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성 지켜지도록 울타리 되겠다”
심우정 신임 검찰총장 19일 취임식
‘김 여사 명품백’ 사건, 첫 시험대
전·현직 권력수사 중립성 확보 주목
심 총장은 이날 취임 일성으로 ‘본연의 역할을 다하는 국민의 검찰’을 강조했다. “국민을 범죄로부터 지키고 국민의 인권을 수호하는 역할은 어떤 바람 앞에서도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는 것. 심 총장은 이를 위해 “어떤 상황에서도 자부심을 갖고 당당하게 업무를 수행해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이 지켜질 수 있도록 든든한 방벽이자 울타리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심 총장이 이끄는 검찰의 첫 시험대는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사건 처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임 이원석 총장이 임기 내 매듭을 짓지 못하면서 최종 처분은 심 총장의 몫이 됐다.
이 사건은 앞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수사팀이 김 여사에 대해 무혐의로 잠정 결론을 내리고 이 전 총장이 직권으로 소집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도 불기소 처분을 권고하면서 사건이 종결되는 듯 했지만 ‘공여자’인 최재영 목사에 대한 수심위가 24일 열리게 되면서 최종 처분이 미뤄진 상태다. ‘최 목사 수심위’ 외에 검찰의 수사절차는 대부분 마무리돼 이달 안에 종결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리검토까지 마친 검찰이 김 여사를 불기소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지만 최 목사 수심위에서 ‘계속 수사’나 ‘기소’ 의견을 내놓으면 검찰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처분도 미루기 어려운 과제다. 그동안 검찰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의 항소심 결과를 지켜본 뒤 처분하겠다는 입장을 취해왔는데 지난 12일 항소심 재판부가 이들에 대한 선고를 했다. 특히 항소심 재판부는 ‘전주’로 참여한 손 모씨의 방조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리면서 주가조작 과정에서 손씨와 유사한 역할을 한 김 여사를 기소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진 상태다. 그럼에도 검찰이 김 여사에게 제기된 의혹과 손씨 사례를 별개라는 논리로 무혐의 처분하면 여론의 반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검찰이 김 여사를 기소하면 대통령실과의 갈등이 예상된다. 심 총장은 이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박탈된 상태다. 심 총장이 수사지휘권 회복에 나설지, 개입을 포기할지도 관심을 모은다.
야권을 겨냥한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입증해야 하는 것도 심 총장의 과제다. 전주지검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 모씨의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이상직 전 국회의원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에 임명된 대가로 자신이 설립한 항공사에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인데 검찰은 서씨가 받은 급여와 주거비 등 2억2300만원을 문 전 대통령이 받은 뇌물로 보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씨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한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했다. 이에 따라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해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검에서는 김정숙 여사의 해외 순방 의혹과 샤넬 재킷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수원지검은 민주당 이 대표와 배우자 김혜경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수사 중이다. 지난 5일 김 여사를 소환조사한 검찰은 이 대표에게도 서면 질의서를 보낸 상태다.
이처럼 검찰이 전현직 대통령 가족과 야당대표 관련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지켰다는 평가를 이끌어내는 것이 심 총장의 가장 큰 과제로 꼽힌다.
야권이 추진하는 검찰개혁에 대한 대응도 심 총장에게 주어진 숙제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은 검사탄핵에 이어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와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등의 검찰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맞서 심 총장이 검찰의 존재가치를 입증하고 국민 불신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