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활성화로 코리아 프리미엄시대 열자│① 상법 개정후 첫 총회

의결 정족수 확보·감사 선임 '비상'

2020-03-03 11:33:33 게재

코스닥 42%, 올해 감사 새로 선임해야 … 사외이사 구인난

그동안 한국 기업들의 주주총회는 '주주 없는 주총, 토론 없는 주총, 정보 없는 주총'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예년과 다른 모습이 기대된다. 주총 내실화 방안 및 5%룰 제도개선 방안이 처음으로 적용되면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 뿐만 아니라 소액주주들의 주주권 강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해결해야 할 문제는 산적해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 급격히 확산된 코로나19 사태는 상장사와 주주들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주주총회가 본격화되는 3월, 상장사들의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국민연금과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의 주총 대응 방향 및 주총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법을 살펴본다. 또 그동안 한국증시의 발목을 잡았던 코리아디스카운트에서 코리아프리미엄의 시대로 나가기 위한 방안을 찾아본다.


주주총회 시즌이 본격화됐다. 지난 1월 주총 내실화 방안 및 5%룰 제도개선 등 상법·자본시장법·국민연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올해부터는 상장사 소액주주와 기관투자자의 주주권 행사 및 주주총회·이사회의 견제 기능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주총 의결정족수 확보, 사외 이사 인력난 등 현실적인 문제로 비상이 걸린 상장사,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만 하고 제대로 된 주주권 행사를 하지 않는 기관투자자들이 많다. 이 와중에 국내에서 급속 확산된 코로나19 사태로 최악의 '주총 대란'이 예상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주총대란' 예상 = 3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 협회에 따르면 이달 주주총회 일정을 밝힌 상장사는 코스피 347곳, 코스닥 511개사 등 858개사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이달 18일 주주총회를 열고 재무제표 승인 및 사내이사 선임 안건 등을 처리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19일, LG생활건강은 20일 주총을 소집하기로 했으며한진칼은 25일, SK텔레콤은 26일, 셀트리온은 27일에 각각 주총을 열 계획이다. 주총이 가장 몰리는 날은 24일로 이날 코스피 상장사 21개사, 코스닥 상장사 266개사 등 287곳의 상장사가 한꺼번에 주총을 개최한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주총이 정상적으로 열릴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기업들이 중국 종속회사 결산 및 외부감사 지연 등으로 재무제표, 감사보고서, 사업보고서 작성 및 기한내 제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장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 자체 설문조사 결과 총 75개사가 애로를 호소했다.

또 향후 2주간 전 국민들의 자발적인 격리가 요청되는 가운데 주주들의 주총 참석률도 낮아져 의결정족수를 확보하지 못할 것이란 걱정이 크다. 특히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 감사 선임 안건을 처리해야 하는 기업의 경우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중이 모이는 행사를 피하려는 분위기에 이달 정기 주주총회를 앞둔 상장사들이 아직 주총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거나 주총 장소를 급하게 바꾸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이에 금융위원회와 법무부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해 이번 정기주총이 안전하고 원활하게 개최될 수 있도록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먼저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불가피하게 사업보고서 등을 기한내 제출하지 못하는 경우 행정제재를 면제한다. 재무제표(연결 포함)·감사보고서·사업보고서의 미제출(지연제출)은 자본시장법 및 외부감사법 관련 법령 위반에 해당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외부감사 지연이라는 불가피한 외부사정에 의한 것임을 고려해 일정한 요건을 갖춘 회사 및 감사인에 대해 과징금 부과 등의 행정제재를 면제할 방침이다. 다만 이 기업들은 오는 18일까지 신청해야 한다. 상장법인은 심사 신청 및 신청에 따른 결과를 각각 거래소에 공시해야 한다. 신청사실은 금감원과 한국공인회계사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새로 선임해야 하는 사외이사 718명 = 올해 주총에서는 사외이사 구인난도 예고된 상태다. 상법 시행령 개정으로 상장사 사외이사의 임기가 최대 6년(계열사 합산 9년)으로 제한되면서 상장사들이 당장 임기 제한을 넘긴 사외이사들의 후임을 구해야 하는 처지다. 임원 후보자에 대한 검증도 까다로워졌다. 기업의 공시 수준도 강화되면서 상장사는 주총 안건 상정 시, 이사 및 감사(위원) 후보에 대한 정보를 보다 상세히 기재해야 하고, 전년도 임원 보수총액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기업들의 내부회계관리제도 인증 수준이 검토에서 감사로 상향됐다.

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새 사외이사를 뽑아야 하는 상장사는 566개사이고 새로 선임해야 하는 사외이사는 718명이다. 이중 중견·중소기업이 494개사(87.3%), 615명(85.7%)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코스피 233개 상장사와 코스닥 333개 상장사 각각 311명, 407명씩이다. 상법에서 상장사는 이사 총수의 4분의 1 이상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도록 하고 있어 사외이사 선임을 미룰 수도 없다. 특히 자산총액 2조원이 넘는 기업은 이사 총수의 과반수(최소 3인)를 사외이사로 선임해야 한다. 29개 상장사가 3명 이상을 물갈이해야 하고, 2명 이상을 모집해야 하는 상장사는 116개사다

이에 상장사들은 사외이사를 교체해야 하는데 사람이 없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여러 회사가 똑같은 시기에 비슷한 인재풀에서 사외이사를 찾고 있어서다. 이에 상장사 협의회는 '사외이사인력뱅크'를 통해 상장회사의 사외이사 선임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지난 달 '2019사업연도 결산 관련 시장 참가자 유의사항' 자료에서 "상법 시행령 개정안이 정한 사외이사 비율 등을 충족하지 않은 경우 관리종목 지정 또는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주총 활성화로 코리아 프리미엄시대 열자" 연재기사]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김영숙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