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에 군 휴학 의대생 급증
37개 의대서 1059명, 전년대비 7배 … ‘조건부 휴학 승인’ 의료계 반발 확산
의과대학생 가운데 입대로 휴학한 학생이 1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대부분은 증원 정책에 반발해 학교를 떠난 상태에서 군의관을 포기하고 현역 입대를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조건부 휴학 승인’에 대한 의대생과 의료계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8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전국 국·사립 의대 군 휴학 허가 인원’을 보면 지난달 23일 기준으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3개 대학을 제외한 37개 대학에서 1059명이 군 휴학 허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에 비해 6.5배, 2021~2023년 평균(138.7명)보다는 7.6배에 달한다.
최근 군 휴학생은 2021년(116명), 2022년(138명), 2023년(162명)까지 100명대를 기록했다.
대학별로 보면 국립대가 358명, 사립대는 701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이런 현상은 상당수가 의대 증원에 반발해 수업을 거부하는 사이 군 복무를 해결하려 판단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의대생들의 군 휴학이 대거 늘면서 장차 군의관과 공보의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진선미 의원은 “윤석열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으로 ‘의대’ 대신 ‘군대’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평년 대비 7배 이상 크게 늘었다”며 “정부는 조건부 휴학을 승인할 것이 아니라 의대생들과 조건없이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의 농단에 동요하지 말라” = 이런 가운데 ‘내년 1학기 복귀 조건부 휴학’ 등의 정부 발표에 의대생과 의사단체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40개 의대 학생들이 모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는 7일 비상대책위원회 공동 위원장 명의로 입장문을 발표했다.
입장문에서 이들은 “교육부가 휴학계 승인에 대한 전제를 걸고 휴학 기간을 제한하는 등 초법적 내용을 발표했다”며 “이는 학생의 기본적인 권리에 대한 명백한 침해이자 강요, 협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교육부는 적법하게 제출한 휴학계를 수리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검토한다고 밝힌 ‘의대 교육 5년 단축안’에 대해서는 “조기졸업 형태로 된다는데 1월에 개강해서 1년 내내 빈틈이 없는 의대 학사일정에서 어떻게 그러한 형태가 가능한가”라며 “말도 안 되는 땜질식 처방은 의학 교육의 질적 하락을 가져올 것이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의대협은 이날 각 의대 대표들을 통해 학생들에게 “교육부의 농단에 동요하지 말라”는 공지를 보냈다.
비대위원장 명의의 내부 공지문에서 의대협은 “서울의대의 휴학 수리에 따라 나머지 39개 단위에서도 휴학 승인을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며 “교육부의 ‘복귀 전제’ 휴학은 학생 권리 침해이자 강요·협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건부 휴학 승인을 운운하며 혼란을 초래하는 교육부 농단에 동요하지 마시기를 바란다”며 “학생들의 방향성은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 학생 사회 내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교수들 ‘교육부 해체’ 주장까지 = 의대 교수들은 ‘교육부 해체’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와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 공동 성명에서 “교육부는 학생들이 자유 의지로 결정한 휴학 신청을 승인하지 말라는 부당한 행정지도를 통해 학생의 기본 인권을 억압하고 있다”며 “대학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인 자유가 교육부에 의해 전면 부정되는 상황”이라며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대학 과잉 규제와 비민주적 간섭을 즉시 거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교수들은 “이 장관은 2021년 7월 K-정책 이사장으로서 ‘교육부의 과잉 규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려면 교육부를 발전적으로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이 장관은 본인 소신대로 ‘교육부의 발전적 해체’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