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시뮬레이션센터

중환자 치료 수준 높이고 지역사회 상생에 앞장

2024-12-31 13:00:03 게재

환자안전·의료교육 중심 역할 수행 … 인턴 레지던트 전문의 간호사 맞춤형 실습 가능한 ‘병원을 교육하는 병원’

최근 상급종합병원의 구조 전환이 추진되면서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형 책임의료기구(ACO, Accountable Care Organization)를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미국이 2010년 도입한 ACO는 의료 서비스 공급자와 지역사회 구성원, 이해관계자 간 협력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지역사회 중심 의료조직이다. 이 체계는 의료기관들이 지역 단위로 협력해 환자의 건강을 계속 관리함으로써 의료 효율성을 높이고 의료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가 있다. ACO 모델의 성공적인 도입을 위해 상급종합병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지역 내 1,2차 의료기관과 유기적으로 협력체계를 강화하고 진료의뢰협력센터를 통해 병의원 간 전원 및 회송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 또한 지역사회 내 1,2차 의료기관과 상생하며 중증환자 진료 교육을 책임지는 역할도 필요하다. 이러한 의료 체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서울아산병원 시뮬레이션센터는 ‘병원을 교육하는 병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시뮬레이션센터는 ‘의료 시뮬레이션 교육으로 환자안전에 기여한다’는 사명 아래 2002년 심폐소생술(CPCR) 교육을 시작으로 지속적인 시설 장비 인력 확충을 통해 전문 의료 시뮬레이션 교육을 선도했다.

31일 김도훈 서울아산병원 시뮬레이션센터 소장(소화기내과 교수)은 “서울아산병원 시뮬레이션센터는 단순한 의료진 교육시설이 아니라 환자와 지역사회를 위한 생명 구호의 시작점”이라며 “디지털기술과 혁신적인 교육 방법으로 환자안전을 더욱 강화하고 미래의료 환경변화에 대비한 교육 체계를 마련해왔다”고 말했다.

◆중환자 진료와 의료진 교육체계 갖춰 = 서울아산병원 시뮬레이션센터는 교육연구관 지하 1~2층을 활용해 운영 중이다. 지하 1층에는 3개 강의장과 13개 시뮬레이션 룸이 있다. 실물처럼 정교한 시뮬레이터와 방송 녹화 시스템이 설치돼 실제 임상 현장을 재현한 듯한 현실감 있는 환경을 제공해 학습자들이 생생한 실습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어느 때나 자가실습이 가능한 공간을 갖춰 의료진 학습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지하 2층에는 8개 ‘표준화 환자 경험(CPX)’룸과 5개 객관적 구조화 임상시험(OSCE)룸을 통해 실습 교육을 지원한다. 각 실습실에는 최신 녹화 장비와 음향시스템이 도입돼 원격 강의는 물론 교육생 개별 피드백도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의사로서 첫걸음을 내딛는 의대생과 인턴부터 숙련된 전문의, 신입·경력 간호사에 이르기까지 단계별 교육과정을 체계적으로 운영해 의료진의 역량 강화를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

2010년부터 시작된 술기교육은 환자 입장에서 경험을 중시한다. 이를 통해 환자와 공감대를 만들고 환자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해왔다. 교육 수준을 높이기 위해 ‘표준화 환자’를 양성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모의 진료수행과 임상 술기를 반복 학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서울아산병원 시뮬레이션센터에서 의료진들이 중심정맥관 제거 실습을 하고 있다. 사진 서울아산병원 제공

◆‘표준화 환자’ 실습 교육수준 높아 = 의사 대상으로는 본과 3,4학년 학생에서부터 인턴 레지던트 전문의까지 체계적인 임상시뮬레이션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2022년부터 아산재단 산하병원인 정읍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금강아산병원 내과 의사들에게 ‘표준화 환자’를 이용한 흉부 및 복부 초음파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의대생 본과 3,4학년을 대상으로 △모의진료수행 △임상 술기실습을 진행한다. 교육과정에 투입되는 표준화 환자를 직접 양성해 교육의 질을 향상시킨다. 술기교육 및 환자안전 사례기반 시뮬레이션 교육을 통해 의료진 역량을 높인다.

인턴들에게 2010년부터 술기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환자 입장에서 직접 체험해보는 경험이 환자와 공감대 형성에 도움이 되고 환자 안전에 중요하다.

이후 대면교육에서 이를 실제 상황에 적용하도록 돕는다. 중심 정맥관 제거, 환자 이송 시뮬레이션 등 실제 케이스 기반 실습뿐만 아니라 표준화 환자를 활용한 의사소통 교육까지도 포함함으로써 종합적인 시뮬레이션 교육을 실시한다.

레지던트에겐 △기도관리 △초음파 △중심 정맥관 삽입 등 기본 술기와 더불어 에크모와 윤상갑상막절개술 등 중환자 진료기반 교육 과정을 단계별로 제공한다. 내시경과 복강경 자가 실습과 각 진료과별 특화된 교육을 통해 맞춤형 교육을 진행한다.

전문의에게는 임상강사와 진료 교수 대상으로 임상현장에서 응급상황에 리더로서 대처할 수 있는 능력 함양을 위한 중환자 교육에 초점을 둔다.

