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망과 달리 국회 “내년 세수결손 가능성↑”
예정처 “내년 국세, 정부 전망보다 3조9000억원 덜 걷혀”
정부는 내년 GDP성장률 4.5% 전망 … 예정처는 4.2%
지난해와 올해 대규모 세수 결손에 이어 내년에도 세수 결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최근 2년보다 세수 결손 폭은 줄어들지만 경기 여건이 좋지 않아 정부 예상보다 세수가 덜 걷힐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최근까지 내년에는 세수상황이 정상을 되찾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30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2025년 국세수입 전망’을 보면 내년 국세 수입 전망치는 378조5000억원이다. 내년 정부가 예산안에서 제시한 국세 수입 전망치(382조4000억원)보다 3조9000억원 적은 규모다. 예정처는 “국세수입 전망의 전제가 되는 거시경제 여건과 부동산 시장 회복 속도 등에 있어 정부와 예정처 간의 전망 차이에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부동산·내수 회복 더디다 = 실제 정부는 내년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4.5%로 제시했지만, 예정처는 4.2%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세수입에 영향을 미치는 민간소비 증가율과 통관수출 증가율, 취업자수 등 주요 경제지표와 부동산 경기 회복 속도에 대해 예정처는 정부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예정처와 정부 전망치 간에 차이가 큰 세목은 소득세, 상속세 및 증여세, 법인세 등이다. 예정처는 부동산 시장과 경제지표가 정부 예상보다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소득세가 정부 전망치보다 1조8000억원 덜 걷힐 것으로 봤다.
예정처는 최근 고소득층의 사업 소득 증가율 둔화와 소매판매액 증가율 둔화 추이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근 주택매매가격 상승세 둔화와 물가상승, 가계부채 위험 등 하방요인을 고려했다.
상속·증여세는 정부 전망치보다 1조1000억원 적었다. 완만한 부동산 경기 회복으로 증여거래도 회복 속도가 점진적일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2024년 세법개정안에 포함된 상속·증여세 최고세율 인하와 과표구간 조정 등에 따른 세수 감소 효과(-2조6000억원)도 정부(-2조4000억원)보다 2000억원 클 것으로 판단했다.
법인세 역시 정부 예상보다 4000억원 덜 걷힐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법인의 최근 실적 증가세 둔화 등을 반영했다고 예정처는 설명했다. 실제 삼성전자와 LG전자 3분기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각각 12.8%, 37.2% 감소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재정준칙 내년 달성도 어렵다 = 이에 따라 중기 국세수입 전망도 정부보다 어둡다.
예정처는 2024년 337조400억원이었던 국세 수입이 2028년에는 439조3000억원으로 연평균 6.8%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같은 기간 연평균 7.1% 국세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던 정부보다 0.3%p 낮은 규모다. 2024년까지 정부와 예정처의 전망 차이는 3000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2025년 이후부터 경제성장과 부동산 경기 회복에 대한 시각 차이로 양 기관의 국세 수입 전망치 차이가 벌어졌다.
예정처는 “2025년 전망치가 정부 대비 3조9000억원 낮고 2026년 이후 성장률 전망치가 매년 정부 전망을 0.1~0.2%p 낮을 것이라고 예상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세 수입 증가 폭이 예상보다 낮으면서 재정준칙 달성 시점도 미뤄질 전망이다. 관리재정수지는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뒤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수지를 차감한 숫자로, 나라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준다.
정부는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0%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의 재정준칙을 내년에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재부는 지난 8월 말 내년도 예산안을 통해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내년에는 2.9%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다.
그러나 예정처는 국세 수입이 예상보다 덜 걷히고, 총 지출은 늘어나면서 재정준칙 달성 시점을 2029년으로 예상했다. 예정처는 정부가 복지 분야 의무지출 규모를 상대적으로 작게 전망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예정처는 올해부터 2028년까지 연평균 복지지출이 7.2%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 데 비해 정부는 연평균 6.1%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예정처는 “정부의 국가재정운용계획이 최근의 복지 분야 의무지출 증가세와 내년 정책 변화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낮게 계획됐다”고 지적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