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교민 힘내세요" "편히 쉬다 가세요"

2020-01-31 11:21:43 게재

아산 주민 '우리는 아산이다' 운동 눈길

"못막아 죄송" 충북은 여전히 뜨뜻미지근

1차 귀국 367명, 아산·진천서 14일 격리

중국 우한에서 귀국한 국민들의 임시생활시설이 마련된 충남(아산)과 충북(진천) 분위기가 달라졌다. 여전히 일부 주민들의 반대가 있지만 우한 체류자들을 격려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SNS에는 격려 글이 잇따랐다. 임시생활시설 결정을 반대하던 일부 지자체들도 여론이 달라지자 한발 물러섰다.

아산과 진천을 중심으로 SNS에 우한 교민들을 격려하는 글이 확산되고 있다. 아산에서는 '우리는 아산이다(We are Asan)' 운동이 눈길을 끌고 있다. 아산 주민들을 중심으로 우한에서 오는 교민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적은 글을 사진으로 올리는 운동으로, 31일까지 이어지며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대부분 '우한 교민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이다' '아산에서 편히 쉬었다 가라' 등 등원 메시지들이다. 지역 시민사회에서도 임시생활시설 설치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잇달아 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우한에서 오는 교민도 소중히 보호받아야 할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위기를 극복하려면 중앙·지방 정부와 모든 주민이 힘을 합치고 더불어 사는 공동체로서 함께 돕고 조금 양보하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민연대는 또 "공적인 역할을 해야 할 지방 정부·의회까지 앞장서 논란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임시생활시설 설치를 반대하고 나선 충북도와 충북도의회, 일부 정치인들의 행태를 비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우리가 아산이다' 손글씨 캠페인이 30일 시작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공포를 피해 귀국하는 중국 우한 체류 국민들의 임시생활시설이 마련된 충남 아산 시민들이 이들을 격려하는 글을 써 찍어 올리기 시작했다. 사진 페이스북 캡쳐


아산에서도 시민단체들의 성명이 이어졌다. 아산시민연대는 앞서 29일 "일부의 반대 목소리는 이해되나 내 집 뒷마당은 안 되고 이웃집 뒷마당은 된다는 식의 사고는 맞지 않다"며 "고통 속에서 지냈던 교민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품어주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자체들도 반대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30일 진 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함께 임시생활시설 지정을 반대하는 경찰인재개발원 인근 주민들을 만나 협조를 부탁했다. 양 지사는 주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임시생활시설 가장 가까운 곳에 숙소를 정해 함께 생활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오세현 아산시장도 주민들을 향해 "우리가 먼저 나서서 우한 교민들을 품고 치유해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런 분위기에 영향을 받아 31일에는 일부 주민들이 경찰인재개발원 주변에 설치한 천막 등을 철거하는 등 반대 분위기가 한풀 꺾였다.

지자체까지 나서 임시수용시설 결정에 격렬히 반대했던 충북도 분위기가 다소 누그러졌다. 다만 지자체들이 여전히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고, 일부 주민들도 우한 교민 도착 직전까지 반대시위를 이어갔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30일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주변 주민들을 만나 "인재개발원에 수용하는 것을 반대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충남도가 주민들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 노력한 것과는 비교되는 행보다. 이 지사는 "지금이라도 시간이 많다면 해보겠지만 늦었다"고도 했다. 앞서 29일 김장회 충북도 행정부지사는 기자회견에서 "인재개발원은 충북 혁신도시 한복판에 있고 이미 3만명이 넘는 인구와 9개 초·중·고교가 밀집한 지역으로 전염병의 주민 전파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정부 결정을 재고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주민 설득을 위해 진천을 찾은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주민들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옷이 찢어지는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충북환경운동연대도 30일 성명에서 "정부와 손잡고 난국을 헤쳐 나가야 할 충북도와 국회의원 등 일부 정치인이 오히려 주민 저항을 고무시키고, 분열을 조장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건 매우 부적절하다"고 충북도의 태도를 비판했다.

한편 31일 오전 8시쯤 우한에서 1차로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한 교민 367명은 두 그룹으로 나눠 아산 경찰인재개발원과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들어갔다. 충북 사람들은 진천에, 충남 사람들은 아산에 우선 배치했다. 나머지 배치도 가급적 집과의 이동거리를 고려했다.

이들은 14일간 외부와 통제된 채 1인 1실로 생활하며 식사도 도시락으로 하는 등 외부와의 접촉을 일체 하지 않는다. 귀국을 희망한 우한 체류 국민 722명 가운데는 가족은 31가구다. 이 가운데 17가구는 가족 중 12세 이하 어린이나 장애인이 포함돼 있어 다인실을 쓴다. 31일 귀국한 국민들 가운데도 다인실 이용자가 상당수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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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일 윤여운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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