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활성화로 코리아 프리미엄시대 열자│② 전자주주총회

전자투표제 도입 급부상 … 행사율 활발 예상

2020-03-04 00:00:01 게재

삼성전자·현대차 등 대기업 제도 도입 및 코로나19 사태로 필요성 높아져

해외에선 27년 전부터 화상회의 방식·하이브리드(현장 병행형)·버츄얼(현장 대체형) 전자주총 허용

그동안 한국 기업들의 주주총회는 '주주 없는 주총, 토론 없는 주총, 정보 없는 주총'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예년과 다른 모습이 기대된다. 주총 내실화 방안 및 5%룰 제도개선 방안이 처음으로 적용되면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 뿐만 아니라 소액주주들의 주주권 강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해결해야 할 문제는 산적해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 급격히 확산된 코로나19 사태는 상장사와 주주들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주주총회가 본격화되는 3월, 상장사들의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국민연금과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의 주총 대응 방향 및 주총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법을 살펴본다. 또 그동안 한국증시의 발목을 잡았던 코리아디스카운트에서 코리아프리미엄의 시대로 나가기 위한 방안을 찾아본다.


3월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전자투표제도 도입이 급부상하고 있다. 실제 행사율도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투표제도 시행 10년 동안 도입을 기피하고 제도를 도입한 기업들도 실제 행사를 하지 않던 기업들이 최근 발생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대거 채택, 시행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한걸음 더 나아가 이번 기회에 전자주주총회를 앞당기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GDP(국내 총생산)순위 10위의 한국 경제적 상황과 현재 유튜브 등으로 실시간 소통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충분히 검토해 볼 만한 시기가 됐다는 판단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27년 전부터 화상회의 방식 및 하이브리드(현장병행형), 버츄얼 전자주총을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총 전자투표, 전자 주주총회 도입이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고 기업가치를 높이며 주주총회 운영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전자투표 시행 10년, 행사율 5% =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악화하면서 정기주주총회에서 전자투표를 대안으로 고려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특히 대기업들은 잇따라 전자투표제도를 도입하고 나섰다. 전자투표로 의결권 행사가 가능해지는 주주들의 수도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전자투표제도는 2014년에 도입한후 10년이 지나도록 크게 늘지 않았다. 실제 전자투표 행사율은 5% 수준으로 저조한 상황이다. 그나마 2017년 말 섀도보팅(의결권 대리행사) 제도가 폐지되고 국민연금이 2018년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면서 대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전자투표를 도입한 덕분이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먼저 코스피 시가총액 1위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전자투표 도입을 확정하면서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삼성물산도 올해부터 전자투표를 시행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현대차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도 전 계열사에 전자투표를 적용하기로 했다. SK그룹은 핵심 계열사 위주로 전자투표를 도입했다.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은 주총 공고에 전자투표와 전자위임장에 대한 설명과 함께 활용을 당부했다. SK이노베이션이 2017년, SK텔레콤은 2018년, SK하이닉스는 2019년부터 전자투표를 실시 중이다. 롯데하이마트가 전자투표제를 시행 중인 롯데그룹은 전자투표제 확대 도입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 전자투표 도입을 고려하지 않는 기업들도 있다. LG그룹은 현재까지 전자투표제 도입을 결정한 계열사가 없다. LG전자는 26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예정대로 주총을 연다. LG전자는 공시를 통해 소집통지, 코로나19 등 비상사태 발생 시 일정과 장소 변경할 가능성은 있다고 밝지만 전자투표 도입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진그룹의 전자투표제 도입 여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일명 강성부 펀드)는 25일 열릴 한진칼의 주총에 전자투표 제도를 도입할 것을 제안한 상황이다.
 


