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시대 북한, 개혁개방연구 심화"

2020-02-19 11:22:26 게재

한국은행, 최근 30년 북한 경제논문 2700여건 AI분석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시기에 들어서 개혁과 개방을 위한 내부 연구가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밖으로는 자력갱생과 국산화 장려정책 등 폐쇄적이고 고립적인 경제정책을 내세우지만, 내부에서는 개혁을 위한 이론적·실증적 기초연구가 비교적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북한 경제연구로 분석한 경제정책변화, 텍스트 마이닝 접근법'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김 위원장 시대에 들어서 각종 경제관련 연구논문에서 △해외의 은행제도 △화폐유통과 환율 △무역이론 △국제화시대의 경쟁력 등을 주제로 한 비교적 다양하고 폭넓은 주제의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북한이 1988년 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학술지 '경제연구'에 게재한 논문 2757건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분석방법은 텍스트 마이닝 등 인공지능(AI)기업을 활용해 분석했다. 텍스트 마이닝은 AI를 이용해 문헌 자료에 나온 주요 단어의 사용빈도와 의미 등을 분석하는 기법이다. 이를 통해 북한이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시대를 거치면서 최고통치자의 정책적 관심사 및 경제노선의 변화 등을 간접적으로 유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이번 보고서 연구자들은 설명했다.

공동으로 조사를 수행한 김수현 한국은행 조사국 과장과 손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북한 통치자의 시기별 관심 주제의 변화를 관찰하기 위해 텍스트로부터 주제를 추출하는 토픽모형을 사용했다"며 "논문 제목에 등장하는 단어와 주제의 결합 확률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시기별 논문 제목의 주제 분포를 추정했다"고 밝혔다.

조사분석결과 크게 세 기간으로 나눠 볼 수 있다. 1기는 김일성 전 주석(1988~1994년)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초기(1995~1998년)에 해당하는 시기이고, 2기는 김정일시기(1995~2011년), 3기는 김정은시기(2012~2018년)로 분류할 수 있다.

시기별로 특징을 살펴보면, 1기는 농업생산력 증대 등의 주제가 많이 나오고,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내용도 높은 확률로 추출됐다. 2기는 자본주의 체제 비판, 식민지 침탈, 생산력 증대 등의 주제가 주를 이뤘다. 3기인 김정은시대에는 해외은행제도와 화폐유통 및 환율 등의 내용이 주로 등장했다.

이러한 분석결과를 토대로 연구진은 김정은시대에 들어와 개혁과 개방을 위한 이론적, 실증적 기초 연구가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북한 관련 기초 연구자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AI 분석기법을 활용할 경우 문헌의 텍스트 자료로부터 북한의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의미 있는 진단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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