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정권 녹화사업 피해자 2243명”
5공 보안사 ‘강제징집 명부’ 단독 입수···정부 공식발표 1192명보다 2배 많아, 피해자 “보안사 존안자료 공개” 촉구
전두환정권 당시 학생운동을 하다 국가공권력에 의해 군대로 끌려간 강제징집자 등을 대상으로 실시된 녹화사업 피해자 2243명의 명단이 적힌 문건이 나왔다. 녹화사업 전체 명단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정부가 공식 발표한 1192명 보다 2배 가까운 규모라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지금까지 관련단체들은 “당시 강제징집과 녹화사업을 당한 사람들이 정부의 발표보다 훨씬 많다”며 “5공 때 작성된 보안사 존안자료 전체를 공개하라”고 촉구해왔다.
24일 내일신문이 입수한 ‘특수학적변동자(강제징집) 녹화사업 대상자 명부’에는 5공 때 강제로 실시된 녹화사업 대상자 2243명에 대한 인적사항과 병적관계, 녹화사업 유/무, 편입사유 등이 상세히 적혀있다.
보안사는 문건에 강제징집된 사람 등이 녹화사업에 편입된 사유를 상세히 적고, 비고란에 녹화사업 대상자를 ‘특변 심사자’ ‘특변 미심사자’ ‘비특변 심사자’ 등으로 구분했다. ‘특변’은 ‘특수학적변동자’를 줄인 말로 정부의 특별조치에 의해 강제징집된 학생을 뜻한다. ‘비특변 심사자’는 일반입대자다.
전두환정권은 1980년 9월부터 1984년 11월까지 학생운동에 참여한 대학생들을 강제징집해 1982년 9월부터 1984년 12월까지 이들을 프락치로 활용하는 녹화사업을 했다. 이 과정에서 9명이 의문의 죽임을 당해 녹화사업은 1984년 12월 폐지됐다. 당시 보안사는 녹화사업 대상자를 보안부대로 불러 과거 운동권 가담내용 등을 조사해 ‘심사자료’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가혹행위를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사실이 규명되지 않았다.
녹화사업 대상자 명단에는 유명 정치인들도 포함돼 있다. 명부에 따르면 미래통합당 소속 국회의원을 지낸 A씨는 학림사건에 관련돼 지도휴학(강제 휴학) 후 1981년 10월 강제징집돼 녹화사업을 받았다. 노무현정부 당시 장관을 지낸 B씨는 ‘A’ 등급으로 교내시위 및 무림사건과 관련해 보안사 조사를 받고 1983년 5월에 강제징집돼 녹화사업대상이 됐다.
학교별로는 서울대가 297명으로 녹화사업 대상자가 가장 많았다. 이어 성균관대 135명, 고려대 116명, 연세대 92명, 외국어대 62명, 서강대 42명 순이다. 지방대학에서는 전남대 46명, 강원대 44명, 경북대 42명, 부산대 32명 순이었다,
이 문건은 당시 보안사가 강제징집자와 일반입대자 중 녹화사업 대상자를 선정해 명단을 작성한 것으로 판단된다.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가 녹화사업 대상자를 1192명으로 1차 확정한 것은 당시 기무사(보안사)가 강제징집·녹화사업 대상자 명단 일부만 제출한 데 따른 것이다.
국방부 과거사위는 2006년 7월 기무사 자료를 바탕으로 강제징집자는 1152명이고, 녹화공작 대상자는 강제징집자 921명과 정상입대자 24명을 포함한 민간인 271명 등 모두 1192명이었다고 발표했다. 국방부 과거사위는 당시 “강제징집·녹화사업은 5공 정권 차원에서 진행된 위법행위였다”고 결론냈지만 아직까지 피해자들의 요구인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명예회복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강제징집·녹화사업 피해자들은 지난해 12월 강제징집녹화선도공작진실규명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전두환씨의 사저를 방문해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올해 4월에는 광주지법 앞에서 고 조비오 신부 사자명예훼손사건 재판에 출석한 전두환씨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위원회는 현재 정부에 ‘녹화사업에 관한 보안사 존안자료’의 공개를 요구하고 있으며, 특별법 제정도 추진하고 있다.
노영필 추진위 공동위원장은 “전두환정권의 위법한 행위로 피해자들은 죽음까지 생각하는 정신적 고통을 강요받았다”며 “국가기관이 관리하는 보안사 존안자료 등을 가감없이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추진위는 24일 광주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학술대회를 열고 강제징집·녹화사업의 진상규명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