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실물이전 시대 | ①수익률 제고
연금 사업자·자산운용사 수익률 개선 경쟁 치열해질 전망
평균 수익률 2.4% …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쳐
금융사 운용 실적·상품 구성·수수료 등 확인해야
공적연금만으로는 안정적인 노후 대비가 어려워지면서 퇴직연금 수익률 관리 중요성이 더 커졌다. 퇴직연금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잘 운용해 적립금을 쌓아놨는지가 개인의 미래 경제적 안정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15일부터 시행되는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연금에 적합한 자산배분형 상품을 중심으로 수익률을 개선하고 가입자를 유치하려는 금융사들 간의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퇴직연금을 어떻게 운용할지 어떤 금융사를 선택하면 좋을지 등에 대해 2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편집자>
퇴직연금 가입자가 다른 금융회사로 쉽게 계좌를 옮길 수 있는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오는 15일부터 시행된다. 실물이전 제도 도입의 첫 번째 목적은 연금사업자 간 경쟁을 유도해 물가 상승률에도 못미치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적극적인 상품 선택 및 이동으로 연금 사업자와 운용사의 자산배분 상품 경쟁 촉진이 예상된다. 특히 연금 상품의 수익률 개선 노력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퇴직연금 적립금 430조원 넘어설 듯 =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퇴직연금사업자 42곳의 퇴직연금 운용 금액 총합은 394조3034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4.02% 증가했다. 올해 말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43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퇴직연금 자산 규모는 2011년 49조9000억원에서 작년 말 기준 382조4000억원으로 7.7배 증가한 바 있다. 최근 5년간에도 2배 규모로 성장했다. 이대로 성장한다면 2026년 말에는 5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퇴직연금의 평균 수익률은 2.4%에 불과하다. 호주의 퇴직연금 최근 5개년 평균 수익률은 7.4%. 미국의 경우 2008년부터 2021년 평균 수익률이 7%를 웃도는 것과 크게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 퇴직연금 운용 상품의 87%가 원리금보장 상품으로 구성되어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수익률을 이어가고 있다.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퇴직연금의 낮은 수익률은 퇴직자들의 노후 대비를 부실하게 만드는 배경”이라며 “최근까지 지속된 고물가 환경은 물가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부각시킨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22년 7월 사전지정운용 제도(디폴트옵션)를 도입한 데 이어 오는 15일부터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가입자 선택권 보장…투자손실 최소화= 이 제도는 퇴직연금 가입자의 자유로운 금융회사 선택권을 보장하고 수수료와 수익률 및 서비스 품질 등 실질적인 편익 증대를 위해 만들어졌다.
지금까지는 다른 금융사로 이전하기 위해서는 투자한 상품을 모두 처분하고 현금화한 뒤 이전해야 했다. 이때 만기가 안 된 예금을 가지고 있는 경우라면 중도해지에 따른 이자 손실을 투자자가 떠안아야 했다. 펀드와 같은 실적배당 상품의 경우엔 펀드를 매도했다가 다시 매수하는데 상당한 기일이 소요되면서 손실이 우려되기도 한다. 특히 해외펀드의 경우 열흘 이상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이 기간 동안 해당 펀드의 자산가치 상승의 기회를 버리고 퇴직연금 계좌를 옮겨야 했다. 새로운 퇴직연금 계좌로 옮긴 후에는 다시 투자할 상품을 골라서 포트폴리오를 짜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수익률이 낮더라도 한 번 선택한 퇴직연금 사업자를 바꾸는 것에는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 실물 이전 제도가 시행되면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에 가입한 근로자들의 움직임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내가 보유한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수수료율 등이 더 적은 곳으로 퇴직연금 이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중도해지 없이 기존의 약정이율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으며 매도와 재매입에 따른 수수료 및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 또 시장 상황에 따른 손실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특히 평소 이용하던 금융사에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없거나 높은 수수료가 부담이 되었던 경우 금융사별로 조건을 비교해서 나에게 더 적합하고 유리한 곳으로 옮길 수 있어 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할 수 있다.
◆이전 시 반드시 체크할 사항 = 다만 실물 이전이 가능한 퇴직연금 유형은 DC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두 종류다. DC형은 DC형으로, IRP는 IRP 계좌로만 이동할 수 있다.
DC형 계좌를 옮기려면 회사에서 선정한 퇴직연금 사업자가 어느 곳인지를 확인하고, 이 가운데에서 선택해야 한다. 변경할 수 있는 시기는 회사마다 다르다. 보통은 1년에 한두 번 기간을 정해 신청받는다. IRP 가입자는 원할 때 언제든 퇴직연금 사업자를 바꿀 수 있다. 신청은 적립금을 옮겨 받을 금융사에서 하면 된다.
보유 중인 모든 상품이 다 실물 이전되는 것도 아니다. 금,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등은 이전이 가능하다. 하지만 주식, 리츠, 파생결합증권처럼 이전이 불가능한 상품도 있다. 디폴트옵션의 경우에도 실물 이전이 되지 않는다. 실물 이전이 가능한 상품이라도 퇴직연금을 옮기려는 해당 금융사가 동일한 상품을 취급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퇴직연금 실물 이전 제도를 이용해 계좌를 옮기려면 이전할 금융사에서 내가 보유한 상품을 취급하고 있는지, 상품 라인업은 충분한지, 수수료는 합당한지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실물 이전을 희망하는 가입자는 이관 회사 또는 수관 회사에서 본인 보유 상품 중 실물 이전 가능한 상품이 무엇인지를 미리 조회할 수 있다.
만약 금융사에 공통으로 취급하는 상품이 아니라면 가입자가 해당 상품을 스스로 현금화한 뒤 이전 신청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현재 퇴직연금 계좌에서 A 은행의 정기예금과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 실물 이전을 하려는 금융사에서 국채는 취급하지만, A 은행의 정기예금 상품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경우 국채는 그대로 실물 형태로 옮길 수 있지만, A 은행의 정기예금 상품은 실물 이전이 되지 않는다. 결국 가입자는 A은행의 정기예금 상품을 현금화해야 퇴직연금 계좌를 옮길 수 있다.
때문에 이전하려는 금융사의 퇴직연금 상품 라인업을 꼼곰히 살펴봐야 한다. 특히 기존 회사에서 제공하지 않았던 상품을 새롭게 포트폴리오에 포함하고자 하는 경우 이전할 회사의 상품이 얼마나 다양하게 제공되는지도 중요하다. 투자 가능한 상품 라인업의 다양성과 함께 부대서비스도 고려하면 좋다.
이전 비용 및 수수료도 확인해야 한다. 계좌 이전시 발생할 수 있는 수수료나 비용을 확인하지 않으면 장기투자 상품인 만큼 손해도 막대하다. 일부 금융사는 계좌 이전에 따른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고 반대로 계좌 유치를 위해 여러 가지 혜택을 제공할 수도 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