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사적 소통’으로 구설수 오른 김건희 여사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와 지난 7월 1시간 통화
“한동훈에 언짢음 느껴 … 만나자는 제안 거절”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소통’이 또 잡음을 빚었다. 지난 7월 김 여사가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와 1시간 가량 통화를 하며 ‘한동훈 대표(당시 후보)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한 사실이 확인됐다. 앞서 진중권 교수·신평 변호사와의 통화가 입길에 오르는가 하면 최근에는 명태균씨와 대화한 메시지 등이 논란이 됐는데 또 다시 사적 소통이 문제가 된 셈이다.
30일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는 김 여사가 지난 7월 12일 전화를 걸어와 한동훈 당시 당대표 후보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허 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난 7월 12일에 시부상이 있었는데 위로전화를 주셨다”고 김 여사와 통화 사실을 공개했다.
앞서 일부 정치평론가가 주장했던 것처럼 지난 주 등 최근에 통화한 것은 아니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 열흘전쯤 통화가 이뤄진 점은 확인된 셈이다. 허 대표가 통화한 시점은 김 여사가 명품백 관련 사과 의사를 한 대표(당시 비대위원장)에게 수차례 보냈다가 ‘읽씹’당했다는 논란이 불거져 타 후보들의 한 대표 공세가 거셌을 때다.
김 여사와 통화 내용에 대해 허 대표는 “한동훈 대표에 대해 조금 불만이 있으시구나. 좀 약간 언짢음이 있구나 정도”라고 말했다.
허 대표는 또 “(김 여사가) 만났으면 좋겠다. 만나서 이것저것 얘기 좀 해보자라는 얘기를 하셨는데 죄송하지만 어렵겠다라고 하면서 거절했다”며 “국민들에게 오해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그런 행동은 안 하는 게 좋겠다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 여사의 사적인 전화통화나 SNS 연락 등이 공개돼 곤욕을 치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때로 거슬러 올라가면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가 김 여사와 57분 통화한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진 교수와 한 대표의 관계를 놓고 ‘좌파 논란’이 불거지자 진 교수는 4월 총선 직후 김 여사에게 전화가 걸려온 사실을 밝혔다.
진 교수는 이때 페이스북 글을 통해 “2년 만에 김 여사한테 전화가 왔고, 기록을 보니 57분 통화했다”며 “(명품 가방 수수에 대해) 자신은 사과할 의향이 있었는데 주변에서 극구 말렸다고 한다. 한번 사과를 하면 앞으로 계속 사과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결국 정권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했다)”고 통화 내용을 밝혔다.
진 교수 외에도 신평 변호사가 김 여사와 통화한 사실을 밝힌 바 있고 최근엔 김 여사와 명태균씨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가 공개되기도 했다. 이 대화에서 김 여사가 지칭한 ‘오빠’가 누구인지를 놓고 친오빠냐, 윤 대통령이냐 논란이 불붙기도 했다.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김 여사의 사적 소통에 대해 대통령실에선 “보통 사람들의 소통”이라고 설명해 왔다. 김 여사가 대선 당시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밝힌 점, 최근에는 활동 중단 등이 거론되고 있다는 점에서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허 대표와 통화에 대해선 대통령실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허 대표는 만약 김 여사와 다시 통화를 하게 된다면 하고 싶은 말로 “대통령 뒤에 숨고 검사 뒤에 숨고 여당 뒤에 숨고 그러시지 말라. 떳떳하게 나와 수사받아라. 그게 대한민국을 위한 길이고 정부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