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현구 한국양토양록농협 조합장

"건강식품시장 커지는데 녹용은 수입산 판"

2021-04-23 11:43:08 게재

사슴농가 판로 확보에 총력

토끼농가는 사료값도 안돼

코로나19 확산으로 건강식품 판매가 늘어나면서 녹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내 사슴농가도 바빠졌다. 5월부터 시작되는 녹용 수확에 기대를 걸며 판로 확보에 나섰다. 하지만 수입산의 총공세로 녹용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안현구(65) 한국양토양록농협 조합장은 국산 녹용의 효능을 알리고 판로를 확보하는 일선에 섰다. 양토양록농협은 토끼와 사슴의 식용육과 털, 녹용 등을 생산하는 농가들의 조합으로, 2012년부터 안 조합장이 이끌고 있다.

안 조합장은 "한의원에서도 러시아산 중심으로 녹용을 사용하는데다 최근 뉴질랜드산 녹용이 물밀듯이 수입되고 있다"며 "특히 홈쇼핑 등을 통해 녹용식품이 대거 들어오면서 홍보 수단을 찾지 못한 국내 녹용농가가 어려움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사슴농가 녹용은 지금까지 양토양록농협에서 전량수매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수매한 녹용도 다 판매하지 못하고 재고로 남아 있다. 안 조합장은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온라인 매출이 커지고 있어 비대면 판로를 확보해 물량을 소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중요한 것은 국산 녹용에 대한 효능을 알리는 일이다. 안 조합장은 "9년째 사슴과 토끼 농가를 대표해 조합장을 하고 있지만 판로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동안 국산 녹용이 알려지지 못했기 때문에 홍보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안 조합장은 25년간 충남 예산에서 사슴 100여마리를 키워온 녹용 전문가이기도 하다. 단일 품목조합 대표로는 드물게 농협중앙회 이사에 재선될 만큼 농가의 지지를 받고 있다. 안 조합장을 만나 국내 양토양록 산업의 현황을 들었다.

■양토양록농협의 현황과 국내 시장 상황은

대표적으로 토끼 고기와 털, 사슴 뿔인 녹용을 생산하는 농가들이 모인 조합이다. 토끼의 경우 과거 식용과 털이 중심이었는데, 앙고라 털이 들어오고 나서는 국내산 토끼의 털을 가공하는 곳이 거의 없어졌다. 현재 토끼 농가는 식용육을 공급하는 축산농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슴농가는 대부분 녹용을 생산한다. 국산 녹용의 품질이 우수하지만 외국산에 비해 홍보가 부족해 판로가 정체상태다.

■녹용시장 현황과 국산 녹용의 점유율은

녹용 수확철은 5월부터 시작돼 7월까지 이어진다. 사슴농가는 이때 수확한 녹용을 판매해야 하지만 지난해 수확해 판매하지 못한 녹용까지 겹쳐 비상이다. 수입녹용이 판치고 있다. 특히 최근 뉴질랜드 녹용이 홈쇼핑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2015년 한-뉴질랜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후 뉴질랜드 녹용 수입량은 2015년 143톤에서 2019년 229톤으로 늘었다. 국산 녹용 가격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2017년 국내산 녹용의 평균가격은 1냥(37.5g)당 1만1625원이었지만 2020년에는 8000원대까지 떨어졌다. 사슴농가 수도 2015년 2500여곳에서 5년 만에 1500곳 밑으로 떨어졌다.

■국산 녹용의 특별한 효능이 있나.

사슴은 모든 에너지원과 면역성분을 뿔로 보낸다. 그래서 사료나 먹이에 따라 효능이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뉴질랜드 녹용은 해양성 질병에 면역기능이 있고, 러시아산은 그에 맞는 기능이 있다. 국산 사슴은 산야초와 사료를 먹는다. 우리 사슴은 국내 환경에 맞는 면역성분을 만들어 내 뿔로 보내고 피를 만든다. 이 때문에 우리 국민들에게는 국산 녹용의 효능이 더 좋을 수밖에 없다.

■최근 토끼고기가 대형마트에 공급되는 등 토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유럽이나 중국에서는 토끼고기가 건강식으로 통한다. 우리는 토끼 고기를 먹지 않으면서 농가들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농가수가 적다보니까 정부 정책에서도 소외됐다. 최근들어 다시 토끼고기가 바람을 타면서 판매가 늘고 있지만 대중적인 식품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토끼고기는 뇌의 노화나 치매 예방에 효과적인 아리키돈산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식품이다. 심혈관 계통 질환 예방뿐 아니라 소화율이 높아 노인들의 건강식으로 으뜸이다. 그럼에도 토끼고기는 소비자 인식과 홍보 부족 등으로 인해 소비가 부진하다. 시장은 적어지는데다 사료값은 비싸져서 정말 어려움을 겪는 곳이 토끼농가다.

■임기 중 해결해야 할 과제를 꼽는다면

수입산 녹용 때문에 농민들이 너무 힘들게 지내고 있다. 국내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국산 녹용의 판로를 확대해야 한다. 코로나19로 녹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을 때 국산 시장을 키워야 한다. 특히 국내에서는 온라인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농협에서 자체 운영 중인 쇼핑몰이 있지만, 시중 온라인쇼핑몰과 각종 미디어에 노출되지 않으면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녹용 관련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서 가공식품으로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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