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 대출금리' 중징계 못한 금감원

2018-08-08 11:34:02 게재

적발해도 은행 자율에 맡겨

올해 전체 검사 '엄단' 방침

금융감독원이 은행의 대출금리 부당산정에 대해 칼을 빼들었지만 금감원을 향한 시장의 시선은 싸늘하다. 2012년 감사원이 은행권의 대출 가산금리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한 이후 금감원이 합리성을 높이겠다고 밝혔지만 대출금리 문제를 사실상 묵인 또는 방조해왔기 때문이다.

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2016년 금감원은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검사결과 아파트 담보대출금리산정에 문제가 있다며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다.

아파트 담보대출과 관련해 담보유효가액을 낮게 산정할 경우 가산금리가 높게 산정돼 대출을 받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높은 금리를 부담하게 된다.

SC은행은 내규상 KB시세 정보를 이용해 아파트 담보시가를 추정하는데, 금감원 검사결과 KB시세 정보상 시가보다 낮은 외부감정평가법인의 감정평가서 등을 사용하면서 결과적으로 높은 대출 가산금리를 적용한 사례를 발견했다.

차주에게 높은 금리가 적용됐지만 금감원의 조치는 '경영유의'로 끝났다. 경영유의는 금융회사의 주의 또는 자율적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지도적 성격의 조치다.

2015년 수협은행(수협중앙회 신용사업부문)의 대출금리 산정 문제에 대해서도 '개선과 조치의뢰'로 제재가 마무리됐다.

수협은행은 기준금리를 적용하면서 금리변경주기마다 변경된 기준금리를 적용해야 하는데, 은행연합회가 고시한 신규 코픽스 금리가 아닌 전월의 고시금리를 입력해 대출금리를 과다수취한 사례가 적발됐다.

중도금집단대출 금리 산출과 관련해서도 동일한 조건인데도 합리적 사유없이 가산금리를 차별적으로 적용하기도 했다. 적발된 건수가 적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제재없이 넘어간 것이다.

이밖에도 약정서상 가산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적용한 한국씨티은행(2015년), 새희망홀씨대출에서 적용금리보다 높은 가산금리를 적용한 전북은행(2013년), 자체 워크아웃 기업에게 약정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적용한 기업은행(2013년) 등에 대해 '조치의뢰' 처분만 적용했다. 조치의뢰는 금융기관이 법규위반자에 대해 자체 징계하고 금감원에 보고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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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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