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의원 88%는 분만 안해”
2023년말 분만취약지 72개 시군 … 박희승의원 “지역 분만 인프라 확충해야”
산부인과 의원이지만 분만을 하지 않은 곳이 8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만취약지를 없애는 과제가 제기된다. 관련해서 보건복지부는 분만취약지역 지원사업 공모중이다.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희승 의원(더불어민주당·남원장수임실순창)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국 1316개 산부인과 의원 중 심평원에 분만진료를 하고 받는 수가(의료행위의 대가)를 청구하지 않은 곳은 1163곳으로 나타났다. 10곳 중 9곳 정도가 분만진료를 하지 않은 셈이다.
이는 산부인과 진료과목으로 활동은 하지만 여성질환과 관련된 분야 위주로 진료하고 실제 분만 진료는 하지 않는 의원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이런 비율은 2018년 82.2%, 2019년 84.3%, 2022년 86.5% 등으로 높아지는 추세다.
특히 전남과 광주지역에서는 2022년 이후 분만수가를 청구한 산부인과 의원은 한곳도 없었다.
기초지자체 중에서는 전체 분만 의료기관(의원 외 병원, 종합병원 포함)의 올해 7월까지 분만 수가 청구 건수가 월평균 1건도 되지 않은 곳도 10곳이나 됐다. 대구서구 경기안양만안구 강원영월군·태백시 전북고창군·김제시 전남고흥군·완도군 경북포항남구 경남하동군 등이다. 이들 지역에서는 출생아 수 자체가 적거나 분만 의료 인프라가 더 잘 갖춰진 곳에서 원정 출산을 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전국의 분만 의료기관은 올해 425곳으로 2018년 555곳에서 130곳이 줄었다. 4곳에서 7곳으로 늘어난 세종을 제외하고는 전국 광역시도 모두에서 감소했다.
종합병원이지만 산부인과가 운영되지 않은 곳들이 있었다. 전국의 100병상 이상 종합병원 331곳 중 산부인과가 설치되지 않은 곳은 11.5%인 38곳이었다. 의료법상 100~300병상인 종합병원은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중 3개 진료과목을 갖춰야 한다.
박 의원은 “저출생이 심화하고 의료사고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보니 분만을 받지 않으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임산부에게 불편을 줄 뿐만 아니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관련해서 보건복지부는 분만취약지 분만산부인과 지원사업 3차 공모 중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산부인과 없는 시군구가 계속 증가해 전국 250개 시·군·구 중 산부인과가 없거나 산부인과가 있어도 분만이 어려운 시군이 72개나 된다. 산부인과 의료기관이 없는 지역 22곳, 산부인과가 있으나 분만실이 없는 지역 50곳이다. 특히 농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분만을 받을 수 있는 산부인과가 감소하고 있다.
분만산부인과 지원사업은 분만 의료 서비스가 취약한 지역에 시설·장비·운영비를 지원해 안정적인 분만 인프라를 구축한다. 분만취약지(A,B,C 등급) 중 3개 시·군을 대상으로는 분만산부인과 신규 설치·운영지원 및 외래산부인과 신규 설치 각각 1개 시·군이다. 전국 광역시·도는 분만취약지 시·군 내 의료기관(병·의원, 보건의료원) 1개소를 사업수행기관으로 선정한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