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국제사회 비웃듯 레바논 또 공습

2024-10-17 13:00:01 게재

네타냐후 총리 “일방적 휴전 반대” … 아랍연맹 “규탄”, EU 16개국 “압박”

16일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교외 다히에에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적대 행위가 시작된 이래 레바논에서 2,350명 이상이 사망하고 10,906명 이상이 부상당했습니다. EPA=연합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이어 레바논까지 전선을 확대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폭주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만류하고 있지만 이를 비웃듯 이스라엘은 또다시 레바논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단행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16일(현지시간) 오전 레바논 남부와 베이루트 외곽의 헤즈볼라가 지배하는 지역에 대한 공습을 단행했다. 레바논 관리들은 이날 레바논 남부 나바티에 시청사 공격으로 시장을 포함한 최소 16명이 사망하고 50명 이상이 부상당했다고 밝혔다. 레바논 보건부는 또 수요일에 레바논 남부에 있는 카나에서 야간 공습으로 최소 3명이 사망하고 50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현지 헤즈볼라 사령관과 여러 다른 무장 세력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이번 공격은 최근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공개 경고를 한 이후에 벌어진 것으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압박과 만류가 전혀 통하지 않고 있음을 웅변하고 있다. 특히 이번 공습 과정에서 레바논 주둔 유엔평화유지군(UNIFIL)이 또다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유엔 관리들에 따르면 이날 카페르 켈라 근처에 위치한 유엔평화유지군은 이스라엘 방위군(IDF) 메르카바 전차가 감시탐을 향해 사격하는 것을 발견했고 이로 인해 카메라 두 대가 파괴되고, 타워가 손상됐다고 밝혔다.

UNIFIL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다시 한번 UNIFIL 진지에 대한 직접적이고 의도적인 총격을 목격했다”면서 “우리는 IDF와 모든 행위자들에게 유엔 인원과 재산의 안전과 보안을 보장하고 언제나 유엔 건물의 불가침을 존중할 의무가 있음을 상기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통해 “UNIFIL의 기반 시설과 병력은 공격 목표물이 아니다”라고 반박했지만 신빙성이 떨어진다. 지난달 말 이스라엘군과 헤즈볼라의 지상전이 본격화한 이래 현재까지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UNIFIL 대원이 이미 5명에 이르기 때문이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도 14일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남부 공격 과정에서 UNIFIL 대원들이 다친 데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유엔 평화유지군은 결코 공격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UNIFIL에 병력을 파견한 유럽연합(EU) 16개국도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이스라엘에 최대한의 정치적, 외교적 압력을 행사하기로 했다. AFP,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UNI FIL에 병력을 파견한 EU 16개국 국방장관들은 이날 구이도 크로세토 이탈리아 국방장관,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프랑스 국방장관이 주재한 화상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이탈리아 국방부는 “UNIFIL에 추가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스라엘에 최대한의 정치적, 외교적 압력을 행사하겠다는 공동의 의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또한 EU 16개국 국방장관들은 레바논에서 UNIFIL의 안정적인 주둔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동의했으며, UNIFIL 미래에 관한 결정은 유엔 내에서 공동으로 내려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이탈리아 국방부는 전했다.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등 이번 화상회의에 참가한 EU 16개국은 1만여명의 UNIFIL 병력 중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아랍권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AL)도 이스라엘 공습을 강력 규탄했다. 아흐메드 아불 게이트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16일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공습은 민간인과 주요 기반 시설을 겨냥한 무차별적인 공격”이라며 “잔인한 가자지구 시나리오를 레바논에서 재현하려는 계산된 시도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가자지구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범죄가 이뤄지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레바논에서 이런 시나리오가 되풀이되도록 방치한다면 범죄에 연루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이스라엘의 오만함이 전례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이스라엘은 이런 무차별적이고 비인도적인 군사 작전을 비판하는 유럽의 이성적인 목소리마저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도 이날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과의 통화에서 유엔평화유지군과 레바논 정부군의 안전을 위한 조처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태도는 완강하다. 갈란트 국방장관은 16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휴전 협상을 하더라도 공격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보도했다. 갈란트 장관은 이날 146예비사단을 찾아 “헤즈볼라는 큰 곤경에 처했다”며 “우리는 오직 포화 속에서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15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통화에서 “레바논의 안보 상황을 바꾸지 않고 레바논을 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일방적인 휴전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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