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기 쌀값 20만원에 농정 갈등
10월초 18만원선, 두차례 더 조사후 최종 결정 … 농업계 “벼 재배면적 감축 지원 확대해야”
수확기 쌀값 회복을 놓고 정부와 농업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역대 수확기 쌀값은 80㎏ 기준 20만원을 오르내렸지만 올해 수확기에는 이에 못미치며 쌀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졌다.
수확기 쌀값으로 인용되는 10월 첫 산지쌀값은 통계청이 8일 발표한 정곡 80kg 쌀 한 가마 기준 18만8156원으로 지난해 수확기 같은 기간보다 3만원 가까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쌀값이 10월 이후 높아져야 하지만 농업계에서는 부정적 시각이 커지고 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는 8일 “정부가 산지 쌀값 지지를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8월까지 네차례에 걸쳐 20만톤을 매입했지만 분할 격리로 정책 효과가 반감됐다”며 “이는 양곡 정책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올해 수확기에도 같은 사례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농연은 또 “당정이 9월 10일 개최한 협의회에서 올해 쌀 초과생산량을 전량 매입하겠다고 밝힌바 있다”며 “정확한 신곡 수요량을 바탕으로 연내 신속히 격리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쌀 예상생산량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쌀 생산량은 365만7000톤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370만2000톤보다 4만5000톤(1.2%) 감소한 수치다. 하지만 올해 쌀 수요량이 360만톤으로 전망되면서 5만톤가량 초과물량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수확기 쌀값은 역대로 10월 초 고점을 찍은 후 점차 하락하는 추세를 반복해왔다. 지난해 수확기 쌀값은 10월 5일 기준 21만7552원을 기록한 후 11월 15일에는 19만원대로 내려가 20만원선이 무너졌다. 이 때문에 올해 수확기 쌀값이 10월초 18만원에서 점차 더 내려갈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재 발표된 쌀값은 올 수확기 햅쌀에 책정된 첫 산지 가격으로 최종 수확기 쌀값은 이달 말까지 두차례 더 발표될 산지 쌀값을 토대로 결정된다.
정부는 그간 쌀값 보장을 골자로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대신 농가에 쌀 한가마 가격 20만원 보장을 약속한 바 있다.
쌀값 20만원 보장을 놓고 국회에서는 정부와 야당간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7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쌀값과 관련해 “필요한 경우 초과 물량 격리 방침에 따라 추가 대책도 추진하겠다”면서도 “쌀값 20만원 유지에 대해 가격을 약속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농업계에서는 불안정한 쌀값의 원인으로 수급 불균형을 지목했다. 한농연은 “쌀 적정 생산을 위해 전략작물직불제와 벼 재배면적 감축에 대한 정책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며 “동시에 쌀 산업 지속성 확보를 위해 중장기적인 수급 안정 대책 마련에도 나서달라”고 밝혔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