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현안은 | 서울 서대문구 '신촌 박스퀘어'

노점상을 자영업자로 … 신촌역 명물상가

2018-03-23 10:43:26 게재

컨테이너 건축물에 청년점포도 입주

보행로는 시민에 … '도시재생' 효과

"취임하면서부터 고민했죠. 다만 폭력적으로 철거하지 않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대화와 타협으로 풀겠다는 원칙은 공유했어요." 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은 "노점상을 위한 점포를 어떻게 만들까 고민했다"며 "연세로 대중교통지구를 신촌역까지 확장시키는 셈"이라고 말했다.

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이 신촌역 앞에 들어설 박스퀘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서대문구 제공


서울 서대문구가 경의중앙선 신촌역 인근에 노점상을 자영업자로 만드는 명물상가를 추진하고 있다. 컨테이너 상자를 조합해 만든 3층 건물에 노점상과 청년 점포가 입주해 수제맥주나 독특한 안주류 등을 판매하는 먹거리 중심 상가다. '상자(box)로 만든 광장(square)'이라 해서 '박스퀘어'라 이름 붙였다.

지방정부발 소득 주도 성장 = 지하철 2호선 이대역에서 이화여대 정문에 이르는 230m 거리에 늘어선 노점을 둘러싼 주민간 갈등에서 출발했다. 포장마차 형태로 운영하는 노점상이 학생들 통학로를 막아서는데다 교통흐름을 해치고 안전을 위협한다며 정비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일방적으로 노점을 정비하는 물리력은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문석진 구청장은 "연세로 거리점포처럼 만들까 검토도 했는데 짧은 구간에 43개 점포를 배치하려면 아예 차도와 보도 사이에 성벽이 생기게 된다"며 "같은 방식은 안되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구에서 판매대를 제작·보유하고 도로사용료와 임대료를 부과, 전매나 임의로 확장하는 문제점을 차단하는 형태다.

이화여대측에서 '공간이 있다면 컨테이너 상자를 활용하자'고 제안, 대강의 디자인까지 제시했다. 대현동 신촌기차역 쉼터를 대상 부지로 정했다. 구에서 소유한 땅인데다 단체 관광객을 태운 대형버스 하차지점이라 유동인구가 많다. 현재 전기선과 통신선을 땅 속에 묻고 부지를 평탄하게 고르는 작업까지 마무리됐다. 3층짜리 건물에 사용될 컨테이너 제작도 끝나 조립과 디자인 작업만 남아있다.

건물 내 60여개 점포에는 노점상과 청년이 입주하게 된다. 떡볶이와 닭강정 등으로 편중된 기존 차림표를 수제맥주나 안주류 원두커피 등으로 특화한다. 지역에 연고를 둔 유명 요리사 3명이 사회공헌 차원에서 재능기부 약속도 했다. 노점상 단독으로 영업 구상이 어려운 경우 청년과 짝을 맺어줄 예정이다. 전국의 청년들을 대상으로 노점상을 포함한 '1+1' 창업안을 공모해 우수한 제안을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옷매무새나 조리법 등 점포운영 기법에 더해 경영컨설팅 등도 지원한다.

구에서는 이색적인 행사를 통해 '고객'을 모으는 역할을 하게 된다. 현재 상인들은 성공 가능성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다. 구는 우선 희망자 15명에 공간을 내준 뒤 성공사례를 만들어 자발적인 입주를 이끌어낼 예정이다. 문석진 구청장은 "연말쯤이면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며 "단순히 노점을 정리하는 게 아니라 사업자로 자리잡도록 지원하는 지방정부발 소득주도 성장 사례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주민이 주인인 대형마트 논의 중 = 올해는 기업이 아닌 주민이 주인인 대형마트 논의도 이어간다. 가재울뉴타운 시장 정비사업구역에 지역 주민과 상인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협동조합형 마트를 조성한다는 구상을 주민들과 공유하는 타운홀미팅도 열었다. 상가 순환 재개발과 함께 농수산물 안전성을 담보하고 가격대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문석진 구청장은 "소비자가 조합원이 되는 협동조합형 마트를 거점으로 지역 주체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민관협치 사례를 만들면 지역 활력을 높이는 사회적경제 방식 도시재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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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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