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로 3D 프린터 뜬다

2020-05-12 11:44:29 게재

인공호흡기 부품 · 검체 채취용 면봉까지

지난 3월말 미국 뉴욕주 소재 노스웰병원은 사우스플로리다대(USF), 탬파 제너럴병원, 3D 프린팅 업체 폼랩스와 협업을 통해 코로나19 검체 채취용 면봉을 생산한다고 밝혔다. 병원으로 몰려드는 코로나19 의심환자 검체를 채취할 특수 면봉 부족이 지속되면서 필요한 면봉을 직접 만들기로 한 것이다.

파일럿 스터디를 통해 안전성과 효과를 검증받은 이 면봉은 현재 하루에 3000개씩 생산되고 있다. 노스웰병원 측은 타 기관과 프로포타입을 공유할 의사가 있다며, 3D프린터와 원료만 있으면 어떤 병원이든 검체 채취용 면봉을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2일 코트라 뉴욕무역관이 내놓은 '코로나19 위기 속 3D 프린터의 활약'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세계적 팬데믹 현상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마비되고 의료물자 수요 또한 급증하면서 미국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3D 프린터의 활약이 눈부시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조업을 중단한 주요 제조업체들은 3D프린터를 활용한 의료물자와 장비 생산체제로 전환했다. 보잉은 3D 프린터 장비가 마련된 세인트루이스와 앨라배마주 헌츠빌에서 의료진에게 제공할 안면보호구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포드는 인하우스 프린팅 역량을 이용해 개인보호구에 들어가는 부품을 제조하고, 닛산은 헤드밴드와 안면보호구를 3D 프린터로 찍어낸다.

HP는 개인용 액세서리, 인공호흡기 부품의 디자인을 웹사이트에 공개하고 누구나 무료로 다운로드받을 수 있도록 했다. 자전거 안장부터 교정기까지 3D 프린터를 활용해 다양한 제품을 제조하는 스타트업 기업 카본 3D도 안면보호구와 검체 채취용 면봉을 제작한다.

IBIS월드 3D 프린터 제조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미국 3D 프린터 제조산업 시장규모는 45억달러로 2014~2019년 연평균 19.5% 성장했다. 같은 기간 업계 고용기업 수는 35.4% 증가한 3549개였으며, 이들 기업의 R&D 지출 규모는 3810억달러에 달했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3D 프린터 주요 수요처는 소비재 헬스케어 자동차 항공·우주 산업이다. 이 중 소비재와 헬스케어 산업에서 2019년 전체 3D 프린터 제조산업 매출의 약 40%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뉴욕무역관 관계자는 "해외에 공급망을 둔 미국기업들이 코로나19를 계기로 공급망 시스템을 재점검할 것으로 예상되며 3D 프린터, 클라우드, AI 기술을 활용한 첨단제조 시기도 앞당겨질 것"이라며 "한국기업들은 3D 프린터 등 첨단기술 도입 추세, 현지 생산 트렌드 등을 파악해 수출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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