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보완책 나섰지만 '험난'

2018-05-02 10:55:36 게재

노조 "도입 연령 늦추자"

국책은행, 희망퇴직 막혀

'후선'으로 밀려 찬밥 신세

은행권이 올해부터 임금피크제를 보완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난관이 예상된다. 노조는 임금피크제 도입 연령을 늦추자고 요구하고 나섰지만, 사측은 일부 임금지급률을 높이거나 대규모 희망퇴직을 통해 고연령자에 대한 퇴출을 지속하고 있다. 그나마 국책은행은 희망퇴직을 하지도 못하면서 고연령자들이 후선으로 밀려나면서 이른바 '잉여인력'으로 전락하고 있다.

금융노사 상견례│금융권 노사가 지난달 12일 서울 중구에 있는 은행회관에서 2018년 임단협 상견례를 갖고 있다. 사진 금융노조 제공


은행권을 대표하는 금융산업노조는 지난달 단체협상 요구안에서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측에 임금피크제 도입연령을 늦추자고 제안했다. 현재 만55세부터 법정 정년인 60세까지 실시하고 있는 임금피크제의 도입 연령을 다시 정하자는 주장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앞으로 초고령화사회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일본처럼 정년을 65세로 늦추자는 움직임이 사회적 의제로 나올 것"이라며 "금융권은 지금처럼 정년이 법적으로 60세로 확정되기 전부터 노사간 자율협약을 통해 정년을 늘리는 대신 임금피크제를 먼저 도입했다. 따라서 임금피크제 도입 연령을 단계적으로 늦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의 이런 주장은 당장 현실화되기는 어렵다는 진단이다. 오히려 은행권 사측의 입장은 연령이 올라가면서 급여도 자동으로 상승하는 현재의 호봉제를 수정하자는 입장이다. 금융산업 사용자협의회 관계자는 "임금피크제와 관련해서는 노조의 요구도 있어서 개별 은행별로 실태를 조사하고 있는 단계"라면서 "정확한 실태파악을 통해서 향후 어떻게 할지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개별 사업장을 중심으로 도입연령을 늦추거나 임금지급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제도를 보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와 신용보증기금 등 일부 금융공기업을 중심으로 기존 5년의 임금피크기간을 1~2년 정도 줄이기로 했다. 한 국책은행 노조위원장은 "정부가 희망퇴직을 권장하면서 정작 이에 따른 추가적인 퇴직금 지급을 위한 예산을 막아놓고 있다"면서 "단기적으로 임금피크제 도입 연령을 늦추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기업은행이나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은 희망퇴직을 실시하지 못하면서 55세 이상의 고연령대 직원들이 대거 후선으로 밀려 사실상 업무에서 겉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책은행 지점장급 관계자는 "55세가 넘어가면 극히 일부가 본부장급 이상으로 승진하지만, 대부분 지점에도 나가지 못하고 후선으로 밀려 후배들과 서먹한 관계가 된다"며 "확 줄어든 임금으로 생활도 어려워지지만 희망퇴직도 없으니 후배들 눈치 보면서 다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나마 시중은행은 사정이 낫다. KB국민은행은 최근 노사간 임금 및 단체협약을 통해 임금피크제에 해당하는 직원들의 임금지급률을 소폭 올렸다. 박홍배 노조위원장은 "임금피크 첫해와 두번째 해에 각각 10%와 5%를 추가로 지급하기로 했다"며 "이에 따라서 기존 5년간 250%에서 265%로 상향조정됐다"고 말했다.

추경호 의원실이 지난해 국정감사 때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시중은행은 55세 이상 고연령자 4명중 3명이 희망퇴직으로 직장을 그만두기 때문에 국책은행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추 의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임금피크제 대상자 가운데 하나은행은 무려 97.3%(320명)가 희망퇴직을 했다. 신한은행(58.8%)이 가장 적게 했지만, 4대 시중은행 평균 희망퇴직률은 75.9%에 달했다.

[관련기사]
불합리한 임피제 개선요구 커
[불합리한 임금피크제를 바꾸자│①앞다퉈 도입한 금융권 실태] 5년차 가면 월120만원 … "기초생활수급자 수준"
증권가, 임피제 적용 대상자 늘어나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백만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