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5.18 40주년 맞아 "통합" 외치며 광주로

2020-05-18 11:13:33 게재

범여권, 진상규명에 초점 맞추고 관련법처리 다짐

보수야권, '5.18 폄훼'에 "개인적 일탈" 사과 나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여야 정치인들이 대거 광주로 향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도부와 당선인 177명 전원이 광주를 찾았다. 총선참패 후 첫 5.18을 맞는 보수야권도 앞다퉈 광주를 방문하거나 관련 메시지를 내놨다. 미래통합당 지도부는 물론 당 안팎 당선인 및 지방자치단체장까지 '총출동'했다.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은 지난 1997년 국가기념일 지정 23년 만에 처음으로 민주화운동 최후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에서 진행된다. 핍박과 폄훼, 은폐된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5.18민주화운동이 40주년을 맞아 진실과 통합의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서 만난 이해찬-주호영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와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옛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제40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민주당, 전일빌딩에서 최고위 = 민주당은 177석 슈퍼여당 등극 분위기까지 더해지면서 진상규명을 위한 발걸음을 힘차게 내딛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참석인원을 이해찬 당대표를 포함해 20명 내외로 제한한다는 방침이지만 당 차원의 오후 일정을 마련해 당선인 177명 전원이 광주를 방문한다.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8일 공식 논평을 통해 "5.18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역사의 가해자에게 응분의 책임을 지우는 것이 대한민국을 열어가는 첫 단추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강 수석대변인은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의 5.18폄훼 망언에 대해 사과하고 관련법 처리에 힘을 보태겠다는 약속을 언급하며 "뒤늦었지만 시대착오적 역사 인식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사과가 말로만 그치지 않도록 진정한 협조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민주당 현장 최고위원회의도 광주에서 열린다. 민주당은 오후 전일빌딩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연다. 전일빌딩은 전남도청과 함께 5.18민주화운동의 상징으로 불린다. 민주당은 시민군의 저항 장소이자 1980년 5월 헬기사격의 총탄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광주 금남로 전일빌딩을 통해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린다는 각오다. 최고위를 마친 후에는 당 지도부와 당선인 모두가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할 예정이다.

광주, 전남 지역 당선인 18인 전원은 17일 5.18역사왜곡처벌특별법을 21대 국회 제1호 법안으로 처리할 것을 다짐했다. 발포명령자, 암매장, 헬기 사격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활동을 시작한 5·18진상조사위원회에 힘을 싣고, 역사왜곡처벌법 등 5·18 관련법 처리를 위한 8법을 내걸었다.

열린민주당은 성명을 통해 "진상규명 만이 비극을 막고 역사를 바로 세우는 첫 단추"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통합당에 대해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위원 중 통합당 추천 인사 취소 △막말 발언자 출당 △왜곡·폄훼 발언 처벌법 제정 등을 촉구했다.

◆보수진영 인사들 대거 광주행 = 숱한 막말로 광주에 '대못'을 박아온 미래통합당은 총선참패를 기점으로 과거와의 단절에 나서는 모습이다.

통합당은 지난해 당 소속 의원들이 5.18 폄훼 행사를 열고 극언을 했음에도 '솜방망이 징계'에 그치는 등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미래통합당은 주호영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가 4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고 5·18민주묘지를 참배한다. 이어 통합당의 광주 지역 총선 출마자들과 오찬 회동을 한다. 원내대표 취임 후 첫 방문지가 광주라는 데 의미를 두는 모습이다.

앞서 주 원내대표는 16일 입장문을 내고 "당 일각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모욕하는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있어왔고, 아물어가던 상처를 덧나게 했던 일들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며 "이유를 막론하고 다시 한 번 5.18 희생자와 유가족, 상심하셨던 모든 국민 여러분께 매우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고 사과했다.

주 원내대표는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민주화운동유공자유족회,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 등 관련단체를 법정단체화하는 내용의 '5.18 민주유공자 예우법' 개정을 약속했다.

같은 당 유승민 의원은 하루 전인 17일 오전 유의동 의원, 김웅 당선인과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 "20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5.18 폄훼에 대해) 진심을 담아 사죄하고 21대 국회를 시작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5.18민주묘지를 찾은 장제원 의원도 방명록에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흘리신 광주의 피와 눈물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남겼다.

원희룡 제주지사, 권영진 대구시장도 기념식에 참석한다.

원 지사는 17일 메시지를 내고 "희생으로 민주주의의 꽃을 피워낸 광주 영령들을 숙연한 마음으로 추모한다"며 "분열을 조장하고 이용하는 증오와 배제의 미숙한 정치도 국민통합의 성숙한 정치로 거듭나야 한다"고 밝혔다.

권 시장은 같은 날 자신에 페이스북에 주 원내대표의 5.18폄훼 사과에 대해 "늦었지만 참 잘한 일"이라며 "역사 앞에 당당하고 국민 앞에 겸손한 새로운 정치로 가는 새출발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했다.

통합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은 기념식에 초청을 받지 못한 데 대해 불편함을 숨기지 않았다. 원유철 대표는 18일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이리 가라 하면 이리 가고 저리 가라 하면 저리 가는 정당이 아니다"라며 "초청장이 없어도 가야 할 길이라면 갈 것"이라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17일 오전 '광주 헬기 기총사격'을 증언한 조비오 신부가 묻힌 전남 담양 천주교 묘역, 5.18민주묘지를 방문했다. 그는 "5·18 민주화운동을 특정지역이나 정치세력의 전유물이 아니라 대한민국 모두의 역사로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 여당은 5·18 영령들께서 피로서 목숨 바쳐 만들고자 했던 민주주의의 모습이 무엇이었는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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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우 이재걸 기자 dolboc@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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