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양극화를 넘어 새로운 시대로 ① 적대화된 ‘정서적 양극화’
“대통령 권력 분산하는 개헌해야” 71.1%
‘비상계엄 전 국회 동의제 도입’ 73.4%
12.3비상계엄 사태 이후 견제 심리 반영돼
정치양극화를 넘어 새로운 시대로 가기 위해선 대통령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된 현재의 권력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12.3내란 사태 이후 불법적 비상계엄까지 선포할 수 있을 만큼 권한이 막강한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높아지며 이를 바꾸기 위한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는 국민들이 많아지고 있다.
31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10명 중 8명(80.4%)이 “1987년 개정된 헌법을 시대에 맞도록 개정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특히 성·연령·지역·정치성향을 불문하고 개헌 동의율이 70~80%대를 기록했는데, 이는 ‘87체제’ 극복을 위한 헌법 개정에 대한 범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1987년 개정된 헌법의 가장 큰 폐해 중 하나로 지적되는 것이 제왕적 대통령제다. 대통령에게 과도한 권력이 집중되면서 견제와 균형의 원칙이 실종될 수 있고, 제왕적 대통령권을 쟁취하기 위한 정치권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극단적 진영 논리가 힘을 얻어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며 대화와 타협의 여지가 줄어드는 악순환도 계속돼 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요 대선주자들 사이에서도 개헌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중이다. 여당 진영에선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해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이 개헌론을 주장했다. 여권 유력 주자인 오 시장은 “승자독식 의회 폭거와 제왕적 대통령제를 허용하는 87헌법체제의 한계를 인정하고 위기를 기회로 삼아 정치권 전체가 개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 진영에선 이재명 민주당 대표,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부겸 전 총리 등이 개헌에 대한 공감대를 드러낸 바 있다. 다만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심판 등이 최대 현안이라는 점에서 개헌론을 바로 띄우기는 시기상조라는 것이 야권 진영의 대체적인 기류다.
어떤 방향의 개헌을 할 것인가에 대해선 권력분산에 대한 욕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리서치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비상계엄 선포 전 국회의 사전 동의를 얻도록 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에 대해선 73.4%에 달하는 동의율이 나왔다.
비상계엄 선포권 외에도 일반적인 대통령 권력 분산 필요성에 대해서도 공감하는 응답자가 많았다.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는 지적에 71.1%가 동의했다. 권력에 대한 견제 필요성에 대해선 국회의원도 예외는 아니었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에 대한 찬성비율은 70.0%였다.
대통령 선출의 기준을 좀 더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응답자들은 높은 관심을 보였다. 대통령 선거 과반 득표자가 없을 때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데 찬성한 응답자가 65.9%에 달했다. 결선투표제가 도입된다면 지난 대선 때처럼 불과 0.43%p의 간발의 차이로 당선되는 경우는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조사결과에 대해 리서치뷰는 “비상계엄 선포 전 국회 사전동의제와 대통령 권력분산 동의율이 비교적 높게 나타난 것은 지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견제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