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심의 … 노사 신경전

2020-06-02 10:56:24 게재

경영계 중소기업 600곳 조사 '동결' 80.8% … 한국노총 "경제위기 노동자에 전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할 최저임금위원회 가동을 앞두고 노사 간의 신경전이 시작됐다.

먼저 1일 사용자측에서 중소기업 10곳 중 8곳이 내년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6~13일 최저임금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중소기업 600곳을 대상으로 한 '중소기업 고용애로 실태 및 최저임금 의견조사' 결과, 80.8%는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 수준으로 '동결'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인하'는 7.3%, '1% 내외 인상' 9.2%, '2~3% 이내 인상' 2.5%로 조사됐다.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8590원)보다 인상될 경우 대응방법으로는 신규채용 축소(44.0%)와 감원(14.8%) 등 절반 이상(58.8%)의 기업이 고용을 축소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임금삭감 3.0%, 사업종료 1.8% 순이었다. 모르겠다는 응답은 21.5%였다.

지난해와 비교한 현재 경영상황에 대해 '악화' 응답이 76.7%에 달했고 '비슷한 수준' 응답은 23.0%였다. 호전됐다는 응답은 0.3%에 그쳤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악화했다는 응답은 75.3%였고 2분기에 악화할 것이라는 응답은 65.7%였다. 업종별로는 숙박·음식점업의 경우 악화했다는 응답이 93.7%에 달했고 도·소매업 78.3%, 제조업 67.7% 등이었다.

현 경제상황이 지속될 경우 감원이 불가피한 시기에 대해서는 '6개월 이내'라는 응답이 33.0%였다.

6~9개월 12.0%, 9개월 이상 16.5% 등이었다. 감원계획이 없다는 38.5%였다.

코로나19 종료이후 경영·고용상황 회복에는 '6개월 이상~1년 이내'가 31.3%로 가장 많았다. 6개월 이내 28.0%, 1년 이상 20.5%, 즉시 6.5%, 장기간 회복 기대 어려움 4.7% 등이었다.

고용유지를 위해 우선시돼야 할 정부정책으로는 '인건비 지원수준 확대'가 50.0%로 절반을 차지했다. 이어 사회보험료 감면(26.2%), 임금지급을 위한 융자 확대(11.8%), 인건비 지원 절차 간소화(10.3%) 순이었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현재 기업들은 외부의 불가항력적 요인에 의한 출혈 경영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제 부진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그 여파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만큼, 경제상황과 일자리 유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코로나19 위기를 최저임금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희생시키고 있다고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논평을 통해 "사용자단체가 코로나19 위기를 틈타 최저임금 동결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며 "최저임금 동결은 저임금노동자들의 생활을 어렵게 하고 소비를 위축시켜 경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2018년부터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확대돼 올해 최저임금이 5%로 인상돼도 실제인상효과는 절반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2018년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들어가는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는 단계적으로 확대돼 2024년에는 전액이 산입범위에 포함된다.

한국노총은 "고용노동부가 집계하는 협약임금인상률은 4월말 현재 4%이고, 진도율이 40%에 달한다"며 "일반 노동자 임금보다 최저임금이 오르지 않으면 임금격차와 불평등은 더 확대된다"고 강조했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지난 3월 31일 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를 최저임금위에 요청했다.

최저임금위는 심의요청을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최저임금안을 고용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시한이 이달 29일로 다가왔지만 최저임금위는 첫 전원회의도 열지 못하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 고시 기한은 8월 5일이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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