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낯 드러낸 국내공항 안전불감증
조류충돌방지·관제시스템 부실 … 로컬라이저 콘크리트둔덕 위험성 지적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로 국내 공항의 안전관리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31일 국토교통부와 제주항공 사고조사팀 등에 따르면 지금까지 참사가 발생한 원인으로는 공항의 조류충돌(버드 스트라이크) 방지시스템과 관제탑 운영 부실, 활주로 끝 콘크리트 둔덕(로컬라이저)의 무리한 설치 등이 꼽힌다. 모두 안전시스템을 구성하는 요건들이다.
무안국제공항은 인근 갯벌과 호수 등으로 철새가 자주 출몰하지만 조류 퇴치 업무는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안공항 조류충돌 예방 전담인원은 4명 뿐이다. 한국공항공사는 “규정에 맞는 인원 배치”라고 밝혔지만 김포공항 23명, 제주공항 20명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사고 당일 오전 근무자도 교대 근무자를 제외하면 실제 근무자는 1명이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포와 김해공항, 제주공항에 설치돼 있는 열화상 조류 탐지기도 무안공항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2020년에는 “무안공항 주변에 철새도래지가 분포한다”며 “항공기가 이착륙할 때 조류 충돌 위험성이 커 저감 방안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착륙 당시 랜딩기어가 제대로 내려왔는지 관제탑에서 확인하지 못했다는 점도 의문이다. 사고 당시 영상을 보면 ‘조류 충돌’로 보이는 엔진 불꽃 발생 당시 항공기 랜딩기어가 내려와있지 않았다는 점에서 관제탑의 역할이 부실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사고 당시 무안공항 관제탑은 관제사 2명이 근무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력은 각각 5년, 3.5년이다. 항공기 추락과 비상착륙 등 위급상황에 대응하기에는 경력이 짧다는 지적도 나왔다.
항공기가 추돌한 콘크리트 둔덕(로컬라이저)의 적절성 여부도 조사 대상이다. 로컬라이저는 항공기 착륙을 유도하는 시설로 활주로의 좌우를 기준으로 항공기가 활주로 중앙으로 정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구조물이다. 로컬라이저는 보통 활주로와 같은 높이에 설치되지만 무안공항은 둔덕 위 콘크리트 구조물에 설치됐다. 항공기가 콘크리트 둔덕에 충돌해 폭발하면서 참사가 발생했다.
이 시설물은 활주로 종단안전구역 내에 설치할 경우 쉽게 부러지는 재질로 만들어야 한다. 공항시설법 세부지침에 따르면 ‘공항부지에 있고 장애물로 간주되는 모든 장비나 설치물은 부러지기 쉬운 받침대에 장착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는 활주로 종단안전구역 내 시설에만 적용된다.
하지만 무안공항 콘크리트 둔덕은 활주로 종단안전구역 밖에 설치돼 있다. 종단안전구역은 착륙대로부터 최소 90m 이상 돼야 하는데 무안공항은 199m로 설정하고 있다. 무안공항 콘크리트 둔덕은 종단안전구역에서 5m 밖에 있다. 즉 로컬라이저를 설치하기 위해 만든 콘크리트 둔덕이 종단안전구역 5m 밖에 있어 공항시설법 세부기준은 적용받지 않는 셈이다.
하지만 공항 설계 전문가들은 무안공항의 경우 콘크리트 둔덕 위에 다시 콘크리트를 더 쌓아 만든 구조라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항공 안전 전문가 데이비드 리어마운트는 30일(한국시간) 영국 스카이뉴스에 출연해 “착륙 시에 조종사가 랜딩 기어를 내리지 못한 문제가 발생해도 그 자체가 탑승객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직접적 원인은 아니다”라며 “승객들은 활주로 끝을 조금 벗어난 곳에 있던 견고한 구조물(solid structure)에 부딪혀 사망했는데 원래라면 이 구조물은 해당 위치에 있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