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174명 신원 확인…장례 절차 협의
유전자검사로 27명 특정
1명은 친척 유전자 확보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사고 사망자 179명 중 지문과 유전자 검사로 174명 신원이 확인됐다. 사망자 1명은 부모가 모두 없어 친척의 유전자를 확보해 대조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사망자 장례 절차가 본격 논의될 전망이다.
31일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를 수습 중인 당국은 30일 오후 11시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33명의 유전자 검사결과를 유족에게 통보했다.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는 27명이며, 나머지 신원 미상은 추가 수습을 통해 유전자 검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당초 당국은 유전자 검사 결과를 30일 오후 11시 공식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유족 대표에게만 전달했다. 이로써 사망자 179명 중 174명 신원이 확인됐다.
앞서 국토교통부 현장 책임자인 이진철 부산지방항공청장은 30일 오후 5시쯤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브리핑을 열고 “오늘 오전에 보낸 신원 미상자 33명의 유전자 검사가 오늘 중으로 나온다”고 공식 발표했다. 뒤이어 나원오 전남경찰청 수사본부장도 같은 날 오후 9시 30분쯤에 “신원 확인이 안 된 33명의 유전자 검사 결과를 오후 11시에 발표하겠다”고 유족 등에게 약속했다.
이날 유전자 검사는 29일과 30일 사이 수습한 검체(훼손된 신체 일부) 600점을 통해 이뤄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진행 중인 유전자 검사는 훼손된 검체(신체 일부) 상태와 검사 요청 건수 등에 따라 짧게는 12시간에서 길게는 수일이 소요된다. 하지만 사안의 중대성 등을 감안해 신속하게 이뤄졌다.
사망자 33명 중 27명만 신원이 확인된 이유는 검체 600점에 동일인이 포함돼서다.
사망자는 동체 착륙과 폭발, 화재 등으로 훼손이 심각한 상태다. 유족 등에 따르면 사망자 179명 중 온전한 시신은 5명에 불과하다. 특히 여러 명의 신체 일부가 하나의 위생 비닐 팩에 섞여 있어 차이가 발생했다.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장례도 본격 논의될 전망이다. 당국과 유족은 30일 90명 사망자의 필요한 절차를 모두 마치고 유족에게 인도해 장례를 시작하는 협의를 진행했다. 유족 대표단은 30일 “90구의 신원을 저희에게 넘겨주기로 했다”면서 “국토부와 제주항공 측에 재차 확인한 뒤 장례 절차에 들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시신을 인도받은 유족들은 판단에 따라 개별적으로 장례를 치르거나 합동 장례를 치를 수 있다. 일부 유족은 “유족끼리 뭉쳐야 한다”면서 합동 장례를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사망자 1명은 부모가 모두 없어 친척 유전자를 통해 대조 작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확인이 안 될 경우 장례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경찰 관계자는 “사망 확인절차가 까다로워 장례가 1년 이상이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온전한 상태로 수습된 5명의 희생자 중 3명은 광주(2명)와 서울(1명)로 이미 옮겨 장례를 준비하고 있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