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미국' 재건 … 재원은 어디서 '약탈'하나

2017-01-10 10:31:23 게재

많은 전문가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가 이끌 미국의 미래를 다양하게 예측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벌어지거나 자유무역이 퇴조할 것이라는 예상이 그중 하나다.

침략과 약탈을 기본 특성으로 하는 '제국주의'적 관점에서 미국을 바라보는 이들은 트럼프 시대 미국이 또 다른 침탈을 준비하고 있다고 내다본다. 러시아계 미국인으로 공학자이자 작가인 드미트리 오러브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 '클럽오러브'에서 미국의 다음 수순을 음모론적으로 다뤄 눈길을 끌었다. 1962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난 오러브는 12살 때 미국으로 이주했다. 조국의 붕괴를 직접 목도한 그는 2000년대 중반부터 '리인벤팅 컬랩스' '소사이어티 댓 컬랩스' '이머전시 아이와시' '슈링킹 더 테크노스피어' 등 다양한 책을 펴냈다. 오러브의 글은 2회에 걸쳐 게재한다.


미 대통령 당선자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전문가들이 "과연 그 돈은 어디서 나올 것인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은 사실상 파산상태다. 지속불가능한 빚더미에 올라 있다. 현재의 미약한 경제성장으로는 늘어나는 빚부담을 따라잡지 못한다. 다양한 사기와 속임수로 금융거품을 키우고 있을 뿐이다.

 

반군이 점령하던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동부외곽 마을 '두마'에 전사자들의 묘지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일례로 미국의 자동차 구입 대출 상환기간은 차의 유효수명을 넘어선다. 또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라 중장년층의 은퇴자금은 점점 부족해지고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학자금 대출로 젊은이들은 일생동안 견습공의 외피를 쓴 노예로 전락하고 있다. 미 의료시스템은 경제 전체의 20% 이상을 잡아먹는 '돈 먹는 하마'이지만 수준은 선진국 최악이다.

이같은 문제를 고쳐보려는 시도가 여러차례 있었지만 그때마다 당파싸움으로 인한 정치적 교착상황에 발목이 잡혔다.

'위대한 미국의 재건'을 외치는 트럼프는 사회기반시설 투자와 제조업 일자리의 귀환 등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 하지만 이는 영원히 불가능한 시도다. 트럼프의 계획을 시행하려면 미국은 또 다른 빚에 의존해야 한다. 하지만 전 세계는 가능한 한 빨리 미국이 발행한 빚(채권)을 떨어내려 한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최종 대부자로서 미 국채를 계속 받아안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미 국채를 완전한 폰지사기 상품으로 만들고 있다. 하지만 폰지사기는 영원하지 않다. 위대한 미국의 재건을 위한 필요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지금, 대안은 있는가.

역사는 그 해답을 말해준다. 위대한 미국의 재건을 논하기 전에 먼저 언제 미국이 위대했던가를 살펴야 한다. 혹자는 미국의 근면함과 용기, 진취성, 정직한 거래와 혁신 등을 꼽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같은 설명은 온당치 않다. 미국이 위대했던 때는 다른 나라 다른 국민의 경제적 과실을 손쉽게 따먹었던 시기였다. 몇 가지 대표적 사례를 보자.

첫째, 미국이 대영제국을 떠나기로 한 때다. 부유한 지주들은 이를 세금반란이라고 설명하지만 그 이상의 이유가 있다. 미국으로 건너온 지주들은 민간 나포선에 막대한 자금과 장비를 대 상품을 실은 영국 배를 약탈했다. 말 그대로 해적을 부린 것이었다. 해적선 약탈은 한동안 지속됐고, 이 덕분에 건국의 기초를 다질 수 있었다.

둘째, 남북전쟁이다. 이 전쟁은 남부의 농업경제를 파괴한 뒤 저렴한 노동력과 원자재를 북부 산업으로 이전하는 과정이었다. 당시 전쟁을 경험한 이들의 자손 상당수는 전쟁 종료 150년이 지난 현재도 그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혹자는 노예해방이라는 인권적 측면을 강조하기도 한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흑인들은 지속적으로 노골적인 멸시와 탄압을 받고 있고, '마약과의 전쟁' 등에서 태생적 범죄자라는 은밀한 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점을 보면 구실에 불과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남북전쟁 전 흑인노예 숫자보다 현재 감옥에 갇힌 흑인 재소자의 숫자가 더 많기도 하다. 남북전쟁은 산업적 이익을 확보하기 위한 역사상 첫 전쟁이자 동족상잔이었다.

셋째, 20세기 초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미국은 독일의 막대한 전쟁배상금을 이익의 원천으로 삼았다. 미국은 경제적 번영을 배경으로 도시문화와 대중문화를 급속히 발전시켰다. 재즈와 광란을 특징으로 한 미국의 1920년대는 '광란의 20년대'(Roaring Twenties)로 불릴 만큼 번영과 환락이 극에 이른 시대였다.

그뿐 아니었다. 미국은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소련)에 대항하는 대리국을 만들려는 장기적 목적에서 독일이 파시즘의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을 방관했다.

넷째, 1941년 마침내 미국의 오랜 염원이 실현됐다. 나치의 히틀러가 소련을 침공했다. 미국은 소련이 곧 굴복할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독일의 패색이 짙어지면서 미국이 직접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전쟁 후 미국은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참화가 또 다시 닥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유대계 자금과 금이 미국으로 쇄도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미국은 군수산업을 소비재산업으로 부드럽게 전환할 수 있었다. 미국의 경쟁상대는 없었다. 유럽 주요국의 산업기반이 철저히 파괴됐기 때문이다.

다섯째, 1991년 소련이 붕괴하자 미국은 전면적인 약탈을 위해 자문단을 파견했다. 미국은 소련의 공적재산을 강제수용하는 형식으로 부를 챙겼다. 미국이 타국, 타국민의 재산을 막대한 규모로 약탈한 것은 소련 붕괴가 마지막이었다. 미국이라는 이름의 제국은 생명연장의 꿈을 이뤘다.

이후의 약탈은 소소한 규모였다.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집요했다. 이라크를 침공해 사담 후세인을 제거하고 금과 보물을 가져갔다. 리비아를 침공해 무아마르 알 카다피를 제거하고 금을 가져갔다. 2014년엔 은밀하게 우크라이나 쿠데타를 조직했다. 외국인 용병들은 시민에게 발포했고, 친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망명했다. 미국은 야음을 틈타 우크라이나 금을 비행기에 싣고 갔다. 미국은 각종 테러단체를 훈련시키고 무장시킨 뒤 시리아에 들여보냈다. 하지만 주지하다시피 이번엔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처럼 미국은 소련 붕괴 후 전 세계 각지에서 여러 차례 제국주의적 침략본성을 드러냈지만 이전처럼 '위대한 미국'을 만들 정도의 대규모 약탈 기회는 잡지 못했다. 그렇다면 감당할 수 없는 막대한 빚에 짓눌리고 있는 '가여운' 초강대국의 다음 수는 무엇일까.

▶"'트럼프호의 미국, 사우디를 겨냥할까' 로 이어짐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김은광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