또한 센터는 신입 간호사부터 경력 간호사까지 모든 단계 학습자를 위한 역량기반 시뮬레이션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신입간호사에게는 △중심정맥관 관리 △흉관관리와 같은 기본 간호술기는 물론 항암제 투약, 4개월·7개월 차 간호사에게는 응급상황 대처 교육과 의사소통 등 간호 전반에 대한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일반 병동·병동 내 집중관찰실·중환자실 간호사 등을 대상으로 파트별 중환자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심전도·인공호흡기·에크모 등 심화된 과정을 원내외 간호사에게 제공하며 체계화된 중환자 간호역량 향상을 위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변화하는 의료정책에 맞춰 중환자 중심의 의료진 교육 체계 구축과 진료지원사업에 의한 전담간호사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2025년까지 지역 내 협력병원을 포함한 교육 확대한다. 이러한 체계적인 접근은 의료현장의 안전과 효과를 보장하고 의료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병원을 교육하는 병원’으로서 책임을 다하려고 한다는 게 병원의 계획이다.

서울아산병원 시뮬레이션센터에서 가상환자의 심박수 엑스레이를 확인하며 교육받는 간호사들. 사진 서울아산병원 제공

◆에듀테크 도입과 교육의 디지털 전환 = 서울아산병원 시뮬레이션센터는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해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포함한 에듀테크 기술을 통해 학습 효과를 극대화한다. 국내 최초로 의료진 대상 가상현실 시뮬레이션 교육을 개발했다.

기관절개관 응급상황 대처를 위한 VR 교육을 개발하고 2019년부터 적용했다. VR 활용은 실전과 유사한 환경에서 학습자들이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데 도움을 준다.

감염병 대응 등 의료 이슈를 반영한 교육 콘텐츠를 통해 디지털 기술과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자기주도 학습 환경을 조성했다.

가상 환자 교육은 시공간 제약이 없는 장점이 있다. 아산사회복지재단 산하 지역병원 간호사에게도 시행하고 있다. 강릉아산병원 정읍아산병원 홍천아산병원 등 지역병원의 간호사 중 교육 희망자를 대상으로 온라인 VR 콘텐츠를 활용한 고급 심폐소생술 및 패혈증 교육을 제공해 중환자 치료 노하우를 효과적으로 전수한다.

머리에 장착한 디스플레이(HMD)를 이용한 VR 교육뿐만 아니라 교육생들이 동시 접속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개인컴퓨터와 앱 기반 VR 프로그램을 개발해 원내외 대상자들에게 큰 호응도를 얻고 있다. 고급심폐소생술의 경우 2023년 개발 이후 4000명이 넘는 인원이 학습했다. 만족도도 매우 높았다. 패혈증 또한 현재 600명 이상 교육생이 프로그램을 통해 학습했다. 패혈증에 가장 중요한 1시간 치료들을 익히는데 매우 효율적인 학습 도구가 됐다.

서울아산병원 시뮬레이션센터는 코로나 이후 대면 교육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온라인 강의를 선학습하고 현장에서 VR 및 시뮬레이터를 통한 시뮬레이션 교육을 강화한다. 온라인 강의 통한 학습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학습관리시스템을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퀴즈를 통한 학습, 실습 평가, 설문 등을 시행할 수 있고 언제든 재학습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어 학습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서울아산병원 시뮬레이션센터가 송파구 한 초등학교를 방문해 ‘찾아가는 심폐소생술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서울아산병원 제공

◆‘찾아가는 심폐소생술 교육’ 지역사회 안전 지켜 = 서울아산병원 시뮬레이션센터는 미국심장협회와 대한심폐소생협회가 지정한 ‘기본심폐소생술 공식훈련기관’으로 직원은 물론 환자와 보호자 소방관 외부병원종사자 학생 직장인 등 지역사회 구성원에 맞춤형 심폐소생술 교육을 시행했다.

2003년부터 인근 학교 공공기관을 찾아가 교육하고 초청교육을 통해 올해 11월까지 194차례에 걸쳐 6088명이 심폐소생술 교육을 진행했다. 의료인이 아니더라도 내 가족과 이웃의 심정지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했다.

보다 효과적인 심폐소생술 훈련을 통해 환자안전을 강화하고자 국내 의료기관 최초로 VR 기술을 활용한 심폐소생술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2021년 도입해 원내 일반 직원 및 의료진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가상현실 속으로 들어간 학습자는 인공지능 강사와 눈을 마주치며 △의식 확인 △도움 요청 △호흡 확인 △가슴 압박 △자동제세동기 사용 등 심폐소생술 방법에 대해 안내를 받는다. 실습 중에 집중하지 않거나, 행인에게 눈을 맞추지 않은 상태로 도움을 요청하거나, 어깨를 충분히 두드리지 않는 등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으면 AI 강사가 바로 피드백을 준다.

마네킹에는 정밀센서가 장착돼 있어 가슴압박 깊이와 속도가 실시간으로 화면에 표시된다. 학습자는 이를 확인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즉시 교정할 수 있다.

김도훈 소장은 “현재 진행 중인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은 교육체계 전반에 걸쳐 중요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서울아산병원도 중증환자 비율 증가에 따른 진료 및 간호 역량 향상과 효율적인 교육으로 지역사회와 상생을 도모하며 환자 안전과 의료서비스 질을 높이는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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