◆전자투표 플랫폼 경쟁 활발 = 민간 증권사의 합류로 치열해진 전자투표 플랫폼 경쟁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까지 한국예탁결제원과 미래에셋대우만 제공하던 전자투표 서비스를 올해부턴 삼성증권과 신한금융투자도 제공하기로 하면서 기업들로서는 전자투표 기관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예탁원의 경우 전자투표·전자위임장 서비스를 이용하는 상장사에게 이달 열리는 모든 주총에서 이용 수수료 전액을 면제한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3월 무료 서비스인 '플랫폼V'를 내놓으며 99개사를 끌어왔다. 삼성증권은 연초 '온라인 주총장' 서비스를 출시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신한금융투자도 조만간 전자투표 시스템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전자투표 방법은 작년보다 쉬워졌다. 본인 확인을 위해 공인인증서가 반드시 필요했던 작년과 달리, 지문인증, 간편비밀번호 등 간편인증이 가능해졌다. 1월에 상법 시행령 개정안이 발효됨에 따라, 주주의 휴대전화, 이메일을 통한 전자투표 일정 알림 서비스도 제공된다.

주주는 전자투표 관련 주총 소집통지 내역을 확인하고 각사 전자투표 시스템에 로그인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투표는 주총일 10일 전부터 전일까지(공휴일 포함)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참여 가능하다. 마지막 날은 오후 5시까지 하면 된다. 전자투표 내용을 변경, 철회할 수도 있다. 주총이 끝난 뒤 1~7일 동안 주총 결과를 볼 수도 있다.

◆터키, 모든 상장사에 전자주총 의무화 = 김호준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소장은 이번 기회에 전자주주총회를 도입해 주주없는 총회, 토론없는 총회의 문제를 해결하자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경제규모 세계 19위대의 터키가 모든 상장사에 대해 전자주총을 의무화했다는 사실은 놀랍다"며 "터키는 2012년부터 전자적인 참가와 투표가 출석이나 투표와 동일한 효과가 있음을 규정하여 전자주총을 개최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정비했다"고 설명했다. 터키에서는 사이버 공간에서만 진행하는 버추얼 주주총회가 아닌 현장주총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주주총회로 수용하는 방법을 진행하고 있다.

현장병행형(hybrid) 전자주주총회는 현장 주주총회를 개최하면서, 참석하기 어려운 주주를 위해 인터넷으로 병행하는 전자주주총회를 말한다. 현재 터키, 이탈리아, 호주 등에서 허용하고 있다. 반면 현장대체형(virtual-only) 전자주주총회는 현장 주주총회를 개최하지 않고, 전적으로 인터넷으로만 주주가 참여하는 주주총회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에서는 현장대체형 주총을 허용하고 있다.

미국은 전체주의 약 절반가량이 버추얼 주총을 명시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며 캐나다, 덴마크, 뉴질랜드에서는 회사법에서 하이브리드 및 버추얼 주총을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 경우 시간적, 지리적 제약이 있는 주주들도 주총에 참여할 수 있어서 정족수 문제에 도움되고 토론 또한 더욱 활발해질 수 있다. 부가적으로 참석 인원이 많을 경우 회의실 비용, 교통비, 이로 인한 기회비용 등 주총에 소요되는 직간접적인 비용들 또한 절감이 기대된다.

미국회사들의 경우 주주가 주주제안의 근거, 타사 사례 등을 요약해 기술하면 회사가 그 밑에 관련 현황, 반대논거, 대안 등을 제시하며 최종 표결에서 반대를 요청하기도 한다.

천창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형 전자주주총회 도입방안'을 제안했다. 현장 주주총회와 전자주주총회를 병행하는 현장병행형 주주총회 도입과 동영상과 음성을 실시간으로 지원하는 일방향 시스템을 내용으로 하는 방안이다. 천 연구위원은 "전자주주총회는 주총 활성화, 주주민주화, 기업지배구조개선의 달성에 효과적인 도구이며 주주들의 무관심으로 주총 성원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대안"이라면서도 "현 단계에서 현장 대체형 전자주총의 도입은 다소 무리가 있으니 우선 현장병행영을 도입한 뒤 국내외 여건을 고려해 현장대체형을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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