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주하는 네타냐후 갈란트 경질
잦은 이견으로 전쟁 중 국방장관 교체 … 후임에 강경파 가츠 외무 등장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5일(현지시간)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을 전격 경질하고 후임에 이스라엘 카츠 외무장관을 지명한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와 함께 집권 리쿠르당에 소속된 갈란트 전 장관은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이후 13개월째 가자지구 전쟁을 지휘해 온 인물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 중에는 총리와 국방장관 사이에 완전한 신뢰가 필요하다”며 “전쟁 초반 몇 달간은 저와 국방장관 사이에 신뢰가 존재했고 업무에 성과도 거뒀으나 지난 몇 달간에는 신뢰에 금이 갔다”고 말했다. 또 “갈란트 장관이 전쟁에 대해 의견을 달리했고, 내각의 결정에 반하는 결정과 발언을 내놓곤 했다”고 지적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간극을 메우려고 수 차례 시도했지만 이는 점점 더 벌어지기만 했다”며 “이는 용납할 수 없는 방식으로 대중에게 알려졌으며, 적들도 이 상황을 즐기고 많은 이득을 봤다”고도 했다. 갈란트 장관이 공공연히 자신에게 반기를 든 것에 대한 불만 표시다.
그러면서도 네타냐후 총리는 “국방장관으로 봉직해준 것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네타냐후 총리는 후임인 카츠 장관을 ‘불도저’로 표현하며 “오랫동안 안보내각의 일원으로서 국가안보에 대한 역량과 헌신을 입증했다”고 소개했다. 카츠 장관도 리쿠르당 소속이며 안보 사안에 있어서 강경파로 분류된다. 그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적 기피 인물)로 지정하는가 하면 하마스를 옹호하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을 과거 나치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에 빗대 비난하기도 했다.
그간 이스라엘 정가에서는 갈란트 장관 경질설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예루살렘포스트는 최근 네타냐후 총리가 ‘하레디’로 불리는 초정통파 유대교도의 군 면제 길을 열어주는 입법을 추진한 반면, 갈란트 총리는 이에 반대하며 징집을 밀어붙인 것이 경질의 원인이 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타임오브이스라엘도 갈란트가 자신에 대한 경질 발표 이후 TV 성명을 통해 초정통파 징집문제와 인질송환 의무 그리고 지난해 10월 7일 이후 가자전쟁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조사 문제 등이 경질 사유라고 밝혔다.
이번 경질이 미국의 권력교체기와 맞물린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그동안 크고 작은 이견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의 뒷배가 돼 준 미국이 대선 후 어떤 기조를 가져잘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네타냐후 총리보다 비교적 온건한 갈란트 장관을 대화 상대로 선호한다는 평가가 나오곤 했다.
극우 성향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낡은 생각에 젖은 갈란트는 승전을 거둘 수 없다”며 “해임이 올바른 결정”이라고 환영하는 입장을 냈지만, 야권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 총리는 “전쟁 중 갈란트 경질은 미친 짓”이라고 비난했다.
이스라엘군 남부사령관 출신인 갈란트는 2022년 국방장관에 올랐지만 이듬해 네타냐후 총리가 주도하는 우파 연정의 사법부 무력화 입법을 공개 비난했다. 또 지난해 10월 발발한 가자지구 전쟁 국면에서도 이견을 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지난 5월 이스라엘의 전후 가자지구 통치에 반대한다고 공개 발언했고, 8월엔 내각 회의에서 이집트-가자지구 국경 완충지대인 필라델피 회랑에 군 주둔 방침을 고수하는 총리를 향해 인질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다며 맞섰다.
갈란트 장관은 경질발표 이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이스라엘의 안보는 항상 내 인생의 사명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대선으로 복잡한 미국 정치상황과 네타냐후 행정부 내에서 사사건건 충돌하던 갈란트를 경질한 만큼 향후 네타냐후 행정부는 가자전쟁 등 중동문제에 있어서 지금보다 더 폭주할 공산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