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스타그룹 호화 크루즈페리 막바지 선체 조립

2024-09-13 13:00:03 게재

대선조선 다대→영도조선소 이동, 다음달 진수

K-해운·조선 합작 … 국내 크루즈·중형조선 자극제

국내 중형 해운·조선기업이 합작한 호화 크루즈페리선박이 막바지 선체 조립공정에 들어갔다.

대형 바지선에 실려 대선조선 영도조선소에 도착한 선체 블록을 모듈트랜스포터들이 진수시설인 플로팅 독 안으로 옮기고 있다. 사진 팬스타그룹 제공
종합해운물류기업 팬스타그룹에서 발주한 호화 크루즈페리 ‘팬스타 미라클호’가 10월 진수를 앞두고 대선조선 영도조선소(부산 영도) 플로팅 독으로 이동했다. 대선조선은 팬스타 미라클호 건조를 맡았다.

◆‘모듈 트랜스포터’ 80대와 초대형 바지선으로 메가블록 옮겨 = 팬스타그룹은 12일 대선조선 다대조선소(부산 사하구)에서 완성한 팬스타 미라클호의 선수·선미 부분 메가블록을 영도조선소 플로팅 독으로 성공적으로 옮겼다고 밝혔다. 육상에서 건조한 선체 블록을 운반장비를 이용해 플로팅 독으로 옮기는 로드아웃(load-out) 작업은 9일부터 이날까지 4일간 진행됐다. 플로팅 독은 물 위에 떠 있는 조선설비 중 하나다. 내부 탱크에 물을 채워 독을 가라앉혀 선박을 진수할 수 있다.

모듈 트랜스포터들이 팬스타 미라클호 선수 부분 블록을 떠받치고 바지선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 팬스타그룹 제공
팬스타에 따르면 대선조선은 지난해 10월 강재절단식을 시작으로 선박 건조에 들어간 후 선체를 이루는 150개 블록을 제작해 다대조선소에서 블록들을 선수 선미로 나눠 메가블록으로 조립하는 작업을 해왔다.

선수·선미 부분 메가블록 길이는 각각 80m, 90m 무게는 3337톤, 5518톤으로 최대 높이는 29m에 이른다.

거대한 블록을 옮기는 데는 특수운반차량인 모듈 트랜스포터(module tansporter) 80대와 축구장과 비슷한 규모의 1만7000톤급 초대형 바지선(길이 129m, 폭 36m)이 동원됐다.

대선조선 다대조선소에서 팬스타 미라클호 선수 블록을 실은 바지선이 영도조선소로 가고 있다. 사진 팬스타그룹 제공
길이 6m, 폭 2.4m에 바퀴축 6개씩이 달린 모듈 트랜스포터는 1대가 180톤 무게를 지탱할 수 있다. 운반할 물건 크기에 따라 차체를 서로 결합해 거대 중량물을 옮길 수 있다.

4열을 이뤄 선체를 떠받친 모듈 트랜스포터들은 분당 5m의 아주 느린 속도로 이동해 바지선에 올라선 뒤 4시간 동안 해상운송을 거쳐 영도조선소 플로팅 독에 도착한 뒤 정해진 위치에 메가블록을 거치했다.

팬스타 관계자는 “선체 블록 운반 중에 균형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큰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로드아웃 작업은 매 단계 작은 위험 요소라도 없는지 점검을 거듭하며 신중하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대선조선은 한달간 플로팅 독에서 팬스타 미라클호 선수와 선미 메가블록을 이어 붙이고 도색작업을 거쳐 선체를 완성한 후 다음달 11일 물에 띄우는 진수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대선조선은 진수식 이후 내부 인테리어와 편의시설 설치 등 후반부 작업을 진행하고 내년 2월 해상 시운전을 거쳐 3월말 명명식과 함께 팬스타그룹에 선박을 인도할 예정이다.

◆내년 4월 오사카 엑스포 개막 맞춰 취항 예정 = 중형 해운·조선기업이 합작한 크루즈페리선이 진수를 앞두면서 침체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내 크루즈산업과 중형조선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해운·조선 상생방안에 대한 관심도 커질 것인지 주목된다.

팬스타 미라클호는 5성급 호텔 수준의 세련된 인테리어와 테라스 객실, 야외 수영장, 공연장, 면세점, 야외 포장마차, 사우나, 테라피룸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내년 4월 일본 오사카 엑스포 개막에 맞춰 취항할 예정이다.

총톤수 2만2000톤, 길이 171m, 폭 25.4m 규모로 102개 객실에 승객 355명을 수용할 수 있다. 약 6m 길이(20피트) 컨테이너 254개도 실을 수 있다.

팬스타그룹은 이 배를 부산~오사카 정기 크루즈와 부산원나잇크루즈에 투입하고 다양한 테마 크루즈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팬스타그룹은 그동안 중고선을 도입해 서비스하다 그룹창립 33년만에 처음 5성급 크루즈페리를 발주했다. 회사는 크루즈페리선인 팬스타 미라클호를 ‘바다 위 호텔’로 불리는 정통 크루즈선에 못지 않은 안전성과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추는 데 역점을 두고 설계했다고 강조했다.

선측 객실은 모두 발코니를 설치해 승객들이 거실문을 열고 나가 커피나 차를 마시면서 바다 풍광을 조망할 수 있게 했다.

갑판에는 크루즈선의 상징 시설로 꼽히는 야외 수영장과 조깅트랙, 연회공간 등을 배치했고, 마사지룸 테라피룸 사우나 피트니스 스시바 포장마차 면세점 등 다양한 편의시설도 갖출 예정이다. 메인로비는 반구형 천장 돔을 설치해 개방감을 극대화한다.

설계는 팬스타그룹의 엔지니어링 부문 계열사인 팬스타테크솔루션이 담당했다. 테크솔루션은 소음과 진동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선형을 채택하고, 디젤엔진에 전기모터와 발전기 기능을 추가해 연료소모와 배출가스를 크게 줄이는 친환경 하이브리드 추진 방식을 도입했다.

팬스타그룹은 2002년 2만2000톤급 팬스타드림호로 부산~오사카 정기 크루즈를 시작했다. 2008년부터 주말에 부산 광안대교·해운대 등 명소를 둘러보고 선상 불꽃놀이와 다양한 공연을 즐기는 1박2일 일정의 원나잇크루즈를 운영하고 있다.

김현겸 팬스타그룹 회장은 “팬스타 미라클호는 대한민국 최초로 5성급 크루즈선으로 탄생할 것”이라며 “국내 크루즈산업을 개척해온 팬스타가 처음으로 선보일 호화 크루즈페리가 취항하면 한층 품격 높은 해양관광시대를 열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팬스타 미라클호를 건조하고 있는 대선조선은 1945년 부산 영도에서 국내 최초의 민간 조선소로 설립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수주계약이 잇따라 취소되고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2010년 한국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의 관리를 받게 됐다.

2021년 대선조선을 인수한 동일철강그룹은 ‘뉴대선조선 출범식’을 갖고 중소형 해운사와 상생을 발전전략으로 채택한 바 있다. 당시 장인화 동일철강그룹 회장은 “대선조선은 국내 중소형 해운사에 꼭 필요한 조선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선조선은 지난해 11월 원자재값 상승과 용접공 등 인력난으로 선박 인도 시점이 지체되며 유동성 위기를 겪어 워크아웃에 들어간 상태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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