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이사회, 아무런 책임도 안지려고 해"

2020-08-10 11:00:54 게재

라임 분쟁조정 이달말 결론 … 이사회 '원금반환' 신중검토

"라임 원금 반환, 27일 전 결론내야" 에서 이어짐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 등 금융회사 이사회가 아무런 책임도지지 않으려고 한다. 동네 상점도 잘못된 상품을 고객에게 팔았으면 다른 상품으로 교환해주거나 환불해준다"며 "신뢰가 최우선인 금융회사들이 동네 상점보다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분조위가 제시한 '라임 무역금융펀드 투자원금 반환' 조정안에 대해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지난달 이사회를 열었지만 수용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금융회사 관계자는 "이사회가 원금반환 문제를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하기 위해서 당장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경영진들은 금감원 분조위 조정안을 수용하자는 분위기이지만 사외이사들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무책임한 이사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와 신한금융투자는 아직 이사회도 열지 못했다.

금감원이 한차례 기한을 연장하면서 금융회사들은 시간을 벌게 됐지만 이달 27일까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조정안을 수용할 경우 라임 무역금융펀드의 판매사별 배상규모는 우리은행 650억원, 신한금융투자 425억원, 하나은행 364억원, 미래에셋대우 91억원 등이다. 판매사들은 원금을 반환할 경우 신한금융투자로부터 받아낼 수 있는 구상금액이 얼마인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임 무역금융펀드는 신한금융투자 명의로 투자됐고, 신한금융투자는 투자손실이 발생했음을 인지하고도 계속 상품을 판매하는 등 라임자산운용과 공모혐의를 받고 있다. 따라서 판매사들은 계약취소에 따라 투자원금을 전액 반환하면 신한금융투자를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회사들은 조정안을 거부하고 소송으로 가더라도 불완전판매혐의만 인정될 경우 조정안보다 배상액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하고 있다. 소송에서 지더라도 최악의 경우가 '계약취소' 결정이기 때문이다.

다만 법원이 계약취소 판결을 하면서 '사기에 의한 계약취소'라고 결론을 내리면 금융회사들이 짊어지게 될 부담은 커진다.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투자자들을 상대로 사기를 저지른 게 되기 때문이다. 당초 금감원은 '사기에 의한 계약취소'도 고려했지만 사기혐의의 인정여부는 사법적 영역이라서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로 결론내렸다.

라임에 대한 형사재판 결과가 나오고 법원이 이를 참고해 민사재판에서 '사기에 의한 계약취소'를 인정하면 금융회사들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 등 국내 금융회사들에 대해 사기혐의가 인정되면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이 신용등급을 낮출 수 있다"며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국제거래에서 불이익을 입게 되는 등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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