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년연장 위한 사회적 논의 본격화하자

2020-03-03 12:02:27 게재
최홍기 고려대 법학연구원 전임연구원/법학박사

최근 정년연장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이 2월 11일 고용노동부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고용연장에 대해서 언급을 한 것이나,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에서 농어민의 취업가능연한을 70세로 상향조정한 것 등을 두고 정년연장과 관련한 논의가 본격화될지 관심이 쏠린다.

우리나라의 고령화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통계청이 2019년에 발표한 추계에 따르면, 2025년에는 65세 이상의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20.3%를 차지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고령화 추이를 고려해본다면 정년연장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도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일본의 고령자 고용조치 참고할 만

정부에서도 2019년 9월 ‘인구정책TF’의 ‘인구구조 변화 대응방안’ 발표를 통해 정년연장 논의를 이미 공식화한 바 있다. 정부는 2022년까지 ‘계속고용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것은 우리보다 앞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고령자 고용조치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일본은 고령자의 고용안정과 정년퇴직자 등에 대한 취업기회를 확보하고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1971년에 ‘고령자 고용안정법’을 제정했다. 1994년에는 ‘60세 법정정년제’를 도입했다. 2004년에는 65세까지의 안정적인 고용을 확보하기 위해 ‘고령자 고용확보조치’(정년 상향조치, 계속고용제도 도입, 정년규정 폐지 중 하나 선택)를 입법화했다.

2012년에는 고령자 고용안정법의 일부를 개정해 65세까지 계속고용을 의무화하는 제도를 정비했으며, 최근에는 일하는 방식 개혁을 발표하면서 계속고용 연령의 상향을 추진하겠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초고령사회 진입에 대비해 65세까지 일할 수 있는 노동시장의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중요한 시대적 과제다. 다만 일본 사례에 비추어볼 때 몇가지 고려해볼 사항이 있다.

첫째, 입법적 정비는 점진적이고 체계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일본의 경우 연금수급 개시연령과 함께 고령자 고용조치가 단계적으로 강화되어왔다. 우리나라도 국민연금법상 연금수급 개시연령이 점차 상향되는 부분과 연계해 정년규정을 단계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정부의 지도·지원 더 중요해져

둘째, 정년 후 고용형태 및 임금체계의 유연성을 보장해야 한다. 일본에서 다수 기업은 60세 정년을 기준으로 종전의 고용형태는 정산하고, 그 이후는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반복하는 촉탁계약을 취하고 있다. 정년 이후의 임금체계도 직무급 또는 성과급 중심으로 운영한다.

정규직·연공급 체계에 기반한 인사관리가 다수인 우리나라의 기업 상황을 고려해볼 때, 일본의 경험은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셋째, 정년연장을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 지도·지원해야 한다. 일본은 65세 계속고용을 둘러싼 노사 간 분쟁을 막기 위해 정부가 고령자 관련 지침을 마련하고 고령자에게 적합한 모델임금제도를 개발해 기업에게 보급·장려해왔다.

특히 후생노동성이 제시한 모델임금제도는 고령자의 대우 기준, 기본급, 수당, 상여 등에 관해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년연장을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활력있는 초고령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남아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이제는 모두가 머리를 맞댈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