’을 주제로 수정구 내 학교 및 기관들이 함께하는 체험행사를 진행했다.

수정도서관 관계자는 “지역에서 산성마을축제 등 축제를 열고 복지관이 행사를 할 때 도서관이 참여하고 반대로 수정도서관이 행사를 할 때 복지관 등과 함께하며 마을 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다”면서 “인근 지역이 재개발되는 가운데 재개발 제외 지역이 있는데 해당 지역이 소외되지 않게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역주민 의견 반영한 브랜드 전략 = 수정도서관은 서비스와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데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고자 노력한다. 수정도서관은 ‘역사와 추억을 품고 사람을 말하다’는 의미의 ‘온고지인’ 브랜드 전략 및 중장기 발전체계를 갖추고 이에 따라 해마다 단기 과제를 수립하고 있다. 온고지인 브랜드 전략을 수립하던 2018년엔 ‘도서관 사업 TF’를 꾸려 도서관 혁신에 집중했다.

당시 지역주민 12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으며 성남시에 위치하는 작은도서관 120여개관을 만나 수정도서관에 바라는 역할을 들었다. 관련 토론회 및 전문가 워크숍 등도 열었다.

2023년엔 제1회 도서관의 날을 맞이해 시민 573명이 참여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수정도서관은 이를 기반으로 5개 분야 11개 중점 개선과제를 도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4차 도서관발전종합계획(2024~2028)과 연계한 계획을 수립했다. 또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이용자 만족도 조사 53건을 실시했다.

한 관장은 “2000년 개관한 오래된 도서관이다 보니 과거에서 현재로 뭔가를 도모하는 계기가 필요했고 백서를 만들어 온고지인 브랜드 전략을 담았다”면서 “진행하는 사업들은 모두 온고지인 브랜드 전략에 따른 것으로 수정도서관이 앞으로 40~50년 이상 해 나갈 사업들을 고민하고 도서관이 지역사회에서 역할을 하는 기반을 닦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들의 안식처가 되며 지역사회와 연대하고 협력해 공동체 활력을 높이는 도서관으로 나아가고자 앞으로도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내일신문·한국도서관협회 공동기획

성남=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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