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 오른 문재인정부 '위기관리 능력'
박근혜정부 '메르스' 비교해 신속 대처했지만
정책집행 과정 혼선 빚으며 국민 혼란 가중
사태 장기화 땐 국정지지도에도 악영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국내에서도 확산되면서 문재인정부의 위기관리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 사태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문재인정부의 국정지지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책 종합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모든 상황에 대비하고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지시했다.
2차 감염방지를 위한 대책에서부터 전세기를 통한 우한 교민 수송, 귀국 교민들의 임시생활시설에 대한 관리, 투명하고 신속한 정보공개, 가짜뉴스에 대한 엄정 대응, 경제에 미치는 영향 최소화 등 신종 코로나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문제들에 철저하게 대응할 것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21일 국무회의에서 신종 코로나 관련 보고를 받고 공항과 항만 뿐 아니라 지역사회에서도 충분한 대응체계를 갖추도록 지시한 바 있다.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지 하루 만의 일이었다. 문 대통령은 22일에도 별도로 관련 상황 보고를 받고 검역 및 예방조치에 만전을 기할 것을 주문했고, 설 명절 기간 추가 확진자가 나오자 휴일이 끝나기도 전인 27일 청와대 참모진과 대책회의를 열어 우한 지역 입국자에 대한 전수조사를 지시하는 등 대응책을 논의했다. 정부는 곧바로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하고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가동했다. 문 대통령은 28일 국립중앙의료원을 전격적으로 방문해 현장 검역체계를 점검하기도 했다.
이같은 문 대통령과 정부의 움직임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박근혜정부와 비교해 신속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메르스 확진자가 나오고 6일이 지나서야 관련 보고를 받았다. 관계장관회의를 연 것은 14일 후였는데 이 회의에서 병원명단은 공개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국민 안전보다 대형병원의 이해를 우선시한 결정으로 국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고, 거센 비판을 불러왔다.
신종 코로나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처는 신속하고 적극적이었지만 집행과정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정부는 당초 30일 오전 우한지역 교민 수송을 위한 전세기를 띄우겠다고 발표했지만 중국 정부와의 협의가 부족했던 탓에 전세기는 이날 밤 늦게서야 출발했다. 전세기 대수도 2대에서 1대로 줄었다.
우한 교민이 머물게 될 임시생활시설 선정을 놓고도 결정되지 않은 정보가 미리 흘러나오면서 혼란을 부추겼다. 정부는 임시생활시설로 단국대 거점병원, 질병관리본부와 가까운 천안 우정연수원을 검토했으나 최종적으로는 아산 경찰연수원과 진천 공무원연수원으로 결정했다. 귀국 교민의 숫자가 늘면서 규모가 작은 우정연수원으로는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안 주민들의 반대로 수용지가 바뀌었다는 잘못된 정보가 확산되면서 아산과 진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키웠다.
문재인정부는 지난해 4월 강원도 고성 산불로 위기를 맞았지만 신속한 대응으로 조기에 진화하면서 오히려 지지도 상승의 계기가 됐다. 당시 취임 후 최저수준인 41%까지 떨어졌던 문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1주 만에 47%로 뛰어올랐다.
문제는 신종 코로나의 경우 발원지인 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어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조기 차단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문 대통령이 종합점검회의를 주재한 날 국내에서 첫 2차 감염 확진자가 나오면서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경제심리가 위축되면서 소비와 투자 등 실물경제에도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국 내 공장가동 중단이 지속되면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어 총선을 앞둔 정부여당으로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1월 5주(28~30일)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41%로 2주 전보다 4%p 하락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문 대통령 지지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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