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막판 변수는 | ④ 막말

‘노령남성 · 좌우진영 정치’가 부른 예고된 참사

2020-04-09 12:45:34 게재

차명진 통합당 후보, 세월호 유족에 또 혐오발언 ··· 좌우 극단세력에게나 통할 ‘거친 언어’ 대중에게 뱉어

막말 대국민사과하는 미래통합당 | 4.15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가운데), 신세돈(왼쪽 두번째), 박형준 공동선대위원장(오른쪽 두번째) 등이 9일 오전 국회에서 '김대호·차명진 후보의 막말'에 대해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미래통합당 관계자는 8일 ‘차명진 막말’ 소식을 전해듣자 “그 사람, 또 사고쳤나. 그럴 줄 알았다. 수도권 선거는 끝났네”라며 한숨을 쉬었다. 여야는 “제발 입조심하자”고 당부하지만 ‘입조심’을 당부한 당 지도부까지 막말의 주인공이 되기 십상이다. 막말이 6일 앞으로 다가온 4.15 총선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통합당 차명진(61·경기 부천병) 후보는 8일 “세월호 자원봉사자와 세월호 유가족이 텐트 안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문란한 행위를 했다는 기사를 이미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관계도 확인 안된 인터넷매체 기사를 앞세워 세월호 유족에 대한 혐오 발언을 쏟아낸 것. 차 후보는 지난해에도 세월호 유족을 향해 “가족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쳐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 진짜 징하게 해 처먹는다”고 말했다.

앞서 통합당 김대호(57·서울 관악갑) 후보는 “30대 중반, 40대는 논리가 아니다. 거대한 무지와 착각”(6일), “나이가 들면 다 장애인이 된다”(7일)는 막말을 쏟아냈다. 통합당 황교안(63) 대표는 지난 1일 “호기심에 n번방에 들어왔다가 막상 보니 적절치 않다 싶어서 활동을 그만둔 사람에 대해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말해 비난을 자초했다.

막말은 여당도 예외가 아니다. 민주당 이해찬(68) 대표는 지난 1월 “선천적인 장애인은 의지가 좀 약하다”고 발언했다가 비판을 받았다. 이 대표는 과거에도 실언 논란에 자주 휩싸였다.

정치권의 막말은 왜 반복되는걸까. 두가지 배경이 꼽힌다. 우선 ‘노령 남성’이 정치권 주류인 상황에서 ‘예고된 참사’라는 지적이다. 정치권 주류인 50대~70대 남성 정치인들은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변화된 사회의 인권·젠더·성인지 감수성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여야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노령 남성의 정치’를 바꾸겠다며 “여성과 청년을 많이 공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극단적인 좌우진영 정치가 기승을 부리는 것도 막말 사태의 원인으로 꼽힌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좌우로 극단적으로 나뉜 상황에서 자기 진영의 사람에게나 호응받을 거친 언어를 대중에게 쏟아내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극우 성향 유튜브나 토론방에서 할 법한 극단적인 주장을 대중 앞에서 가감없이 쏟아내는 바람에 막말 논란을 자초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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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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