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서 만든 금투세, 윤석열정부서 유예 또 유예?

2024-09-20 13:00:18 게재

<금융투자소득세>

민주당 내부 “증시하락 리스크 다 떠안게 된다” 우려

2년전 윤석열정부·여당 ‘2년 유예 주장 이유’와 같아

김민석 ‘3년 이상 유예’ 제안, ‘대선 전엔 미실시’ 의미

2022년엔 “주가 하락 우려 증거 있냐”던 민주당, 돌변

2020년 문재인정부에서 도입된 금융투자소득세가 윤석열정부 들어 2년간 유예된 가운데 이제는 ‘폐기’ 위기에 놓였다. 정부와 여당은 ‘폐기’ 입장을 내놓았고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기존 입장과 달리 ‘유예’ 의견이 빠르게 확산되는 분위기다. 금융투자세 도입으로 주가하락을 우려하는 일부 개인투자자들의 목소리에 민주당의 ‘원칙’이 무너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금투세 도입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고 원칙대로, 예정대로 일부 보완하면서 내년부터 금투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는 반면에 배당소득까지 금융투자소득에 포함시킨다거나 상법을 우선적으로 고쳐야 한다는 등 제도 개선을 먼저 해야 한다는 등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면서 “현재는 단순히 금융투자세를 시행한다, 안한다는 데에 집중돼 있지만 일본과 같이 전반적으로 자본시장 밸류업과 과세 문제를 같이 보면서 다뤄야 하는게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사견을 전제로 “4년 정도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을) 늦추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고위원 중에는 이언주 의원이 ‘유예’를 공개적으로 표현했고 전날엔 김민석 최고위원이 ‘3년 유예’ 의견을 내놨다. 김 최고위원은 “증시활성화로 자산증식을 보장하고 개미투자수익을 높여 중산층을 두텁게 해야 한다. 계층이동 사다리를 넓히는 ‘개미연대 개혁부양노선’”이라며 “금투세 시행을 3년 유예하고 코스피 4000 등 적정목표 달성여부를 유예만료 시점에 판단하고 실시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2500포인트대의 현재 코스피지수가 크게 오르지 않는 한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은 무기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년 전 민주당은 ‘유예 반대’ = 민주당 내부의 이같은 주장은 2년 전 윤석열정부, 국민의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2022년 말에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첫 예산안 편성과정에서 정부가 제시한 ‘금융투자소득세 유예’에 대한 강하게 반발했다.

당시 정부는 “국내외 경제상황과 투자자 보호제도 마련의 선행 필요성 등을 고려하여 시행을 2년 유예한다”고 제안했다.

2022년 11월 22일 기획재정소위에서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거시경제와 금융시장 변동성이 굉장히 확대된 상황이고 또 투자자의 보호장치도 우선 정비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2년 유예하는 정부 원안을 의결해 달라”면서 “국회청원이 지금 한 5만명에 달할 정도로 많은 분들이 금융투자세 유예를 원하는 상황이라는 것과 또 최근에 은행연합회나 금투협회에서도 2년간 유예를 했으면 한다는 얘기를 밝힌 바 있다”고 했다. “전산시스템 구축에도 아직 조금 미비한 기관들이 있기 때문에 그들이 좀 더 준비할 시간을 줘야 될 것 같다”고도 했다. 2년이 지난 현재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이다. ‘금투세 전면 폐지 요청에 관한 청원’도 6만9184명이 동의해 지난 6월에 상임위에 올라와 있는 상황이다.

◆정부 “좋은 제도라도”, 국민의힘 “개미 피눈물, 누가 책임질지” = 고광효 세제실장은 “금투세(는) 아주 좋은 제도”라며 “그런데 좋은 제도도 시장이 안 좋을 때 도입을 하면, 시장상황에 따라서 좋은 약도 때에 따라서 잘……그러니까 상황에 따라서 도입을 해야 된다는 입장”이라며 “금투세는 과세 시스템을 구축하다 보니까 펀드분배금을 배당소득으로 일원화하는 문제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은 민주당 주도의 임대차 3법과 노무현정부의 종합부동산세를 예로 들며 “아무리 좋은 음식도, 아무리 좋은 약도 투약하거나 먹을 시기가 있는 것”이라며 “너무 빠르거나 너무 늦거나 그러면 소용이 없거나 결국은 큰 해악을 끼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계 전망도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로 힘들고 굉장히 어려운 시기”라며 “꼭 이 시간에 이렇게 해 가지고 결과적으로 수많은 개미들 그리고 국민들에게 피눈물 나게 하면 그 결과를 누가 책임질지”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 고용진 의원은 “정부와 여야가 시행하기로 합의한 것을 자꾸 유예하는 게 좋은 선례가 아니다”면서 “(유예하려면)충분한 이유와 근거가 있어야 된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이 법안을 다루면서 지금 증시 상황이 좋으니까 지금이 금융투자소득세를 도입할 적기다라고 얘기한 적이 있느냐. 단 한 번도 없다”며 “증시가 좋으니까 이 법안을 진행해야 되고 증시가 안 좋으면 진행하지 않아야 되고, 이런 논리가 어디 있느냐. 원칙적으로 맞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라는 것은 정부가 주장하는 그냥 설이다. 아무 것도 근거가 없다”면서 “여야가 머리 맞대고 (결정)했던 것이고 정말 현존하고 앞으로 닥칠 것 같은 분명한 위협이 아니라면 이것은 우리가 이 법의 취지를 살려서 진행을 하는 게 맞다”고 했다.

진선미 의원도 “금융이나 주식시장의 불안정성이나 안정성을 지금 이 시점에 누가 다 담보할 수 있겠느냐”며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때도 그게 시행되는 2023년에 어떤 상황일거라고 추측하고 법을 도입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문재인정부 실패를 반면교사? = 민주당의 입장이 일부 바뀐 데는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개미투자자들의 표심을 의식한 ‘정무적 판단’으로 읽힌다.

처음으로 유예시기까지 못 박은 김 최고위원의 ‘3년 이상 유예’는 대선 전에는 시행하지 말자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김 최고위원은 “시행 이후 증시하락의 리스크를 다 떠안게 된다”며 문재인정부의 최저임금정책, 부동산정책과 같은 ‘과거 오류의 반복이냐는 프레임에 갇힐’ 우려를 제기했다. “과세정의의 당연한 원칙조차도 심리적 저항감을 불러일으키는 면이 있다”고도 했다.

민주당은 오는 24일 유튜브로 생중계하는 찬반토론을 갖고 당론 확정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담은 정부의 소득세법 개정안은 예산부수법안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돼 이번 정기국회에서 결론을 내야 하는 만큼 민주당의 ‘선택’에 관심이 모아진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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