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현안은 서울 동작구 '장승배기 종합행정타운'

신청사 넘어선 지역 균형발전 전략

2018-04-05 10:35:49 게재

금싸라기땅 활용도↑ 행정서비스 한곳서

민간 아닌 공공이 개발 … 이익 지역 환원

"박원순 시장님도 그러시대요. '왜 신청사가 필요하냐'고. 공무원들도 처음에는 뉴타운 부지 일부를 공공기여로 확보해서 청사를 새로 짓자고 하더라구요."

이창우 동작구청장이 지역을 획기적으로 바꿀 출발점이 될 장승배기 종합행정타운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동작구 제공


이창우 서울 동작구청장은 "장승배기 종합행정타운은 단순한 청사 이전이 아니라 지역 미래를 바꿀 혁신사업"이라며 "지역 불균형을 해소할 변화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서울 동작구가 노량진동에 위치한 구청을 장승배기로 이전, 일거에 여러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구상이다. 여러 자치구가 낡은 청사를 새로 짓기 위해 고심하고 있지만 동작구는 재원마련에 대한 부담도 이전에 따른 주민 갈등도 없는 유일한 지역이다. 서울시와 행정안전부 투자심사·타당성검토도 통과, 착공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구청 신축하는데 돈이 남는다? = 1981년 준공돼 안전진단 D등급을 받은데다 민간건물을 빌려 쓸 정도로 비좁은 구청을 옮겨 짓는 구상은 전에도 있었다.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에서 여러차례 공약으로 등장할 정도였다. 이번에는 '공무원들의 업무공간'을 주민들 삶과 연결시켜 대안을 마련한 점에서 다르다.

지하철 1·9호선 노량진역에 인접한 동작구청은 서울 자치구, 전국 기초지자체 청사 가운데 세번째로 비싼 땅이다. 강남구는 물론 중구나 서초구보다 구청 땅값이 비싸다. 동작구 전체 가운데 3.75%밖에 안되는 상업기능을 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창우 구청장은 "구청이 떠나면 현재 부지가 경제적으로 제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며 "통상 구청을 이전하면 지역 상권이 쇠퇴한다고 반대하는데 일대 상인들은 오히려 상업기능이 활성화되고 더 많은 사람이 찾아올거라며 환영한다"고 설명했다.

동작구 지도 한가운데 위치한 장승배기에는 행정기관을 집적시켜 문자 그대로 도시 중심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구상했다. 교육지원청이 위치한 일대에 구 소유 부지가 있어 비교적 토지 확보가 쉽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지역에서 손꼽히던 전통시장인 장승배기 영도시장 공실률이 70%를 넘어설 정도로 쇠락해 동작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데다 우범지대로 변질될 우려까지 나오고 있었다. 구청은 물론 구의회와 보건소까지 들어서면 상주 인구가 늘어 상권이 되살아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큰 걸림돌이 되는 예산문제도 풀었다. 비싼 현재 부지를 상업공간으로 활용하도록 파는 대신 구청이 옮겨갈 행정타운을 짓도록 하는 방식을 택했다. 노량진과 장승배기 땅값 차이로 되레 400억원 가량이 남는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 돈은 남성역 주변 사당권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주변 생활권과 연계, 동작 전체가 균형 발전할 수 있다는 큰 그림이 그려졌다. 이창우 구청장은 "주거 중심 도시에서 자족적 경제구조를 가진 도시로 탈바꿈하는 출발점"이라며 "주민들도 새로운 발전축에 공감하고 사업을 독촉한다"고 말했다.

부지매입과 설계 공사 등 과정이 남아있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지난달 실시협약을 체결, 가장 큰 관문을 지났다. 올해 말 행정절차를 마무리하고 내년에 토지보상과 설계를 동시에 진행하면 2022년 준공 목표에 성큼 다가서게 된다.

발상의 전환, 묵은 과제 해결 자신 = "다음 구청장은 누가 되더라도 꽃길만 걸었으면 좋겠어요. 묵은 과제는 다 해결하고 떠나고 싶습니다."

보라매 쓰레기 적환장이나 노량진수산시장, 사당로 교통문제 등이다.

이 구청장은 행정타운을 '기부 대 양여'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풀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여러 개발사업 과정에서 토지를 공공기여로 받는 통상적인 방식 대신 땅에 건물까지 지어서 받는 '발상의 전환'이다. 문화예술회관이나 실내수영장 도서관 등 새롭게 들어서는 여러 시설을 같은 방식으로 확보하기도 했다. 이창우 구청장은 "전에는 행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게 사실이지만 재원마련 비결이 생겼다"며 "교통 도시계획 교육 주거 등 전 분야에서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목표를 세우고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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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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