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차별이 불러온 '유리천장'
2017-08-23 11:01:03 게재
2008년 이후 성별사업체분리 심화
여성노동자, 저임금 중소기업에 밀집
"인턴 10명이 남자 6명에 여자 4명이었어요. 50%가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남자 3명에 여자 2명이 될 거라고 기대하게 되는데, 사실상 남자 4명 여자 1명 뽑히는 구조였어요. 남성은 남성인 게 스펙인거죠"
취업 과정에서 여성들이 흔히 겪는 성차별 사례들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 격차가 큰 우리 경제 상황에서 여성들이 고임금 직장에서 배제되는 취업 현실이 '유리천장'의 원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국민의당 김삼화·더불어민주당 한정애·정의당 이정미 의원, 국회 아동·여성·인권정책포럼은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남녀고용평등의 법, 유리천장을 깨자'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여성 경제활동에 대한 사회적 제약 정도를 의미하는 OECD 유리천장지수를 보면 한국은 OECD 평균 60점에 크게 미달하는 24점으로, 29개국 중 29위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영미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별직종분리' 대신 '성별사업체분리'가 국내 유리천장의 구조적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자료 분석을 통해 "성별직종분리는 90년대 이후 크게 변하지 않았고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이고, 성별직종분리가 남녀임금격차를 설명하는 정도 역시 큰 변화가 없다"며 "2008년 이후 급속하게 강화된 성별사업체분리가 남녀임금격차의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위기 이후 기업들이 잘게 쪼개지고 영세·소규모업체가 증가하면서 여성들이 저임금사업체에 집중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기업 규모에 따른 임금격차가 점차 증가해온 가운데 여성들이 남성에 비해 중소규모 사업장에 더 많이 몰리게 됐다"며 "OECD 최고 수준인 젠더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의 노동시장은 분리의 극복이라는 과제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대기업 여성과 중소기업 여성은 상당히 다른 형태의 차별적 환경에 직면해 있다"며 "전자는 배치 차별을, 후자는 직접적 임금 차별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여성이 차별을 딛고 어렵게 대기업에 들어가더라도 주요업무에서 배제되는 식의 차별을 받게 되고, 여성들이 밀집된 중소기업에선 공적 제재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노골적인 임금 차별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대기업 부문에선 여성 신규입직을 늘리고, 남녀 간 근속년수의 차이를 줄이며, 여성들이 주변적인 업무로 배제되지 않도록 인사관리를 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중소기업 부문에선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이 지켜질 수 있도록 근로감독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구체적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신동화 기자 eas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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